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책방지기의 일과

저와 같은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길 바라봅니다.

by 하고싶은

우리 책방은 주택가로 들어가는 골목에 있다.

처음엔 부대카페골목 근처에 있다고 설명했는데, 지금은 부대먹자골목으로 탈바꿈하여(어느새. 원래 준비되던 건데 그 찰나에 내가 들어온 거겠지) 그 골목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지만 눈에 띄는 곳은 아니기에 이곳은 딴 세상 같다.


어느 저녁. 문을 닫기 20분 전.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

책방 근처에 사신다고 한다. '임대'라고 붙여놓은 것이 떨어지고 무엇이 생길지 궁금했었는데, 생기고 나서도 어떤 곳인가 했는데(간판을 좀 늦게 달았다) 서점이 생겨 한 번 와 보셨다고.

옛날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요즘엔 책을 오래 보면 눈이 피로해서 잘 안 보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장에 꽂힌 책 중 읽어보신 책도 이야기해 주시고, 신간을 추천받고 싶어 하셨다.


처음엔 눈 이야기를 하셔서 조금 얇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으로 추천하였으나 아무래도 흔히 들어본 작가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표지가 조금 가벼워 보였을까? 다른 책을 원하시는 듯 보였다.(이때 추천한 소설은 <좋은 곳에서 만나요>)


그래서 2025년 감명 깊게 읽은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을 추천했다.

나에겐 의미 있는 소설이어서 대강의 이야기와 어떤 점에서 추천했는지를 설명드렸다.


책을 보시고 구매해 가셨는데 그러고는 그날 하루 잠들기까지 계속 뭔가 마음에 걸렸다. 커피처럼 개인의 취향을 참 많이 타는 게 책인데, 내가 추천한 책이 마음에 드셨을까? 읽어보다 생각과 달라서 내려놓진 않으셨을까? 괜히 추천을 해서,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 줄 몰랐다.

그냥 옆에서 말만 거들어도 아니면 줄거리만 대략적으로 알려드려도 됐을 것 같은데.

참 뭐든 쉽지 않다는 걸 오늘 또 한 번 느낀다.


저와 같은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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