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책방지기의 일과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진다.

by 하고싶은

누수가 생겼다.

처음엔 조금씩 정말 잘 모를 정도였으나 3주가 지난 지금,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똑. 똑. 똑. 똑. 3초인가 5초인가 한 방울씩 벽으로도 가기둥 안으로도 흐른다.

이제 그 기둥으로 흐른 물은 스며들다 못해 고여 똑똑 소리가 들린다.

그 고인 물은 바닥의 데코타일 틈새로 다시 삐져나온다.


2월 12일 누수를 처음 발견한 날.

바닥에 고인 양 손바닥 만한 크기의 물은 너무 작고 생각지 못해서 어제 화분에 물을 주다 내가 흘린 물인 줄 알았다.

닦아내고 잠시 후 다시 생긴 작게 고인 물.

천장을 보니 물이 똑똑 떨어진다. 옆으로도 흘러 벽이 젖어있다.

하아. 옛날에 누수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4년 넘게 아무 일 없다는 말에 괜찮겠거니 하고 들어왔는데 그 이력을 듣고 들어온 내가 한심하다.


그래서일까 어차피 며칠 후, 설 연휴에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와 바빠진 핑계로 책방 일은 잠깐 잊었다.

다시 출근할 때가 되어선 치과를 가야 한다는 핑계로 문을 열지 않았다.

모임도 진행하지 않았다.


책방에 가만히 앉아서 저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이 공간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손님 한 명 없는 하루여도 화분에 물을 주고, 음악을 듣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이 공간에서 바쁘게 지내던 내가 없어졌다.

진짜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고민이라기보다는 책방을 1년 더 연장하고 싶어 주변에 조금씩 알리고 있었는데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하고 싶다는 마음의 불씨가 저 누수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에 다 꺼졌다.

꼴도 보기 싫은 물방울.

듣고 싶지 않아 피하고 있는 저 똑똑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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