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주(mirage)는 프랑스어로 '신기루'다. 사막 깊숙한 곳에서, 흔들리 듯 나타나는 오아시스의 환영. 그러나 미라주에 3이라는 숫자를 붙이면, 전투기가 된다. 몹시 빠르면서 날카롭고, 세련미가 가미된 삼각 날개 전투기. 프랑스의 마르셀 닷쏘 사(社) 전투기다. 마르셀 닷쏘라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따 만든 회사.
삼각날개, 미라주 3. 출처: frenchwings.net
마르셀 닷쏘. 유태계 프랑스 인이다. 그러나 이름은 원래 자기 게 아니다. 마르셀이라는 훠스트 네임만이 진짜이고, 닷쏘는 나치 치하에서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던 그의 형 폴의 암호명. 나치가 물러가고 회사를 부흥시킬 때, 그는 닷쏘를 뒤에다 붙여 개명을 하고, 회사 이름도 그렇게 짓는다. 마르셀 닷쏘 항공기 제작회사.
그리고 그는 영어의 앗쏘(돌격)와 같은 의미의 닷쏘처럼, 정열적이며 공격적으로 전투기에 달라붙어, 프랑스 최초의 제트 전투기인 우라간을 성공시키고, 뒤이어 미스테르 시리즈를 제작, 조국 프랑스 공군은 물론, 이스라엘과 인도 등에 성공적으로 수출을 한다. 그리고 마하 2에 도전한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영광, 미라주 3다. 세상 사람들이 신기루라는 본래 뜻보다, 전투기 이름으로 더 많이 아는 미라주. 마르셀 닷쏘는 그래서 자기가 이런 특이한 이름을 붙인데 대해, 특별히 이렇게 설명한다.
"적이 쳐들어 올 때, 미라주는 신기루가 되죠. 보이기는 하나 실체가 아니기에, 격추가 안 됩니다. 이때 미라주는 반격에 나서죠."
마르셀 닷쏘, 닷소 사의 유일한 비(非) 델타 익 전투기 미라주 F-1과 같이 있다. 출처: france3-regions.francetvinfo.fr
미라주가 나온 게 한국전쟁 때문이라고? 그렇다. 그 전쟁으로 인해 미라주가 잉태되었고, 델타 익의 전설이 생겨났다. 한민족에겐 끔찍했으나, 당시의 전투기 설계자와 용병자들에겐 매우 다른 의미로 다가 온 전쟁이었다.
미그 15의 출현이 있었다. 이 소련제 기체는, 지금까지 서방 쪽 사람들이 품어왔던 전투기 필로소피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빠르고 날쌔며, 상승력도 아주 좋았다.
미그 15, 한마디로 말해 작고 재빨랐다. 출처 : aviation-history.com
전투기가 흠모하는 첫째, 둘째, 셋째 조건을 다 갖춘 녀석. 스피드, 상승력, 그리고 기민한 운동성. 그렇게 되려면 첫 번째로 대두되어야 하는게 가벼운 몸체였다.
지금까지의 크고 무거웠던 전투기들과는 다른, 기체의 경량화!
한국전쟁 이후 전 세계에 경전투기 바람이 불어온 게, 바로 이 까닭이다. 미국의 F-104 스타화이어도 바로 그 풍조 속에 시작된 전투기이며, 영국의 작은 회사 홀란드가 시작한 '미사일도 피하는' 초경량 낫트의 발아도 그때였다. 프랑스도 이 풍조에 휩쓸린다. 그러나 미, 영과 달리 개인 회사가 아닌 공군이 직접 나선다.
"무지 가벼운 경전투기를 만들어라."
이게 바로 닷쏘 사의 미라주 1이다. 아직은 미라주 3이 아닌 미라주 1. 그래서 몹시 작았다. 영국에서 수입한 꼬마 엔진 2개에다 작은 몸체, 그래서 기체 중량도 가벼웠다. 그러나 아무리 작아도 다른 전투기와 구별되는 게 있었다. 델타 익이라는 삼각형의 날개였다.
지금의 '라팔'까지 이어지는 프랑스의 델타 익 전투기, 종(種)의 기원(起源) 미라주 1. 출처: aviadejavu.ru
그런데 프랑스 공군의 태도가 싹 바뀐다. 영국 공군이 낫트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듯, 프랑스 공군도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경전투기의 열풍이, 빠른 시간 안에 식어버린 탓도 있으나, 만들어 놓고 보니 너무 작았던 것이다.
'저걸로 뭘 할까?' 연료는 어디다 집어넣고, 기총과 총알은? 거기에 또 꼬리도 없다. 닷쏘 사는 할 수 없이 조금 큰 기체를 설계한다. 이게 미라주 2다. 그러나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서의 설계였다. 이게 성공할 수 있을까? 또 공군이 채택 해 줄까? 이때 미라주 2를 끝까지 붙잡고 있을 이유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라주의 장래 운명을 결정짓는 일!
스위스의 '리켄바하'라는 곳에서였다. 당시 스위스에는 나치 독일의 소멸과 함께 국경을 넘어온, 수많은 독일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중 제트 엔진을 모여 연구하던 일단의 망명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 빛 볼지 모르는 기약 없는 상태에서 작업장을 하나 마련, 굉장한 엔진을 설계하고 있었다. 아타(ATAR)라는 엔진이다.
독일 엔지니어들이 만든 아타 엔진. 직경이 작아 날씬해 보이는데, 바로 뒤에 있는 건, 전환 훈련기인 미라주 3B다. 출처: super-mystere.net
ATAR는 다른 게 아니라, '리켄바하 항공 기술 작업소' 뭐 이런 뜻인데, 맨 앞의 A가 바로 작업소라는 의미의 아뜰리에 이고, 마지막 R은 그들이 사는 곳 리켄바하가 된다.
그리고 이 엔진은 프랑스 공군, 마르셀 닷쏘 사와 연결이 된다. 프랑스 인들이 어떤 타입인가? 몹시나도 실용적인 인간들. 나치 독일의 FW-190 전투기를 자기네 공군에서 쓰기도 했었고, 5호 전차인 판테르도 육군 기갑부대에 장비한 것처럼, 닷쏘 사는 즉각 '히틀러의 전쟁'을 수행했던, 독일 기술자 집단의 엔진 설계를 채택한다. 물론 공군도 오케이!
당시로선 상당히 기술적이며 파워도 컸기 때문이다 또 장점이 하나 있었다. 직경이 작다는 거. 이는 기체를 매우 날씬하게 뽑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하고, 날씬해지면 공기저항이 작아진다. 저항이 작아지면 당연히 속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필자는 과거 집안 거실에 수백여 대의 1/48, 1/72 프라모델 비행기가 있었다. 각자 두었을 땐 감이 잘 안 오지만 한 데 모여 있으면 그 크고 작음의 차이가 훨씬 와 닿는다. 미라주는 상당히 날씬하다.) 당장 미라주 2는 설계대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설계가 시작된다.
미라주 3다.
1956년의 늦가을, 드디어 미라주 1보다 2~30프로 확대된 삼각 날개가 날아오른다. 진정한 의미의 초 비행이었다. 뒤이어 곧 마하 1.5에 도달하고, 이번엔 꼬리 하면에 로켓 모터를 달고 마하 1.9를 마크한다(미라주는 초기에 로켓 모터를 달았다). 그리고 대망의 마하 2 돌파!
유럽에선 아직 어느 나라도 돌파하지 못한 굉장한 속도였다. 당연히 프랑스 공군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고(go) 사인을 내린다. 먼저 10대 주문, 뒤이어 줄줄이 발주! 미라주 3C형의 탄생이다. 요격 전문 인터셉터.
왼쪽으로부터 경량 전투기로 개발한 미라주 1과 미라주 3 프로토타입, 그 옆이 이스라엘이나 남아공이 도입한 3C. 출처: faqs.org
뒤이어 다용도 미라주가 나온다. 폭탄도 싣고 여러 가지를 하는 다기능 전투기. 미라주 3E 다. 마르셀 닷쏘는 이제 한시름 놓는다. 어쨌든 큰 거 한 건 했으니까. 그래서 공장에서 굴러 나오는 은색의 기체를 보며, 회사 간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도 말고 2백 대만 만들어졌으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프랑스 공군에서만 500여 대가 채용됐으며, 외국 채용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주문이 줄을 이었다. 1960년 초기에 마하 2.2의 전투기는 대단한 존재. 더군다나 지금처럼 종류가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당시의 제법 돈 있는 나라나, 국방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들은 이게 필이 꽂힌 거다.
그 첫 번째가 이스라엘이었다. 한꺼번에 86대! 미라주 3CJ다. C뒤에 붙는 J는 Judee라는뜻으로, 유대인을 가리키는 프랑스 말. 그리고 이것은 닷쏘 사와 헬 하비르(이스라엘 공군)의 운명적 만남이었다. 그런데 당시 그걸 누가 알았을까?
이스라엘의 미라주 3CJ다. 제3차 중동전에선 사막 색 위장이 아닌, 이렇게 공장에서 그대로 나온 듯한 실버 메탈로 전투에 돌입했다. 출처: airwar.ru
뒤이어 스위스에서 대량 주문, 그다음은 아프리카의 백인 정권 남아공이었다. 아파르트 헤이트 정책을 씀으로 해, 점점 고립돼 가는 그들에겐, 무력이 생존의 백본(back born)이었고, 프랑스와 닷쏘 사는 국제적 비난 분위기 속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수출한다(이게 무기 시장에서 프랑스 스타일이다. 인권보다는 세일즈, 그리고 달러!).
다시 또 지구 반대편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주문이 들어온다. 호주였다. 국기에다 영국의 유니언 잭을 그려 넣을 만큼 충실한 영연방이었으나, 영국에는 마땅한 기체가 없었기 때문.
남아공의 미라주 3EZ. 이 전투기들은 쿠바 용병들이 조종하는 미그 23등과 공중전을 벌이는 등, 오랜 기간 실전에 참가했다. 출처 : saairforce.co.za
공장은 이제 바쁘게 돌아가고, 닷쏘 사람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주문 대수가 생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이 대형 사고를 친다. '7일 전쟁'이라 하는 제3차 중동전.
미라주는 맹활약을 한다. 첫날부터 이집트와 시리아 등의 공군 활주로를 기습, 상대 전투기들을 싯팅 덕(앉아 있는 표적 오리)으로 만들고, 용케 살아 남아 떠 오른 미그기들을 어김없이 격추시켜 나간다. 프랑스 마르셀 닷쏘 사 공장은 다시금 정신없이 돌아간다. 이번엔 제3세계 국가들에게 주문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1422대!
제트 전투기는 300대 정도 생산됐을 때, 그때부터 들어 간 돈을 뽑는다고 한다. 그럼 이거 완전 대박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르셀 닷쏘가 전혀 생각 못 한 일이, 또 한 번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전혀 생각지 못 한 일이었다.
이모형제(姨母兄弟)격의 자식들이 태어난 일. 생김생김이 조금 다르다고는 하나, 어쨌든 미라주의 DNA를 이어받은 건 틀림없었다. 이스라엘의 '크피르'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치타'였다. 그리고 '네세르(독수리)'와 '대거(단검)'.
크피르 전투기. 콜럼비아 공군에서 사용 중이다. 출처: defense-update.com
에콰도르 공군의 치타 전투기. 미라주 DNA를 물려받은 패밀리 중 가장 멋진 모양새를 뽐내는 것 같다. 출처: combatace.com
이제 최종 대수는 1500대 플러스! 아니 경전투기 보다 조금 큰 기체에, 무게도 가볍고, 엔진 출력도 미국과 소련에 비하면 약한 편인데, 도대체 어떤 성능이 있고 어떤 매력이 있어 1500대 이상이 만들어지고 20개국 이상이 전투기로 채택했는가?
미라주가 다른 전투기와 구분되는 건 날개다. 델타 익이라 하는 삼각형 날개. 미라주의 성능이 거기서 나오고, 미라주의 폼도 거기서 나온다. 몹시 민첩하면서 우아하고, 그래서 아직도 모던&아방가르드, 참신한 느낌.
"아니 저런 게 어떻게 50년 전에 만들어졌대?"
포클랜드 전투에서 영국의 수직 이착륙기 해리어와 혈투를 벌였던 미라주 3EA. 여기에서 A는 메시의 조국, 알젠틴을 뜻 한다. 출처: airplane-pictures.net
닷쏘 사가 만약 다른 날개를 택했다고 하면? 가장 흔한 후퇴익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았을 것이다. 잘 해 봤자, 평타 수준의 전투기? 시작부터 초경량이었고(미라주 1) 엔진도 프랑스 수준에서 괜찮은 거지, 당시의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의 엔진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밀린다. 그런데 마르셀 닷쏘는 삼각 날개를 택했다. 확실히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델타 익을 한 번 살펴보자. 도대체 어떤 점이 좋은가? 그 날개가 어떤 좋은 기능을 갖고 있기에, 경량에다가 비교적 작은 기체 사이즈, 거기에 엔진 파워도 충분치 않은데 미라주를 걸작기로 만들었나? 그러나 장점은 잠시 뒤에 논하고, 우선 단점부터 살펴보자.
아니 단점이 있다고? 당연히 있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닌 여럿. 미국만 봐도 1970년 이후 어떤 기체에도 삼각형 날개가 없지 않은가? 이걸로 미루어 봐도, 델타 익에는 단점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격투전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격렬한 도그파이팅에선 썩 좋은 날개는 아니다.
선회 기동을 펼칠 때, 초장엔 제법 준수한 거 같으나, 선회가 계속되다 보면, 기체의 저항이 점점 커진다. 날개 뒤쪽에서 끌어당기는 마이너스 에너지 때문인데, 뒤이어 속도가 느려지고, 운동성도 둔하게 된다. 그러니까 심한 격투전에선 선회 에너지, 속도 에너지가 다운된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착륙할 때 나타난다. 착륙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누구는 이걸 첫 번째로 꼽기도 하는데, 파일럿들은 이런 케이스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또 속도가 빠르면, 아무래도 착륙 거리가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미라주 3가 착륙하는 걸 보면, 기체 앞부분이 높이 들리는 데, 이것은 되도록 속도도 줄이고, 착륙 거리를 줄이기 위한 행위로 보면 된다. 그런데 이때 파일럿은 앞이 보일까? 안 보일까? 안 보인다. 보이는 건 오직 조종석과 동체.
브라질 공군의 미라주 EB(당연히 B는 브라질), 이렇듯 기수를 올리며 착륙해야 한다. 출처: airwar.ru
또 다른 결점도 있다. 무장이나 연료 탱크를 매달 자리가 적다는 점이다. 델타 익은 날개폭이 넓지 못 하다. 거기에다 또 날개 끝은 뾰족해 사이드와인더 같은 미사일 장착도 불가능하다.
알젠틴의 미라주 3EA, 날개를 보면 델타 익의 결점이 금방 드러난다. 확실히 하드 포인트 자리가 부족하다. 날개 끝에는 어떤 것도 달 수가 없다. 출처: airvectors.net
그러나 분명한 것은 델타 익의 장점들이, 이런 걸 커버한다는 사실이다.
일단 공기저항이 적어진다. 뒤로 한껏 젖혀진 후퇴각 때문이다. 그리고 매우 튼튼하다. 델타라는 건 삼각형 아닌가? 그래서 구조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다. 전투기가 나는 데가 어디인가? 공기 속인데, 공기라는 게 이게 허당 같으나 빠른 속도로 날 땐 어마어마한 저항이 발생한다.
전투기는 직선으로만 나는 게 아니다. 고속 비행을 하면서 격렬히 기동 한다. 급하게 회전을 할 때는 또 기체 전체에 밖으로 뛰쳐나가고자 하는 무시무시한 원심력이 걸리는데(수십만 개의 부속품과 함께 1~20톤의 기계 덩어리가, 맹렬히 밖으로 나가려 한다면, 이게 진짜 보통 문제인가?), 그래서 전투기 날개는 강도가 특히 중요시되는데, 삼각 날개는 이럴 때 매우 견고함을 발휘한다. 거기다 동체와 접합하는 부분이 어떤가? 삼각형이라는 특성으로, 그 면적이 여타 후퇴익 전투기의 2배가 된다. 이래저래 강도 쪽에서 좋은 게 델타 익이다.
사진을 보면 날개와 동체의 접합 부분이 상당히 길다. 그래서 델타 익의 견고함을 잘 보여 주는데, 흥미가 있는 건 파키스탄 사람이 자기네 공군기로 제작한 이 미라주 모형이, 한국 아카데미 제품이란다. 출처: aircraftresourcecenter.com
그러나 구조적으로만 좋은 게 아니다. 공기 역학적으로도 이점이 적지 않다. 실속이 늦게 일어난다.
전투기가 날아갈 때, 잘못 하면 공기의 흐름이 날개 끝 부분에서 엉키며, 양력이 사라질 때가 있다(이게 대다수 후퇴익 전투기의 결점이다. 따라서 설계자들은 이걸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다 보면 무서운 '핏치 업' 이라는 게 일어나는데, 기체 앞머리가 앞으로 갑자기 들리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걸 반복하는 현상이다. 시속 1000킬로미터 이상, 아니면 그보다 빠른 초음속에서 기체가 위, 아래로 마구 흔들리면 어떻게 되나? 파일럿은 손 쓸 시간도 없이, 정신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추락이다.
아니면 또 속도가 느려질 때, 실속을 당해 그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 초음속 기체라고 빠르게 날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느리게 날 때도 있다. 공중전에서 선회 기동을 할 때나, 활주로 상공에서 완만히 회전을 할 때 등이다. youtube 등의 비행기 사고 동영상에서, 유독 활주로 근처에서 사고가 많은 것도 이 까닭이다.
공력학적인 장점이 또 하나 있다. 초음속으로 들어가 속도를 높일 때, 타 전투기들은 ‘기체 중심’의 이동이 심한 편이다, 그러나 델타 익은 이동이 많지가 않아, 파일럿의 심지(心地)를 편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점이 있다. 기체 구조나 공기 역학 쪽 말고 다른 쪽.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데, 바로 설계하기가 쉽고 만들기 쉽다는 점이다. 역시 삼각형 아닌가? 그래서 이런 장점들은 기체 가격을, 그리 높지 않게 하는 좋은 조건으로 작용한다.
또 하나의 삼각날개의 비밀. 동체와 날개를 가로지르는 굵은 선이 보인다. 바로 스파(spa)라는 날개의 대들보다. 이게 날개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떡 버티고 있으니, 델타 익은 튼튼할 수밖에 없다. 물론 후퇴익에선 이렇게 못 한다. 출처 : tayyareci.com
세상에는 일반적 진리가 있다. 돈이 들어간 만큼, 머리를 싸매고 공을 들인 만큼, 또 돈을 투자한 만큼 좋은 게 나온다는 진리. 파워 있고 안전성이 보장된 엔진에다 좋은 전자 장비, 거기에 많은 연료가 들어가는 굵직한 동체, 또 여러 장치가 들어 간 날개가 있어야, 뛰어난 전투기가 나온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미라주는 그렇지 못 하다. 그 뿌리가 초경량 미니 전투기에 있고, 거기서부터 발전했으니까. 더군다나 설계도 상당히 오래됐다. 미라주 1은 그렇다 쳐도, 지금의 미라주와 똑같은 미라주 3의 원형이 언제 초비행을 했나? 1956년 늦가을이다. 그래서 미라주와 함께 F-16을 몰아 본, 파키스탄 공군의 '사민 마즈하르' 비행대장은 이렇게 말한다.
"미라주가 바이퍼(F-16이 또 다른 애칭)와 붙었다고 치자. 어떤 상황에서도 바이퍼를 이길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미라주를 구식이라 치부한다면 큰 실수다. 지금도 자기 수준에서 할 거 다 하니까. 요격, 초계비행, 정찰, 특히 대지 공격력은 발군이다. 따라서 난 미라주를 보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너무 아름다운 전투기라고."
미라주가 50년대에 나왔다면, 바이퍼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전투기 세계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할 70년대 설계다. 그러나 70년대라 해도 그냥 70년대가 아니다. 당시의 최신 테크놀로지를 요소요소에 집어넣은 스테이트 오브 디 아트(state of the art) 미래형 전투기. 그러니 미라주가 어떻게 이기는가?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F-16 바이퍼는 물론이고 F-15 이글까지 맞상대하고, 격추시키는 미라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크피르(Kfir)"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면 크피르 CE 형.
물론 실전이 아닌 '이종(異種) 간 공중전 훈련'에서의 일이다. 그래도 놀랄 만한 사실 아닌가? 바이퍼도 그렇지만 F-15 이글이 어떤 전투기인가? 그야말로 언 터처블, 무적의 전투기다. 중동과 걸프전 등의 숱한 공역에서 수 십 대의 적기를 잡았으나, 단 한 대의 자체 손실도 없었던 공중전 마스터. 그런데도 크피르한테 당했다.
물론 크피르의 강화형이나...
그래서 다음 회에는 이 크피르를 다루려고 한다.
태생부터가 범상치 않았던 이스라엘의 신기루.
뉴 올드 보이 크피르 CE, 오래됐으나 비교적 최신형이며, 오래됐으나 상당히 쎈 놈. 출처: theaviation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