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다.
늘어난 시간 덕분에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땐 SNS에 올라와 있는 사진으로만 안부를 알고 지내던 내 사람들.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있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사람, 새로운 직장을 찾은 사람, 여전히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 각양각색의 인생을 만났다.
조금은 나에게도 여유가 생겨서일까?
그래도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척만 하지 않고 닻을 달아 마음 한 구석에 내려둘 수 있었다.
바쁠 때도 틈틈이 안부를 묻기도 하고 직접 얼굴을 본 사이였지만,
그땐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어떤데, 나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더..."
대화 뒤엔 내 이야기를 무얼 할까 항상 머릿속에 떠올리기에 급급했다.
그렇게나 위로받고 싶었나, 털어내고 싶었나 싶지만,
굉장히 이기적 대화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아마 요 며칠 날 만난 지인들이 했던
"얼굴이 펴 보인다"라는 인사말은
그 간 구겨져 있던 내 마음을 그들이 이미 익히 알고 있었으며 또 그걸로 인해 불편하기도, 걱정하기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마음의 여유라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큰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통창 크기는 아니더라도
방충망의 구멍 정도의 여유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 꼭 필요하다.
그 작은 틈은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한층 여유로워진 나에게 털어놓는 지인들의 일상은 녹록지 않았다.
모두 나름의 근심과 고민을 안고 살며, 지금 살아내고 있는 하루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
세상에 쉬운 인생은 없다.
하지만 지난 시간 나는 지쳐있는 마음에 괴로울 때마다 "인간은 우주의 티끌이야, 어차피 먼지인걸", "버둥쳐 봐야 아무 소용없어"라고 옹졸함을 담아 나 스스로 열심히 사는 인생을 평가 절하했었다.
이제야 저 마음들이 참 많이 나빴었다는 걸 안다.
회복의 시간은 지인들과 만남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안쓰러움으로도 채워져 가고 있다.
오늘의 행복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창문 너머로 봤다.
시원스럽게 내리는 빗줄기가 반가웠다.
오늘의 슬픔
내 말의 일관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늘어난 여유만큼 부족한 나를 돌아보고 바꿔보고 싶은 욕심도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