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효녀다
우리 부부가 지금도 23살짜리 딸아이를 부를 때 쓰는 애칭이다. 딸랑구.
우리 수사팀에는 마침 같은 동네에서 고만고만하게 떨어져 살고 있는 동료들이 나를 포함해서 7명쯤 된다.
그간 말만 하다가 △△팸(나는 무슨 가출팸 이냐며 그 이름을 반대했었다)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우리끼리 첫 회식을 했다.
다들 집 근처라고 하지만 회식 장소가 하필 우리 집에서 걸어가기는 먼데, 대중교통도 없어서, 와이프 외출하는 차에 딸랑구가 얹혀 모녀가 나를 데려다주었다.
딸랑구가 기분이 좋은지 회식 마치면 자기가 친히 데리러도 와 주겠단다. 웬일?
‘진짜?’
‘전화해.’
‘오케이~~ ^^’
연배가 나와 얼추 비슷한 이들도 있고, 팀 내에서 사교성 좋은 젊은 친구들이 마련한 자리니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행이 2차로 옮긴 자리가 우리집과 가까웠다.
나는 딸랑구가 데리러 와 주겠다는 말을 분명, 그것도 아주 분명히 들었기에 조금 기분이 좋아서 동료들에게 은근슬쩍 딸 자랑도 해가며 술잔을 주고 받았다.
술자리를 파하고, 다들 손 짓, 발 짓으로 인사를 나눈 뒤 뿔뿔이 흩어졌다.
딸랑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데리러 온다며, 양보할 테니 동네 입구까지만 나와라. 크게 바라는 것 없다.’
‘안돼.’
‘아까. 데리러 온...’
‘춥다.’
‘분명히 니가 먼저...’
‘맘 바뀌었다. 게임 시작했다. 끊어.’
내 이럴 줄 알았다. 나쁜 놈.
내는 지한테 우째했는데!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지가 데리러 오라카면 내는 불원천리 달려갔는데.
자다가도 일(일어) 나서 갔는데.
강원도 잼버리 가서 모기 때문에 괴롭다고 울면서 그 새벽에 전화했을 때,
‘아빠 지금 출발하면 새벽 4시쯤 도착할 수 있다. 기다리라’했다가 지 엄마한테
등짝 스메싱도 맞았는데, 지가 먼저 오겠다고 해 놓고....
그래, 내 이리 될 줄 진작에 알고 에어팟 챙겨 왔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주섬주섬 에어팟을 귀에 꽂고 지니뮤직을 재생했다.
최근 원픽이 되어 반복 재생 중이던 에피톤 프로젝트(Epiton Project)의 첫사랑(first love)이 흘러나온다.
‘♪♬♩.... 넌 나에게 매일 첫사랑, 봄 눈이 오듯 그렇게 나는 기다려... ♩♬♪’
그래 에어팟이 효녀구나.
에어팟이 내 맘을 아는구나.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집으로 가는 길. 그런데, 딸랑구한테 뽀뽀할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고3 딸내미 공부 방해하기)
p.s. ‘엄마~아! 아빠가 또 나보고 년이래~에~’
와이프의 가자미 눈이 내 등짝을 훑고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