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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아카데미쿠스 Feb 20. 2023

싸게 팔아야 하나, 비싸게 팔아야 하나?

결국 사장이 책임져야 하는 고민

제품가격 정하기 어렵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면 상품개발 과정에 공을 많이 들이게 된다. 타겟 고객을 겨냥한 컨셉을 다듬고, 네이밍과 디자인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에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반드시 남게 되는데, 바로 가격을 결정하는 일이다.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고 나면 이후의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 큰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도 회사의 수익과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림> 고객의 심리적 가격수준

출처 : 지남웅(2016), 마케팅, 북코리아, p.229 (그림:저자 편집)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영업과 마케팅에 비용을 쓸 여력이 없어지게 된다. 고객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마진이 적다는 이유로 판매처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수도 있다. 가격이 너무 높으면 이론상 마진구조는 좋을지 모르나 실제 판매가 많이 일어나지 않으면 무의미할 것이다. 심지어 고객은 자신이 생각하는 준거가격*보다 가격이 너무 낮으면 오히려 품질에 대해 의심을 하고 구매하지 않는다.     

*준거가격(準據價格. reference price).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자 할 때 심리적으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가격. 소비자가 제품 가격의 고저를 평가할 때 비교 기준으로 사용한다.


가격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하나?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원가 기준법, 마진 기준법, 경쟁자 기준법 등이 있다. 원가 기준법이란 생산하는 데 들어간 총원가에서 출발해, 유통 및 마케팅 비용과 기업이 추구해야 할 이익을 고려해서 최종 판매 기준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마진 기준법은 회사가 최종적으로 취할 마진폭을 미리 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시장에는 비슷한 유형의 제품들이 많으므로 경쟁회사들의 상품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내 제품이 뛰어나다고 자신해도 명품브랜드 제품보다 높게 가격을 정하기는 어렵다. 특정 제품보다는 높거나 낮게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판단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격은 경쟁자 기준법으로 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상품개발 과정을 거치고 가격을 결정하는 단계에 이르면 위 방법 중 하나만으로 결론에 이르긴 어렵다. 여러 측면을 다 고려하게 되고, 회사 내 직원마다 주장하는 바도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많은 신생기업의 경우 최종 결단을 사장 또는 사업 책임자가 내려야 한다. 이론적으로 검토했을 때의 적정가격과 실제 결정한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를 가리키는 말을 찾자면 ‘사장 맘대로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업을 총책임지고 있는 사람만이 최종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가격 결정이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을 결정하려면 유통의 구조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출시하려고 계획한 유통채널의 구조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만약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유통채널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순서가 잘못됐다. 유통채널을 먼저 결정하고서 나머지 과정이 진행돼야 한다. 


상품 가격 정하는 방법을 보자. 유통채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 프로세스는 비슷할 것이다. 그야말로 세상을 바꿀 만한 새로운 유형의 혁신제품이 아니라면, 가격 결정의 기준은 최종 실판매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제조업체가 설정한 기준가격대로 시장에서도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등의 채널을 통해 제조업체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판매업체에 의뢰하게 된다. 많은 경우에 판매업체는 본인들의 마진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판매 활성화를 위해 가격 할인을 한다. 어느 정도 가격할인을 하고도 적정 수준의 마진이 보장되는 제품을 판매업체는 선호할 것이다.    

 

유통 구조 이해판매 계획 수립 후 가격을 정해야     


시장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가? 보통 총판(총판매상. Sole distributor)에 30~35%로 공급하면, 총판은 도매상에 35~45%로, 도매상은 소매업체에 50%에 공급한다. 아래 그림은 가격을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예시이다. 실제로는 유통채널별로 가격구조가 다 조금씩 다르다. 판매업체가 소비자에게 기준가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제조사가 판매업체에 기준가의 45% 가격으로 공급하는 경우이다. 총제조원가는 기준가의 25%라고 설정해보았다.


<그림> 가격구조 사례

저자 편집


그런데 사실은 판매업체에 45%보다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경우도 많다. 기초화장품의 경우 해외에 수출할 때 해외 총판 공급가가 30% 이하인 것이 일반적이다. 위 그림의 예와 같은 원가 구조를 가졌다면 해외 총판을 통해 수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팔아도 남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등으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조원가를 20%보다 훨씬 낮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 판매 채널이 워낙 다양하고, 화장품 회사가 3만 개나 되기 때문에 기업별로, 브랜드별로 다양한 가격구조가 존재하고, 이 구조를 차별화할 수 있다면 해당 기업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OEM 업체에서 내용물을 생산하는 비용, 용기 가격, 라벨 가격, 디자인 비용 등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항목들을 꼼꼼하게 추정해봐야 한다. 개발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제조 총비용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제조원가는 그 구성요인들을 한번 결정하고 나면 쉽게 바꿀 수 없다. 여러 회사와 협업을 통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뭔가를 수정하면 다른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기 쉽다. 가격은 회사의 이익률을 결정하는 기본이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판매처에 주는 마진이 아까운가그렇다면 직접 팔아보라


위 그림 기준으로 볼 때 기준판매가의 45%만큼만 우리 회사의 매출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것이다. 다시 말해 판매업체에 주는 마진이 아까운 것이다. 회사의 이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면 회사의 매출액도 쑥 올라가고 이익률도 좋아진다. 단, 판매 전문업체를 통할 때와 같은 만큼의 판매가 일어난다면 말이다.


판매업체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을 핵심역량으로 갖고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책임판매업체는 시장 및 고객의 니즈를 읽고, 이를 제품화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핵심역량이다. 인터넷쇼핑몰을 만들거나 다른 판매조직을 만들거나 해서 고객과 직접 만나 매출을 일으킬 자신이 있다면 판매업체의 역할을 직접 하면 된다. 이 일을 직접 함으로써 들어갈 비용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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