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일기, 넷

곧은길과 굽은 길은 달릴 땐 알 수 없다

by 비온뒤

매일 5km를 걷다 뛰다 하다 보니 적당한 코스의 루트를 찾았다.

오늘은 좀 욕심을 내서 내리막에서 속도를 높여 뛰었더니

반환점에서 돌아올 때 힘들었다.

무릎도 시큰, 엄지발가락도 뻐근, 고개는 바닥에 떨구고 조금 천천히 걸었다.

'아, 조금 덜 뛸걸. 역시 힘들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서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데 바닥을 보며 걸을 땐 직선 코스였던 길이

구불구불한 곡선에 오르막 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저 멈추지 않고 걸었는데 꽤나 난이도 있는 코스였구나...


내가 워킹맘으로 살아온 시간도 그랬다.

매일 성실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 하는 건 누구나 해내는 일상이라며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도 나 자신을 들여다볼 생각은 못하고 묵묵히 살아냈던 시간들.

쉼에 도달해 뒤돌아보니, 그 시간들은 정말 높은 수준의 난이도가 존재하는,

난코스의 행군이었음을 깨닫는다.


빠른 걸음으로 20분은 운동을 해야 도달하는 심박수 120.

나는 고요한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으면서도 그런 심박수를 기록한 시기가 있었다.

앉아 있었지만 사실은 달리고 있던 거다.


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여전히 그 책상에 앉아있었다면

나는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없었을 것 같다.


쉼이 주는 깨달음이라는 게 소소하지만 나를 관통하고 치료하는 시간이라는 걸 느낀다.



오늘의 행복

시큰 거리는 하체를 이끌고 집에 와 에어컨을 틀고 일단 누웠다.

뜨거워졌던 몸이 식으며 편안해졌다.

에어컨이 있는 공간에 드러누울 수 있는 집이 있어서 행복했다.


오늘의 슬픔

산만한 우리 아이를 어찌 키워야 할까라는 고민이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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