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포기

by 함완

서울 집 냉장고에 김치가 떨어질 때가 되면 엄마와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사실 김치를 사먹어 본 적이 없는 내게 김치는 당연히 본가에서 가져와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었고, 집에 김치 좀 보내달라고 전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받는 택배상자는 예상한 것보다 너무나 거대했다.


자취방 냉장고 사정을 잘 모르시는 엄마는 상자에 이것저것 담아 올려 보내셨다. 들기름, 쌀, 된장, 고추장, 콩, 김, 무… 그중에서도 골칫덩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절실히 필요했던 김치였다. 일반 냉장고에서는 장기보관도 어렵다보니 금방 골마지가 껴버려 먹기도 버리기도 애매해지는 그것.


"엄마, 제 냉장고 크기 보셔서 아시잖아요. 감당이 안 된다니까요? 김치는 딱 한 포기면 돼요."


이번에는 확실히 못을 박았지만, 쉽사리 백기를 들 엄마가 아니었다.


"김치 한 포기? 그거 누구 코에 붙이냐? 두 포기 보낼게."


김치 한 포기를 두고 엄마와 나는 승강이를 벌였다. 죄가 있다면 작은 냉장고밖에 쓰지 못하는 작은 집에서 적은 월급을 받고 사는 나에게 있었다. 죄인은 자신의 죄를 모르고 무고한 엄마를 협박하기도 한다.


"엄마, 못 먹고 버릴 수도 있으니까 제발 한 포기만 보내주세요."


그 한 포기를 포기할 수 없는 엄마다. 김치 한 포기를 대수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김치가 없으면 사랑도 없는 것처럼 결국 나는 두 포기의 김치를 받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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