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허세 감성팔이남 겸허남01
팬들로 가득한 야구장에서
좋아하는 팀의 응원 구호를 마음껏 외치다 목이 쉬거나,
사람 숲을 뚫고 벚꽃 길을 누비며
사랑하는 이에게 인생 사진을 선물하며 기뻐하는,
혹은 북적이는 한강 시민 공원에서
1년 만에 원터치 텐트를 다시 치는 날이어야 했다.
봄에 입을 옷이 없다며 근교 아웃렛의 주차 줄에 동참해
차 안에서 투덜대며 30분 넘는 시간을 기다리고,
이제는 몸에 성한 곳이 없으신 아버지에게
손녀딸과 그저 밥 한 끼 나누는 소중한 추억을 남기는,
혹은 설레는 마음으로 책 한 권 끼고
공항으로 출발하는 날이어야 했다.
오후에 있는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마스크 따위가 아닌 봄날의 향긋한 미소만이 필요한,
그저 봄꽃 바이러스가 창궐한,
오늘은 원래 이런 날이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