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누가 재래시장에 가냐지만
바닥에서 멀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즐겨 찾는 중앙시장
그 초입을 명절 전날 택배 기사처럼 서둘러 지나지 말고
이십 년만에 만나기로 한 동창 찾듯 눈 크게 뜨고 두리번대면
오른쪽에 꺾은선 그래프처럼 밑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보이지요
이 깊은 곳에 마을이 있었나 싶게 훤한 회센터
여기저기 잡는 손들을 뿌리치고 한군데 엉덩이를 들이밀면
실한 민물장어 두 마리에 푸짐한 한상
오만원에 배불리 먹을 수 있죠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깊은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캄캄한 눈앞에 겁부터 먹을 때
거기서도 반겨주는 이 있어
따뜻한 아랫목에 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핏내 비릿해도 정겨워 떠나기 아쉬울 수도 있을 거라고
그 바닥 생각보다 길어도 언젠가는 다시 올라오게 될 거라고
올라와선 짐짓 그때가 그리웠다고
배 두드리며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오만원만 내면 넉넉하게 가르쳐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