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불면

by 함완

아버지는 초저녁 잠에 들었다가 자정이 안 돼 잠에서 깬다. 깨자마자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꺼내 한 사발 들이켠다. 엄마는 선잠에서 깬다. 이제는 아버지 드시는 술에 신경 쓰지 않겠다며 잠을 청하지만 딸의 다급한 부름에 다시 깬다. 기저귀를 갈고, 나날이 심해져만 가는 발진에 연고를 듬뿍 바른다.


누나 방에서 나와 거실에 있는 연탄불을 확인한다. 엄마와 누나가 병원에서 돌아온 뒤로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다. 낮이고 밤이고 불을 지키는 이는 엄마였다. 아버지가 아니라 그녀의 좌절이, 딸이 아니라 딸의 병이, 돈이 아니라 가난해지지 않으려는 습관이 징글징글했다.


엄마는 오늘도 깊게 잠들 수 없다.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것뿐인 아들은, 통화가 끝나자 기도한다. 오늘만은 깨지 않는 밤이 찾아오길.


그런 날이면 저 멀리 사는 아들에게 잠들 수 없는 밤이 찾아온다.

불침번을 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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