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이 일었지요, 이젠 춤출 수 없다는 말에
값없는 날들이어도 춤출 수 있어 버틴 건
구석에 놓인 탭슈즈만 알겠죠
하긴 춤쯤이야 벽에 걸린 상장 같은 거라고
짐짓 고개를 돌려도
액자 내려진 자리, 빛바랜 채로
내내 창백하게 남아
썰 수는 있어도 다질 수는 없는
손잡이 빠진 칼처럼 칼날만 남은 다리로
무심히 산길을 걸을 때면
꽃잎 떠나보낸 꽃턱이나
물 흐르던 기억만으로 겨울을 건너는 골짜기,
님 오는 쪽으로 팔 뻗느라
저는 쓰러지는 줄도 모르는 소나무 쪽으로만
눈길 유독 기울어
마음 자꾸 절룩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