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엄마는 어땠어?

by 함완

엄마는 옛날이야기를 종종 해줬지만 엄마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해주지 않았다. 결혼 후의 이야기는 자주 들어서 거의 외우다시피 했지만 엄마는 그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몇 번을 물어봐도 얼버무리기만 했다.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안타까운 시절의 여파가 결혼 전까지 이어졌던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결혼 후에 당신의 삶의 의미를 재발견한 게 아니었을까 라며 가늠만 할 뿐이었다.


어느 날 본가에 내려가 엄마와 가게 앞에 앉아 있을 때, 엄마가 입을 열었다.


“엄마가 둘째 이모랑 서울에서 가발공장에 다닌 적이 있었어. 근데 서울에서 사는 것도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더라고. 그래서 다시 집으로 내려왔지. 혼기 넘은 여자가 뭐 해야겠니? 다들 시집가라고 성화였지. 그래서 선을 봤어. 그렇게 너희 아버지를 만난 거지.”


엄마는 말을 이었다.


“선을 보기 전에 네 할머니가 점을 보고 왔어. ‘당신 딸보다 두 살 더 많은 봄에 태어난 남자면 그냥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결혼시켜라’라고 점쟁이가 말했다는 거야. 근데 신기하게도 네 아버지가 범띠에 3월 생이잖아?”


그렇게 엄마는 청자다방에서 아버지를 처음 만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엄마는 말을 이었다.


“할머니는 좋았지. 네 아버지 봐라. 지금도 잘생겼지만 그땐 더 잘생겼었어. 게다가 몸도 크고 손도 커서 일도 잘하게 생겼지. 엄마 밑으로는 다 어린 동생들뿐이었으니까 할머니는 든든한 큰아들이 생긴 것 같은 마음이 들었을 거야.”


“엄마는 어땠어?”


“엄마가 봐도 괜찮더라고.”


엄마는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맑고 고운 얼굴로 기억을 되짚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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