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손 씻기

by 함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다 그날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씻을 수 없는 죄가, 씻을 수 없는 슬픔이 생각났다.


엄마 지갑에 손을 댔다.

오락실에 가고 싶었다. 엄마는 그런 데 돈을 쓰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돈은 의미 있게 써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지만 나는 어렸고 욕망이 윤리보다 언제나 앞섰다.


엄마 손으로 매를 맞았다.

울고 있는 나를 품에 안아주었다. 엄마는 내가 당신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엄마 품에서 밤을 먹었다.

밤을 반으로 갈라 티스푼으로 노란 밤알을 긁어내 입에 가득 넣어주었다. 노란 커튼 사이로 내리는 오후의 따뜻한 볕, 그리고 영원히 잊히지 않을 엄마의 품.


엄마는 내게 구원을 줬다.

그 풍경이 아니었다면 나는 영영 빛을 잃은 채 살아갔을 것이다. 내가 죄를 지어도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 내가 잘못된 존재여도 괜찮을 거란 확신.


엄마가 냉장고에서 나왔다.

엄마의 임종을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 잠시 곁을 떠난 사이 엄마가 돌아가셨다. 영안실 냉장고에서 나온 엄마는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말라 있었다.


사람은 차갑고 노랗게 죽는다.

누나도 그랬던가. 할머니도 그랬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수의 색처럼 엄마의 얼굴이 노랗다. 장례지도사는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한다. 엄마는 차고, 엄마는 영영 따뜻한 세계로 되돌아올 수 없다. 그 사실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잘못했어 엄마. 소리친다. 그간의 모든 잘못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차라리 내가 죽고 싶다. 엄마에게는 죄가 없잖아요. 죄는 제가 지었잖아요.


손 씻으세요.

입관이 끝나고 장례지도사가 손을 깨끗하게 씻으라 한다. 그저 엄마를 만졌을 뿐인데, 손을 씻어야 한다. 엄마의 마지막 흔적이 물에 씻겨 흘러 내려간다.


엄마는 떠난 뒤로 더 자주 찾아온다.

그게 완식 씨의 책임은 아닙니다.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완식 씨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아니잖아요. 물론 안타까운 일이에요. 엄마가 그립고 보고 싶을 수 있죠. 하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은 그 이상을 넘어서는 죄의식이자 자책이에요.


손을 씻을 때마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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