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심약한 성격에,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다 톡을 보내서 텀블벅 후원을 독려하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후원해 온 사람들에게 빼먹지 않고 400권의 책을 보내는 일도 쉽지 않았고, 이 모든 과정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당연히 먹는 걸로 풀었다.
두 번째 장애물은 족저막염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걷는 걸 좋아했고, 무릎 수술 이후로는 예전만큼 많이 걷지는 못해도 여전히 <많이 먹고 많이 걷는다>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그런데 어느 하루, 이미 그 날치 걷기를 다 마쳤는데, 꽃구경 나오라는 남편 말에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다시 걷는 바람에 4만보 가깝게 걷다가 그만 족저막염이 도져 버렸다. 예전에도 족저막염으로 가끔 고생은 했지만, 한 번도 그 때문에 못 걷게까지 되어본 적은 없던 터라 나는 이번에도 안심하고 계속 걷다가, 급기야는 집안에서는 목발을 사용할 정도로 악화되어 버렸다. 단 한 걸음을 걷기가 겁나는 상황이 이어졌고, 하루 한 번씩 걷던 남산을 세 달이나 못 가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족저막염 치료를 위해 다니던 한의원에서 감비환 선전을 보게 되었다. 하필 계산하는 카운터 옆에 선전물이 놓여있어서 안 보려고 해야 안 볼 수 없었다. 침을 상당히 잘 놓는 곳이어서 신뢰가 쌓인 터라 일주일쯤 고민하다가 12만 원을 주고 감비환을 구입했다.
다이어트 용도로 약을 산 건 처음이다. 겁이 많은 성격이어서 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걷지는 못하겠고 살은 찌고 하는 상황이 답답해서 맘이 흔들렸다. 하루 3 봉지 먹으라는 양의 절반씩 3일을 먹었다. 반 봉씩 하루 세 번. 입마름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아서 물을 신경 써서 많이 먹었는데도, 안구 건조증이 심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근육뿐 아니라 몸 안의 장기의 수분까지도 적어지는 느낌이 들었다(이건 오로지 내 느낌이고 가설이다 ㅎㅎ).
괜히 먹으면서 고민하지 말자 싶어서 삼일 먹고 약은 장 속에 고이 모셔놓았다.
군자는 지름길을 가지 않는다는데, 잠시라도 다이어트약에 흔들렸던 나 자신이 창피했다.
텀블벅도, 족저막염도 그저 핑계일 뿐. 그저 의지박약의 한 표현 아니겠는가.
뇌물을 받는 공직자도 저마다 사연이 있을 것이다. 아들 유학도 보내야 하고, 딸 시집도 보내야 하고, 부모님 치료비도 마련해야 하고. 내게 다이어트약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던 것처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걷기만큼 재미는 없지만, 작년 8월에 끊어놓은 헬스를 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한 시간 넘기기가 쉽지 않지만, 매일 간 지는 일주일쯤 돼서, 헬스클럽 가기가 어렵지는 않다.
영 외워지지 않는 성경구절도 자전거를 타면서 외우면 40분에 5구절은 외울 수 있어서, 시간도 잘 가고 성경도 외우고 일석이조다.
늘 실패하지만, 이번에도 기한을 정해둔다.
기한을 정해두지 않는다는 건, 하지 않겠다는 뜻이므로^^.
목표 체중까지 11kg 남았으니까, 시한은 6월 15일까지고, 보름쯤 유예기간을 두어 6월 말까지 11kg 감량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