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사람의 인생에 관심이 없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 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경찰은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두고 이를 나누어 수사업무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은 발생한 사건 그 자체를 중심에 두고 가해자의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사건에만 집중한다.
강도, 절도, 폭행, 사기, 횡령, 배임 등등
형사나 일반 수사부서는 그렇게 일을 한다.
그런데 내가 몸 담고 있는 여청수사는 조금 다르다.
젠더기반 폭력사건을 주로 담당하는데,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노인학대, 스토킹, 교제폭력, 소년범 등
사건의 특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관계성 범죄이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 안에 놓여 있고, 그 관계의 장 안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구조를 갖는다.
그리고, 조사과정에는 다른 형사사건에는 없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하고, 송치 후 법원의 보호처분(가정보호, 아동보호, 소년보호 등)을 위한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 지면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여청수사업무 절차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정도로만 그 특성을 간략히 말해 둔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지금부터다.
이것은 나의 하소연, 나의 투정, 나의 변명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여타 수사, 형사 부서와 달리 여성수사업무를 하게 되면 피해자보호와 법원의 보호처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건 자체와 사건 발생 당시의 가·피해자의 상황뿐만 아니라 이들의 관계와 처한 환경, 관계의 서사, 사건 발생 전후의 맥락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수사현상에서 가·피해자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이상의 노동으로서 당사자들의 인생을 깊고 넓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나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흔한 레토릭으로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고 하지 않나.
그거다. 타인의 인생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는 것.
그것도 날 것으로...
드라마나, 영화처럼 작가와 감독의 여과와 해석, 대신 설명해 주는 교훈이나 여운 같은 것 없이 날것을 그대로 직면하게 된다.
구차하고, 남루하며, 궁상맞은..... 굳이 비유하자면, 이렇다.
단전되어 컴컴한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차려진 온기라고는 없는 밥상 위, 남겨 둔 밥에서 나는 쉰 냄새 같은 인생.
사실 내 유년 시절의 모습과 닮았다. 그 초라함은.
이런 때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의 감정이입은 시작되고,
그 구차함과 그 남루함과 그 궁상맞음은 나의 것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심 가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본문의 이미지는 작가가 AI와 협업하여 시각화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