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가

by 와온

나는 자주 혼란을 겪고, 자주 실수한다.

관계로 얽힌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관으로서 개별 사건에 대한 나의 감정과 생각은 관계의 장 속에서 펼쳐진 삶의 전모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시선이 고정되어 얼굴을 돌리지 못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은 아주 평범한 날, 슬며시 열리는 수사팀 자동출입문 너머로부터 시작되곤 한다.



한 노인이 들어왔다.

내 자리는 출입문과 멀찌감치 떨어진 맞은편 창 쪽이라 그 노인을 맞이한 것은 우리 팀 백형사였다.

어떤 용건으로 방문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젊은 백형사보다는 나이 든 내가 그 노인을 응대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흔한 감색 작업복 차림으로 왜소하고 구부정했지만 그리 연로해 보이지는 않았다.

노인은 가정폭력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다.


조용한 진술녹화실로 안내한 뒤 노인에게 나를 소개했지만 노인은 가만히 고개를 떨군 채 기름때 낀 손을 앞뒤로 비비면서도 선뜻 말문을 열지 못했다.

‘아내 분과 다투셨어요?’

그런 일이 흔했으므로 나는 가볍게 인사 삼아 말을 걸었다.


노인은 아들의 폭력 때문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시작으로 그간 겪었던 고초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마흔 살이 넘은 아들에게 십여 년을 수시로 폭행과 모욕을 당하며 노부부가 살고 있다는 말, 자신이 죽어야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며 긴 한숨을 여러 번 뱉어 냈다.

아내가 아들과 집에 남겨져 있으며 아들이 경찰 신고를 눈치챌까 봐 이날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출근한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겨우 빠져나와 이곳에 이르렀다고 했다.


노인이 설명하는 아들의 폭력은 잔인하고 비열했다.

일흔을 바라보는 노인이 기름 묻혀가며 손 아프게 벌어온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도 백수 신세인 아들은 수시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폭행했다고 한다.

고된 노동 후 돌아와 앉은 밥상에서 노인은 아들로부터 ‘밥이 넘어가냐’는 모욕과 함께 뒤통수를 얻어맞거나 발로 차이고, 이를 말리던 노인의 아내는 아들로부터 연이어 폭행을 하다가 오줌을 지리기도 했단다.


단지, 기분이 나쁘다거나 말대꾸를 한다는 이유로, 혹은 꼴 보기 싫다는 이유로, 혹은 돈을 달라고 했는데 용처를 물었다는 이유로...


조울증을 앓고 있어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롯해 그 아들의 폭력은 어떠한 설명이나 부연으로도 이해될 수 없는 것이었다.

왜 그동안 신고하지 않으셨냐 물으니 15년 넘게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의 장래를 가로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노인이 폐쇄된 아파트 공간에 갇혀 건장한 아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며 느꼈을 공포와 좌절, 무기력이 고스란히 느껴졌었다.

‘이 자는 구속시켜야겠다.’


내가 이러한 결심을 더 굳히게 된 것은 노인이 자신의 차량 트렁크 맨 밑바닥에 까만 비닐봉지와 신문지로 겹겹이 쌓아 싣고 다닌 농약병과 밧줄을 내 눈으로 확인했을 때고, 남편을 폭행하는 아들을 말리던 노인의 아내가 ‘너네 아버지 다치면 누가 돈 벌어오냐. 그만 좀 해라’고 하자 그제야 때리기를 멈췄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노부부를 살리기 위해서 이 자는 반드시 구속시켜야 한다.’


나는 팀원들을 불러 모아 대략의 사건 내용과 수사진행 방향을 설명하고 아들을 노부부와 분리시키기 위한 법원의 결정을 요구하는 신청과 구속영장 발부를 위해 필요한 세부 사항들을 지시하며 각자의 업무를 분담시켰다.

‘아들이 장교 출신이고 운동을 많이 해서, 경찰관이 여러 명 가야 할 겁니다’ 며 사건의 현장이기도 한 노인의 집으로 가는 우리의 안전을 노인은 걱정했다.

집 안에 남아 있는 아내의 신변 안전을 걱정하며 조심스레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막상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선 현장에서 마주한 아들은 우리 경찰의 요구와 지시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이 왜 이곳에 왔고 지금부터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앞으로 사건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설명할 때 아들은 우리들에게 둘러싸여 거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네, 네’라는 짧은 대답만 반복했을 뿐이고, 자기 방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그 희고 깨끗한 플레이스테이션 4 게임기를 들다마다 하더니 몇 벌의 옷가지와 휴대전화 충전기만을 챙겨 제 발로 퇴거 조치를 받아들였다.


팀원들로부터 한 걸음쯤 뒤에 서서 그 모습을 관찰하는 나는 더 분노를 느꼈다.


부릅뜬 내 눈을 그자가 쳐다보길 바라기도 했다.

‘비겁한 놈, 저항할 힘이 없는 늙은 부모에게는 그리도 비열하더니, 들이닥친 경찰관들에게는 아무런 말대꾸조차 하지 못하나.’


그러나, 실질심사를 받은 후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구속의 요건으로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장이 기각되던 날 오후, 아들을 석방했다. 다만, 여전히 접근금지 상태는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노부부에게 아들이 당분간은 돌아갈 수 없었다. 아들은 퇴거를 당한 그날 이후 모텔을 전전하다가 따로 거처를 마련했다. 그 모든 것에 소요된 비용은 손마디 마디가 굵어지고 휜 채로 벌어 온 노인의 삯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노인의 아내, 아들의 어머니.

아들의 폭행에 겁을 먹고 오줌을 지렸다고도 했고, 맞은 귀가 들리지 않아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같이 산책 중에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길 한가운데서 뺨을 때리는 아들을 피해 도망도 쳤었노라 진술했었다.

그 지옥의 굴레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으로 남편과 함께 죽을 생각도 여러 번 했었노라고도 분명히 나에게 말했었다.


그럼에도, 아들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고 남편을 설득해 아들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들의 조울증 치료에 전념하며 성실히 돌보겠다는 약속과 함께.


우리 팀은 서둘러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검찰로 불구속 송치함으로써 종결처리 했다.


내가 본 것은 분명한 아들의 폭력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종결’ 하지 못했다.


p.s.
노인의 아내에게 공포는 아들의 폭력이었을까. 아니면 그 폭력으로 망쳐질지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 아들의 인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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