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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와의 첫 만남, 미시시피 디스트릭트

가 보고 싶어서, 포틀랜드_포틀랜드와의 첫 만남

by JH

포틀랜드와의 첫 만남, 미시시피 디스트릭

2019년 가을 여행의 행선지가 포틀랜드-시애틀로 결정된 된 계기는 사실 너무 단순했다. 북미 지역을 가고 싶었고, 일전에 다녀온 시카고와 뉴욕이 아닌 다른 도시를 물색하다가 발견한 선택지였던 것이다. 무언가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맥주와 커피의 도시라는 점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방문 시기와 겹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이벤트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영화 “만추”에서 스케치된 미국 북서부의 풍경 또한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Keep Portland Weird”라는 문구는 내게 일상 밖의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주문과 같이 느껴졌다.


여행을 같이 할 멤버들이 구성되고, 숙소가 정해졌다. 일부는 따로, 일부는 같이 하는 등 일정 또한 각자의 개성과 성격에 따라 점점 구체화되었다. 숙소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나 잣대가 없는 나는, 팀원들이 정한 숙소 위치를 군말 없이 따랐다. 예전의 여행 경험에서, 여행에 있어 숙소의 위치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배웠기 때문이다.

포틀랜드는 미국에서도 대중교통이 비교적 잘 구축된 편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다운타운이나 주요 여행 장소와 숙소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이것은 모든 여행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조건일 것이다. 나는 이 기준을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로 도착하는 정도의 거리로 보고 있다. 치안 부분이 걱정되는 외진 곳이나 청결이 문제가 되는 곳이 아니라면, 그 이외의 것은 부수적이라 생각한다. 각 지역에는 각자의 즐거움이 있을 테니까.


나는 보통 현지 경험들이 있는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여행지의 숙소 위치를 정하곤 했다. 내 여행 경험을 톺아보며 느낀 특이한 점은, 지인들이 추천해준 곳 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숙소 추천 지역과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런던에서는 해크니, 파리에서는 13구, 시카고의 위커파크가 그러했던 곳들이었다. 그리고 그곳들은 하루쯤 그 동네를 배회하면 현지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이란 공통점들이 있었다. 항상 이러한 곳에 묵게 되면,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중앙의 핀이 "Mississippi Ave."가 지나는 지역, 우리의 숙소가 있는 지역이다. (출처: 구글 맵)


우리가 여행기간 동안 묵은 포틀랜드의 미시시피 디스트릭트 또한 그러한 곳 중 하나였다. 다운타운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아기자기한 동네의 분위기와 현지인들의 삶이 잘 묻어나는 곳. 포틀랜드 공항에 내려 도착한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씨였지만 점차 이 동네에 들어서며 개이는 하늘을 보니 여행이 좋게 풀릴 것이란 기분좋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장시간의 비행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너무나 지친 상태에서 숙소에 도착한 첫 날, 무언가를 먹기 위해 찾은 동네의 타이 식당에서 피곤함을 달래는 최고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다운타운의 힙한 음식점, 또는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하는 화려한 음식점은 아니었지만, 마을 한가운데에 소박히 자리 잡은 그 음식점은 정말 내가 여행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 “무 똠 얌”에서 한국에서도 좀처럼 먹지 않는 소고기뭇국과 같은 진한 맛을 느끼는 순간, 기내식과 공항 음식에서 느낄 수 있던 차가운 온도의 음식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긴장된 몸이 풀리며 그날 밤에 꿀 잠을 잘 수 있었고, 덕분에 남은 여행 일정 동안 시차 따위는 경험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찾은 인근의 미국식 조식(Breakfast) 식당, 무심코 들어선 동네 슈퍼마켓에서 들었던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인 주인의 우리말 인사, 로컬 브루어리의 맥주와 블루스타 도넛, 그 외에 특색있는 벽화와 이웃집의 핼러윈 장식까지. 미시시피 디스트릭트는 분명 포틀랜드 다운타운, 일반적인 여행지들과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포틀랜드 현지인들의 아기자기한 생활이 느껴지는 좋은 곳이었다.


비가 내리던 하늘이 개이며 무지개가 피는 모습을 보며,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거라 예감한 여행의 첫 날




번외 정보:

인천-시애틀-포틀랜드 비행편


나는 16:40분 출발의 대한항공 KE019편 시애틀행 보잉 777 기종을 타고 이동했다.

최신기종은 아니지만, 미주비행편 치고 짧은 비행시간의 시애틀행이었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얼리 체크인으로 비상구석을 획득했기에 꽤나 쾌적하게 비행을 한 편이었다.


사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환승시간이 1시간 40분 내외였다는 것이다.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이 환승수요가 많기도 하고, 한창 확장공사중이었기에 환승을 제 시간 안에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다행히 전후사정을 잘 설명하고, 많은 협조를 받은 끝에 빠른 환승을 할 수 있었다. 착륙 후 하기 전에, 승무원에게 잘 설명하여 빠르게 비행기에서 나올 수 있었고, 공항에서는 빠른 환승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익스프레스 커넥션 제도를 운영했기에 수월히 한시간 이내로 환승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우리의 날개 국적기 최고


인천-시애틀 KE019편. 승무원분들에게 공손히 전후사정을 설명하면, 빠르게 환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시애틀에서 포틀랜드로 이동하는 항공편은 한시간 남짓의 경과시간이 소요되었다. 최근 시애틀에서 사세를 넓히고 있는 알라스카항공의 프롭기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자동화의 시대 속에서 인력으로 수하물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퍽 인상적이었다.


인력으로 수하물을 처리하다니!


한창 리노베이션이 진행되던 포틀랜드 공항. 로컬 샵들을 많이 입점시킬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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