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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Feb 04. 2019

그림자만 기울고

파란이 일었지요, 이젠 춤출 수 없다는 말에

값없는 날들이어도 춤출 수 있어 버틴 건

구석에 놓인 탭슈즈만 알겠죠


하긴 춤쯤이야 벽에 걸린 상장 같은 거라고

짐짓 고개를 돌려도

액자 내려진 자리, 빛바랜 채로

내내 창백하게 남아


썰 수는 있어도 다질 수는 없는

손잡이 빠진 칼처럼 칼날만 남은 다리로

무심히 산길을 걸을 때면

꽃잎 떠나보낸 꽃턱이나

물 흐르던 기억만으로 겨울을 건너는 골짜기,

님 오는 쪽으로 팔 뻗느라

저는 쓰러지는 줄도 모르는 소나무 쪽으로만

눈길 유독 기울어

마음 자꾸 절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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