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열, 마지막

결국, 사라질 거라는 기대

by 비온뒤

퇴사를 결정하고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퇴사하는 그 날까지 매일 같이 새로운 감정이 피어올랐다.


아쉬움, 서운함, 억울함, 분노, 슬픔, 죄책감, 불안, 후련함, 그리고 뿌듯함까지.

그 감정들은 때로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태연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고

'나를 위한 퇴사'라고 되뇌여도 어딘가 모르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간 애써왔던 것들이 사라지는 기분.

나보다 회사를 먼저 생각했고,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들과 리더들을 챙겼던 시간들.

회사와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준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어떻게든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던 순간들.


그렇게 노력해왔기에 이렇게까지 복잡한 감정들이 남은거라 믿는다.

애초에 감정이란건 포기해서가 아니라 애썼기에 남는 거니까.


나는 마지막까지 내 역할을 다했다고 믿는다.

실무자이자 팀장으로, 작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리더로서 또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그 누구보다 애쓰며 버텼던 시간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아프게 했던 말들, 이해받지 못했던 감정, 나 스스로도 돌보지 못했던 바쁜 날들.

그 시간들을 나는 가진 걸 모두 소진하며 결국 통과해냈고, 이제는 회복과 채움만을 생각하고자 한다.


감사했던 마음들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애썼다는 말, 감사했다는 말, 덕분에 잘 해냈다는 말, 부장님이라서 믿을 수 있었다는 말들

인사치레로 하는 말들도 있었지만, 몇몇은 정말 진심으로 마음이 전해져서 울컥 눈물도 나고 그저 감사하기만한 순간도 있었다.


이제 이런 모든 복잡한 감정들은 쉼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질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것들이 사라진 자리엔 다시 나 다움으로 기쁨과 긍정 에너지가 채워질거다.

천천히,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회복을 시작하려고 한다.




퇴사 이후의 나를 어떻게 채워갈까 고민하며,

가장 먼저 시작한 '마주보기'의 한 챕터.

'퇴사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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