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책방지기의 일과

기대감 없는 영업 첫 주(2)

by 하고싶은

책방 영업 2일 차.

오후 2시 12분. 아침에 비 온 뒤 아직 흐림.

어제는 첫날이라 문을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에 맞춰 가족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D-1.

잠들기까지 내일 출근해서 퇴근까지 뭘 해야 할까. 뭘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오기는 할까. 아직 포털사이트에 변경 등록한 게 승인도 안 되어 검색도 안되는데 문을 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잠들 수 없는 밤이었는데 가족의 응원으로 두려운 밤은 다시 오지 않았다.

오후엔 전 직장 동료의 방문으로 고요한 책방이 잠시 북적였다.

책방 영업 3일 차.

거리를 거니는 이들과 여기는 딴 세상인 듯 잔잔한 음악마저 고요한 것 같다.

나만 홀로 외딴곳에 있는 기분.

책방 영업 4일 차.

오후. 아침에 비 온 뒤 지금은 갬.

오늘은 내가 마실 커피를 한 잔 내릴 겸 핸드드립 영상 찍는 연습을 한 번 해보고,

핸드폰 거치대 조절을 한 김에 필사 영상도 한 번 찍어볼까 싶어 책장을 기웃거리던 중.

신랑과의 연애시절(이라고 하기엔 우리의 연애 기간은 생각보다 짧아서 신혼인 지금도 연애하는 기분일지도 -갑자기 자랑을) 선물 받은 책을 골랐다.

당시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특유의 위로, 힘내요,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던 터라 읽어봐도 술술 읽히는 만큼 마음에 와닿는 게 없었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책 제목부터 시선을 끌더니 위로를, 힘을 받았다.

나는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괜찮아, 어쩔 수 없지.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작가의 '잘잘잘' 같은 나의 또 다른 주문.

이미 엎질러진 물. 얼른 수습하고 얼른 다시 새로 하자.

그리고 또 나아가자는 의미인데 이 말은 지금의 나에겐 힘이 되어주지 못한 듯하다.

긍정적 의미를 담은 말이 어쩐지 포기하는 듯하다.

그래서 책방을 준비하며, 지금 영업 시작 4일 차인 내 입에선 나오지 않는다.

잘하고 있어서 나오지 않는 것 같진 않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같지도 않고.

현재의 나는 어떤 상태일까.

계속된 비와 흐린 날씨에 영향일까,

오늘은 고요한 이 책방을 홀로 지키며 생각이 어디까지 뚫고 들어가는 것인지 나를 갉아먹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기 전의 나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해도 말리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는 모르지만 벌써부터 후회하고 있지 않다.

이제 시작인걸.

앞으로 1년 지치지 말고 매일매일 어제의 너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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