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별 것 아닌 일로 짜증을 냈다.
나는 무력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누나의 괄약근도 무력하다. 엄마는 병원의 작은 냉장고에 넘치는 음식이 부담스럽다. 둘째 이모는 냉장고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음식을 싸 온다. 감당하지 못할 것들이 넘친다.
누나의 기저귀 사이로 뭔가가 흘러나온다. 엄마는 말한다. “걱정할 것 없어.” 그저 엄마는 누나가 빨리 많이 먹고 많이 내보내고 건강해지길 바랐다.
고작 냉장고가 가득 찼다는 사실에 엄마에게 짜증을 낸 마음을 씻으며 설거지를 한다. 죄스러운 마음에 퐁퐁을 두 번 세 번 짜서 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씻어본다. 엄마의 손에 물 한 방울 묻히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씻어내도 기름때처럼 덕지덕지 후회가 붙어 있다.
병원을 나서려고 할 때 누나의 기저귀는 다시 넘치려 한다. 엄마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 가라며, 멀리 나가지 않겠다 하신다.
종일 쓸모없는 나무토막 같던 하루. 그런 자식에게도 엄마는 뿌듯하다는 듯, 남들에게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다. 자괴감과 엄마의 사랑 사이에서 나는 부족하고 넘친다.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