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에서 묶는 신발끈은 항상 한번에 꼼꼼하게 조이기가 어려웠다. 경기 시작 전 간단하게 몸을 풀고 온 탓에 옆사람의 숨소리가 꽤나 크게 들렸다. 다같이 경기장을 크게 3바퀴 정도 뛴 우리 팀은 적당한 긴장감에 휩싸여 시합 전 개인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몇몇 선수들은 의자에 발꿈치를 올리고 허벅지를 꾹꾹 누르며 스트레칭했고 건너편의 한 선수는 고개를 허벅지 사이에 박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신발끈을 몇번이나 고쳐 묶고 있는 나는 등과 허벅지에 흐르는 땀줄기를 느꼈다.
이번 경기는 우리 팀에게 특히나 중요한 경기였다. 이전 3번의 경기에서 연패를 기록한 우리는 이제 구단측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었다. 선수들 연봉협상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구단에게 쓴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내년 수입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이었다. 이틀 전 구단의 이야기를 코치에게 전해들은 우리 팀은 오늘 그 어느 때보다도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스트라이커의 표정은 긴장, 부담, 다짐 등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야, 모여봐.”
수석코치가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경기 시작 20분 전이었다. 우리는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섰다.
“어제 내가 말했지. 구단측에서 말 나온다고. 오늘도 지면 진짜로 내년 연봉협상에 문제 생긴다 너네. 나 때문에 말하는 게 아니고 너네 생각해서 말하는거야. 잘하자 오늘.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말하기 전에 입 싹 닫게 만들자고!”
수석코치가 선수들이 만든 원 안을 돌아다니며 말했다. 말을 끝마치면서 선수들 사이로 들어온 수석 코치는 짧게 한마디 했다.
“야 화이팅 한 번해. 위로”
선수들이 기다렸다는듯이 손을 가운데로 모았다. 경기 때마다 하는 화이팅이었지만 이만큼 모두가 결연한 표정으로 임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주장이 경기를 잘 마치자는 의미의 몇 마디를 던지고 나서 우리는 다같이 구호를 외치며 손을 높이 올렸다. 몇 분 뒤, 우리는 서로 친한 선수들의 등을 툭툭 치는 것으로 무언의 화이팅을 던지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상대팀은 이미 경기장에서 공을 차며 몸을 풀고 있었고 우리가 나타나자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벼운 뜀박질로 각자 서로의 포지션에 맞게 자리를 찾아갔다. 양팀 모두가 자리를 잡고 나서 심판이 중앙으로 달려왔다. 우리의 선공이었다. 수비진에서 ‘나이스!’하는 소리가 몇몇 들렸다. 주장이 공을 받들고 경기장 정중앙에 내려놨다. 모두가 숨죽인 순간 심판이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주장이 저 공을 차는 순간, 시작된다. 내년 연봉협상을 넘어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이 경기가.
이것이 바로 킥오프다. 실제로 축구에서도 사용되는 이 단어는 프로젝트의 시작을 의미한다. ‘킥오프미팅’이란 광고대행사 및 마케팅 대행사가 브랜드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는 미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