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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너비 아티스트 Nov 28. 2022

어쩌다 홈페이지 제작-Squarespace 사용 후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업

세상이 다 컴퓨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특히 쇼핑이라는 행위가 통째로 모니터 안으로 흡수되어 버린 건 좀 슬픈 일이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만져보고 가게 주인장과 흥정을 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일종의 치유인데. 근데 이제는 직접 입어보고, 먹어보고, 얼굴을 봐야만 결정 할 수 있는 줄 알았던 것들도,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해졌다. 


어차피 나의 꽃집은 부업으로 시작한 거라 매장 같은걸 꾸미는데 투자할 여력도 경험도 없었기에 이런 트렌드는 나한테는 기회였다. 난 알고리즘의 숲에 숨어서 취미와 부업 사이를 탐구해보고자 온라인 꽃집을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엔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고 부지런히 꽃꽂이를 해서 사진을 찍어 올리며 소셜미디어 안에서 플로리스트로서의 나란 존재에 대해 스스로 덜 멋쩍어 지기 위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SNS 만으로는 부족했다. 누군가가 찾아주고 좋아해 주고 지불까지 해야하는 거라면 부업이라도 홈페이지 제작은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남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을 세고 세게 해왔지만 내 홈피를 만드는 건 사실 완전 새로운 일이었다. 늘 주변에서 날 도왔던 수십 명의 디지털 팀, 디지털 에이전시와 IT 담당자 없이 나 혼자 이걸 우짜노.. 


쉬운 길로, 어려움을 피하는 길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지인들을 수소문했다. 한국에서 디지털 방귀 좀 뀌는 남동생부터, 이곳 네덜란드에서 디지털 일하는 동생, 어찌 어찌 알게 된 홈피 업체까지 찔러보기에 들어갔다. 한국의 도움을 받는 건 일단 거의 불가능했다. 홈피를 주로 네이버 등의 국산 플랫폼과 연계해 만드는 경향과 8시간의 시차, 한국만의 유니크한 디지털 환경, 이런 것 때문에 별 영양가 없는 옵션이었다. 이곳의 친한 동생에게 부탁을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곧 깨달았다. 쉽게 부탁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라는 걸. 엄청난 생각과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 제대로 사람을 쓰던가 내가 죽기살기로 하던가.  해서, 홈피 제작하는 업체와도 미팅을 해봤다. 잘해 준다는 가격이 1500 유로 + 월유지비. 가격은 꽤 설득력 있었다. 하지만 매월 유지 보수비를 내야 한다는 것과 수정과 업데이트 필요시 하나부터 열까지 업체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이 옵션들을 이리저리 머릿속에 굴려보았다. 결국 처음의 불안한 느낌대로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해야 하는 거였다. 이때가 바야흐로 다니던 회사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던 때. 그러니 타이밍도 맞았다. 엉덩이 붙이고 질긴 홈페이지 만들기 마라톤을 시작할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어디선가 Wix라는 웹사이트 만드는 플랫폼에 대해 들었다. 디자인 좋은 홈피를 만들기 좋단다. 그런데 나는 이 플랫폼 사용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뭔가 중심에서 전체적인 홈피의 구조를 먼저 잡고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Wix는 그렇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그 즈음에 비슷하지만 다른 Squrespace라는 또 다른 플랫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Wix 보다 전체적으로 규격화되어 있어서 좀 쉽게 만들 수 있단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좀 속상했지만 시간도 있겠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조금 해보니 실제로 쉬웠고 명확했다. 그렇게 난 내 손으로 나의 꽃집 온라인 홈페이지 만드는 데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일,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망부석처럼 앉아 집을 지어갔다.  


하면서 스스로 위로가 되었던 건, 그동안 찍어 놓은 사진이 수백 장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에 PC에서 Macbook으로 바꿨다는 점이었다. 연초에 산 iPhone12로 찍은 꽃꽂이 사진들은 제법 퀄리티가 좋았고 모든 사진들이 자동으로 맥북에 저장되니, 사진을 이리저리 퍼 나를 일 없이 바로바로 작업이 가능했다. (애플 초기 사용자임) 그동안 광고 마케팅해 온 짠 밥으로 카피도 직접 쓰고 사진을 크로핑 해가며 그야말로 열 일했다.


그런데 2/3 정도 지점에 왔을 때 또 한번 큰 걸림돌에 봉착했다. 이왕 만드는 홈페이지이니 나는 꽃다발이건 화환이건 바로 주문해서 대금 지불까지 할 수 있는 e-commerce를 장착한 홈피를 만들고자 했다. 많은 플로리스트 사이트들이 포트폴리오 소개에 그치고, 실제 주문 문의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받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미 이 정도의 수고를 했으니 바로 주문과 지불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Squarespace 에 네덜란드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지불 방법인 iDeal 이 통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의 90% 가 온라인 구매에서도 iDeal payment (은행 직불)를 선호하는데 이게 안 된다면?  분명 많은 잠재 고객들을 놓칠게 뻔했다. 아, 왜 나는 미리 체크하지 않은걸까? 이미 한 달 여, 수백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당시 울진 않았지만 비명 정도는 질렀던 것 같다. 


홈페이지의 역할 : 그 업체가 실제 존재하고, 적법한 상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일이 가장 첫 번째인 듯. 



나는 이 지점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pause 를 누른 채 다시 리서치에 들어갔다. 


Payment는 어떤 방법이 있고, 어떤 플랫폼이 어떤 지불 방법을 사용하는가. 이 시점에서 난 Shopify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왜 Shopify를 쓰지 않았냐는 잔소리를 최근 엄마한테(!?)까지 들은 바였다. Wix 혹은 Squarespace 가 대담한 디자인의 홈피를 만드는데 좀 더 주목한 플랫폼인데 반해 Shopify는 e-commerce를 위한 플랫폼이었고 그에 걸맞게 iDeal payment 등의 개별 국가들 안에서 대중적으로 쓰이는 지불 방식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한 거, 도로 다 아미타불 되고 난 또, 세 번째로 Shopify에서 홈피 만들기 작업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오 마이 갓. 


근데 이때 모니터 어느 구석에 이런 글이 보였다. 'Squarespace로는 홈피 디자인을 하고, Shopify로는 shopping cart & payment 만 갖다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 기막힌 방법이!  난 바로 그리로 달려가 Youtube tutorial을 공부했다. 이건 할 수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두 플랫폼을 쓰면 홈피 유지비가 두 배가 되는 거 아닐까? Wix, Squarespace, Shopify 같은 플랫폼들은 누구나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게 해주는 대신 웹사이트를 호스팅 해 주는 대가로 연간 회비를 받는다. 비싼 회비를 낼수록 이런저런 부가 서비스가 추가되는데, Squarespace 에서 e-commerce 기능, email marketing 기능 등을 쓰게 되면 일 년에 280-유로 가량이 된다. 그러니 두 플랫폼을 쓰면 이 비용이 두 배로 올라가지 않을지 걱정이 될 수밖에. 다행히, 알아보니, Squarespace에서도, Shopify에서도 가장 베이식 한 멤버십을 구매하여 둘을 연결하는 것이라, 196 유로 + 96 USD로 한 곳에서 두 기능 모두를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기쁜 소식. 


마지막 1주일은 Shopify에서 product page를 만들어 그걸 Squarespace의 홈페이지 디자인에 붙여 넣는 작업을 했다. 다행히 이런 해결책이 있어서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진 않았다.  아마 이런 방법을 못 찾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면?  눈물을 머금고 쌍욕을 하면서도 포기는 안 했을 것 같다. 이런 디지털 DIY 스킬이 얼마나 중요하며, 큰 경쟁력이 된다는 걸 직접 체험했으니 말이다. 내가 판매하는 제품의 핵심이 뭔지, 그에 걸맞은 가격은 얼마가 적당한지, 이걸 어떤 언어와 비주얼로 소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고 바로 행동에 옮긴다는 건,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못 배우는 것들을 몸소 체험해 본다는 것이니까. 


이렇게 해서 내 홈피 작업은 대략 끝이 나고 있었다. 내가 Wix-Squarespace-Shopify 세 플랫폼을 모두 거쳐서 결국 이런 복합 플랫폼으로 내 꽃집 웹사이트를 완성하다니.  이건 내가 근 20년간 해본 그 어떤 것보다 힘들고 집중을 요했던 작업인 듯하다. 


우리의 상품을 어떻게 하면 잘 보여 줄 것이다.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가. 항상 고민하는 질문들. 


두 달여의 고생 끝에 홈페이지를 오픈하던 날 나는 숨어서 눈물을 훔쳤다. 징그럽게 힘들고 외로운 작업이었고, 그걸 혼자 해낸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다. 완성된 홈페이지는 그렇게 세상에 소개되었다. 그러고 나서도 한 달 정도는 너무나 조용했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는데, 세상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듯했다. 그러다 첫 주문이 온 건 4월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아기의 세례식을 축하하는 연회를 준비하는데 꽃과 케이크를 준비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미국에서 신용카드로 주문이 들어왔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네덜란드 우리 동네에 그의 절친이 산단다. 그 후로 이렇게 인터내셔널 한 주문도 종종 들어오고 있다. 


나의 꽃집은 매장이 없는 꽃집이므로 홈페이지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반면, 차로 여기를 지나고 있는데 도대체 꽃집이 어디냐고 묻는 전화도 온다. 이럴 땐 마음이 안타깝고 미안하다. 


홈피 완성 후 난 제법 디지털 세대가 되어 버린 기분이 들었다. 알게 모르게 개념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한 느낌이 참 좋다.  자꾸 뒤처지던 세상의 속도에 이제야 좀 발맞추어 앞으로 나간 기분. 물론 지금도 세상은 너무나 숨차게 빨리 달려가지만 이렇게 한번 해 봤으니 또 다음의 그 무언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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