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모두가 죽고 싶었던

by 함완


할머니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설 수 없어, 몸을 질질 끌어서야 겨우 화장실에 간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며, 그만 살아야 한다고 한다.


치매로 남겨진 것보다 사라진 것이 많은 할아버지였지만, 생의 고통은 너무나 생생하였고 치매도 고통을 지울 수는 없었다. 만날 때마다 당신은 유언처럼 이제는 힘들다 살기 싫다며 간절히 죽음을 바랐다.


엄마는 예전에 할머니가 먼저 가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하루하루를 고통스러워하는 할아버지가 먼저 가야 한다고 하다가도, 그래도 두 분 다 가시면 안 된다 하신다.


하루 종일 몸을 흔들어대며 아파서 울부짖던 딸을 보며 엄마는 마른 눈물을 흘린다. 아프지 않게 떠나가면 좋겠다며, 죄는 당신이 달게 받겠다고 말한다.


우연히 들춰본 아버지의 일기에 당신은 이제 자신을 그만두고 싶다고 적었다.


누나는 자신이 올해에는 죽었으면 좋겠다 한다.


모두의 말을 듣고, 나는 나오려는 말을 꿀꺽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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