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주말의 평화

by 함완


"너 좀 덜 먹어라."


엄마는 기저귀를 갈다가 지친 나머지 나지막이 말했다. 딸이 빨리 건강해져서 걸어 다니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하루에 대여섯 번이나 다 커버린 딸의 기저귀를 가는 것은 일흔의 노모에게 녹록지 않은 일이었을 뿐이었다.


누나는 수프가 먹고 싶었는지 수프를 사다 달라고 엄마에게 말했다. 몸에 좋은 걸 해주겠다며 엄마는 죽을 끓여주겠다 했다. 누나는 골이 났는지 됐다며 등을 돌렸다. 엄마는 복잡한 마음에 방에 다시 들어가 누웠다.


십 분이나 지났을까. 마음이 무거워 거실로 나온 엄마는 거실과 연결된 뒤꼍으로 나가는 문을 잡고 있는 누나를 보았다. 형수네 빵가게에서 가져온 케이크를 먹겠다고 몸을 질질 끌며 거실을 가로질렀지만 거기까지였다. 문을 열 힘도 없는 누나는 그저 문고리를 붙잡은 채 매달려 있었다. 엄마는 그런 누나에게 말없이 케이크를 가져다주었다. 얼마를 먹었는지는 보지 않았다. 보지 않기로 했다.


엄마는 즐거운 이야기가 없다고, 매번 이런 이야기만 해서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통화가 끝나자 주말 동안 집들이를 하며 먹은 온갖 것들이 얹혀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말의 평화가 죄스럽다.


매거진의 이전글18. 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