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일기, 셋

달라지는 아이

by 비온뒤

퇴사를 하고 3주 차를 맞았다.

가장 큰 변화는 아이에게 찾아왔다.

늘 바쁘고 정신없던 엄마가 차분해지고 서두르지 않으니 아이도 함께 안정되기 시작한 듯하다.


아이에게 엄마가 회사를 안 가니 뭐가 제일 좋은지 물었더니

"엄마가 화내지 않아서 좋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가 돌쟁이 무렵이었던 시기에 복직했던 나는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해야 했다.

바쁜 아침, 지각하지 않기 위해 늘 아이를 다그쳤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날은

"엄마 혼자 갈 거야"라며 윽박지르는 일이 허다했다.

그 시간들이 아이에게도 젖어 들어 화,라는 감정으로 기억되었나 보다.


아쉽고 속상하다.

일도 아이도 가정도 모두 잘해보려고 동동 거리던 시절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무엇하나 제대로 못한 것 같은 마음.


그렇지만 이제라도 아이의 아침 표정을 바꿔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밥 먹으며 책 한 권 읽어주는 것에 10분

양치하기 전에 혼자 노는 시간 10분

옷 입으며 안아달라고 장난치는 아이를 차분하게 만드는데 고작 30초 포옹이면 되는 거였다.

그 길지도 않은 시간들을 채우지 못하고 왜 그리 그런 요구들에 힘들어했었나 싶다.

아이에게 나는 웃는 얼굴로 또 여유롭게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휴식을 통해 너무 쫓기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봤다.

이제 내 등 뒤엔 아무것도 쫓아오지 않는다.

가만히 서서 숨을 고르고 천천히 몸을 움직여도 나는 살 수 있다.



오늘의 행복

쉬면서 운동을 시작해서 매일 5킬로를 걷다 달리다 하고 있다. 오늘은 1km를 더 달려 6km를 채웠다.

불안과 우울로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운동으로 뛰는 심장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다.


오늘의 슬픔

운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몸무게는 바뀌지 않았다.

십 년 동안 찌운 살을 2주 만에 빼려고 하는 못된 욕심을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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