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입 ep 2.

나는 다른 이의 삶에 관심이 없다.

by 와온

출근해 보니 내 책상 위에 편지 한 통이 올려져 있다.

사서함 번호가 적혀있으니 이런 경우 대부분 수용시설에 온 고소장이나 진정서가 내게 배당된 것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은 받는 사람에 내 이름 석자가 손글씨로 또박또박 쓰여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것은 아니다.

기억에 없는 이름이다. 누구지?

편지봉투를 열어보고서야 누가 보내온 편지인지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이름은 낯설다.



보름 전쯤 동석 조사관으로 참여한 팀 동료의 접견 조사에서 봤던 친구였다.

그는 미결수여서 재판을 앞두고 있었고, 어떤 이의 고소로 우리 팀에 배당된 사건의 피의자였다.

담당 조사관은 같은 팀 백 형사이므로 그날 나는 그저 백 형사가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동안에 가만히 곁에 앉아 있었다.


20대 중반인 그는 딱 봐도 덩치가 있고 수형복 소맷단 끝을 삐져나온 문신 때문에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그 나이에 이미 몇 번의 실형 경험도 있었다.

신문조서 작성을 마치고 마무리를 위해 백 형사가 이런저런 정리를 하는 동안 달리 할 말도 없는데, 내 그놈의 '사운드 공백' 강박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하고 있는 재판은 어떻게 될 것 같냐.’, ‘수용실에서 어려움은 없냐.’, ‘부모님은 면회 오냐.’, ‘영치금이나 영치품은 누가 넣어 주냐.’


괜한 질문을 했나 싶은 대답이 돌아왔다.

몇 번의 수형생활을 했기에 이제는 사람 되라며 찾아오는 이도 없고, 홀어머니는 암투병으로 위중하셔서 수감 이후 한 번도 뵙지 못했단다.

초범이 아니니 나중에라도 가석방 기회가 없어, 혹시 어머니 돌아가시면 임종도 지켜보지 못할 처지가 되었다는 말을 덤덤하게 했다.

그러니 영치금이며 영치품은 언감생심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별귀휴도, 이전 수감 생활 때 특별귀휴하였다가 도망친 전력이 있어 아예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괜히 물었다 싶었다. 홀어머니... 홀어머니....

죗값은 꼭 몸으로만 치르는 것은 아닌가 보다는 생각을 다시 했던 것 같다.

교도관 편으로 그 친구를 들여보내고, 백 형사와 나는 수용동 접견실을 나왔다.

차를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이유 없이 마음이 편치 않다. 홀어머니... 홀어머니...

영치품이나 영치금이 교도소 같은 수용시설 생활에서 어떤 효용이나 쓸모가 있는지 조금 아는 나로서는 그냥 흘려 들리지 않았다.

역시 괜히 말 걸었다. 젠장.....

잠시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에이......'

민원실이 있는 본관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형님, 어디 가세요?’ ‘담배 피우러 가세요?’

백형사가 부르는 소리에 잠시 고개를 돌려 웃어 준 뒤, 곧장 민원실 옆 매점으로 갔다.


사건기록을 뒤져 그 친구의 주민번호를 찾아 그 앞으로 과자며 두유, 소시지, 사탕 등을 넣어 주고 핸드폰 페이로 결제를 했다.

나의 오지랖이란... 정말.

하루 영치품 제한 금액이 있으니 많이 넣어 줄 수는 없었다. 그건 교정기관의 다행스러운 조치로써 감사드리는 바이다.



그 일이 있은 지 보름 만에 도착한 편지다.

그 친구는 내 이름도 모르는데 내가 넣어 준 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도 경찰관 접견 후에 영치품이 들어왔고, 함께 딸려 온 영수증의 영치인 이름을 보고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낸 듯하다. 무서운데?

고맙다는 편지였다.

반성도 하고 나처럼 자기도 남을 챙기며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과 어머니의 여생을 돌보고 싶다는 희망도 적혀 있었다.

​"사실 나는, 그의 말을 믿지는 않는다. 그러든 말든......

영치품을 넣어 준 건 내 마음 편하자고 한 일이고, 그걸 받고 좋은 기분이 들어서 이런 편지를 적어 보낼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면 그 친구 좋은 것이니.

그저 나와 그 친구 서로의 마음에 작은 점하나 찍은 것으로 족한 것 아니겠나.


나는 답장하지 않았다.


​"본문의 이미지는 작가가 AI와 협업하여 시각화한 기록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감정이입 ep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