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S.E.O
“야, 아니 고백을 하라니까? 암만 그렇게 멀리서 쳐다보기만 하면 답이 나오냐?”
“아씨 고백은 못하겠다니까! 지금까지 뭘 들은거야 미친놈이”
벌써 2시간째다.
간만에 야간 강의가 없는 수요일, 오랜만에 집밥 먹을 생각하며 학교 언덕을 내려가던 나는 도훈의 카톡 한마디에 잡혔다.
‘저녁 ㄱ? 내가 사줄게. 너 먹고 싶은걸로.’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도훈의 의도는 간단했다. 같은 강의를 듣는 여학생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 팀프로젝트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해결은 간단하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 그 여학생도 내가 맘에 드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부딪혀야 답도 나오는 법이다.
“뭘 망설여 그러면. 좋아한다고 말해. 생판 모르는 사이에서 갑자기 말하는 것도 아니어서 부담도 덜하겠네 뭐.”
도훈이 신나게 말하던 입을 꾹 닫고 귀 뒤를 긁적거렸다.
“근데 그걸 못 하겠어.”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이것이 2시간 가량 지속된 실랑이의 시작이었다. 고백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 사람은 좋다. 이걸 지금 나에게 연애고민이라고 털어놓는 건지…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 불러 놓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일장연설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건지..
“야 하기 싫으면 하지 말어 새끼야. 나 갈래.”
“야야 잠깐만, 경호도 불렀어. 좀 있으면 온대.”
경호.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 연애 카운슬러로 불리는 경호는 8년된 여자친구와 사귀며 주변 남자동기들의 연애사업의 기반을 마련해주곤 했다. 아무리 경호라도 이 답 없는 친구에게 해결책을 줄 수 있을까?
몇 분 뒤, 술집으로 경호가 들어왔다. 도훈은 오른팔을 휘휘 저으며 경호에게 우리 자리를 알렸다. 경호는 자리에 앉아 도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치전을 연신 집어먹었다. 도훈의 이야기가 끝나자 경호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막걸리를 한 잔 들이켰다.
“흠… 일단 눈에 띄어. 그게 중요해.”
“응?”
“자, 너가 정 고백을 못하겠다면 그 친구와 이어질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방법은 자꾸 눈에 걸리는 거야. 봐봐.”
경호가 젓가락에 막걸리를 살짝 찍어 테이블에 3개의 막걸리 방울을 만들었다.
“걔가 만약에 지금 외롭고 자상한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어디서 자상한 사람을 찾기 시작할까? 걔 주변부터 시작이지. 적어도 학교, 알바, 동아리 이 정도는 있을거야. 그렇지?”
도훈과 내가 빛나는 눈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근데 이 장소들에서 본 적도 없는 사람, 자상한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걔가 남자친구 후보로 삼을까? 절대 아니지. 한번이라도 눈에 걸렸던 사람들이 후보군이 될 거란 말이야. 물론 자주 눈에 띌수록 좋고. 어? 이 사람 뭐지? 이 사람 뭔데 자꾸 눈에 띄지? 이런 생각이 들 게 해야한다는 말이지.”
“오호~”
“개인적으로 너가 니 성격, 니 비쥬얼에 자신만 있다면 너를 많이 보여줄수록 그 사람이 너에 대한 호감이 생길 여지는 있다는 거지. 아 물론 그 여자애가 남자친구를 사귈 마음이 있고 너가 고백은 도저히 못하겠다는 가정하에.”
경호는 말을 마치고 김치전을 다시 하나 집었다.
“야이씨… 이경호!!!”
도훈이 경호를 옆에서 껴안으면서 마구 흔들었다.
“아 그리고 그렇다고 너무 온갖 곳에서 보이지는 말고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공짜 연애강의를 들은 나까지도 수업료를 내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것이 바로 S.E.O다. S.E.O란 Search Engine Organization의 약자로 직역하면 ‘검색엔진 최적화’를 뜻한다. 즉, 검색 엔진에서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노출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브랜드(도훈)가 소비자(여학생)의 소비를 유도하려면 우선 원하는 키워드(자상한 남자)를 검색했을 때, 눈에 잘 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수많은 브랜드들 중에서도 검색엔진에서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 되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 그것이 S.E.O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