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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Feb 15. 2019

중앙시장 회센터

요즘 세상에 누가 재래시장에 가냐지만

바닥에서 멀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즐겨 찾는 중앙시장

그 초입을 명절 전날 택배 기사처럼 서둘러 지나지 말고

이십 년만에 만나기로 한 동창 찾듯 눈 크게 뜨고 두리번대면

오른쪽에 꺾은선 그래프처럼 밑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보이지요


이 깊은 곳에 마을이 있었나 싶게 훤한 회센터

여기저기 잡는 손들을 뿌리치고 한군데 엉덩이를 들이밀면

실한 민물장어 두 마리에 푸짐한 한상

오만원에 배불리 먹을 수 있죠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깊은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캄캄한 눈앞에 겁부터 먹을 때

거기서도 반겨주는 이 있어

따뜻한 아랫목에 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핏내 비릿해도 정겨워 떠나기 아쉬울 수도 있을 거라고

그 바닥 생각보다 길어도 언젠가는 다시 올라오게 될 거라고

올라와선 짐짓 그때가 그리웠다고

배 두드리며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오만원만 내면 넉넉하게 가르쳐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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