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피와 살

by 함완


"얼마 전에 감기 앓고 나서 살이 1.5킬로나 빠졌어."


엄마는 몸이 가난해지고 있다고 했다. 누나가 본가에 내려가고 누나의 병수발이 엄마의 몫이 된 다음부터였다. 엄마가 누나의 수족이 되면서 엄마는 살이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바빠서라기보다 아픈 딸을 앞에 두고 어떻게 밥을 편하게 먹느냐는 마음에서였다. 항상 당신은 죄인이라고 말했다.


"엄마, 단백질을 먹어야 해요. 그래야 피가 만들어지고 몸에 살도 붙어."


"엄마는 단백질이 뭔지 몰라."


엄마는 못 배운 게 평생의 한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자신이 멍청한지, 바보 같은지를 생각하며 자신을 타박하는 엄마를 볼 때마다 죄스러웠다. 엄마는 학교에 제대로 보내주지 않은 외할아버지를 항상 원망했다. 그러면서 왜 엄마는 힘들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아이고, 아버지”를 찾았다. “아이고, 엄마”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랑과 미움은 같은 크기로 자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백질이 뭐냐면 사람 근육이나 살 만드는 재료예요. 두부, 계란, 고기 같은 것에 많아. 아침에 두부 부쳐 먹고 계란으로 프라이 해 먹어야 돼요."


"그래. 두부랑 계란은 비싼 거 아니니까. 아침에 프라이 2개 정도 해서 먹어도 될 텐데."


비싸다는 말부터 시작한다. 사실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원한다면 충분히 고기 정도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버릇처럼 장 보러 시장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엄마의 레퍼토리였다.


자신이 얼마나 아끼며 사는지, 하지만 그럼에도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이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피력했다. 엄마는 아끼며 사는 게 그런 거라고 했다.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입고 싶은 거 안 입고 하니까 이 정도까지 사는 거라고 했다.


"엄마, 단백질 많이 먹어요. 피가 되고 살이 돼."


나는 해주는 거 없이, 미안하단 말을 조심스레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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