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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군호, 최강의 전설

선군호(先軍虎)는 언터처블인가?



얼마 전 언론에 나온 내용이다. 


몹시도 충격적인 내용!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전차 무기로는, 북한 주력전차의 장갑을 뚫지 못한단다. 특히 우리 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 99.2%의 노후화가 심각해, 차세대 대전차화기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육군본부로부터 제출 받은 '대전차 미사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4만6000여개의 대전차 미사일 가운데 수명주기가 남아 있는 무기는 360여개에 불과했다.


92프로가 노후화 됐다니! 그래서 수명주기도 거의 끝나간단다. 세상에 이럴 수가? 우리 국군의 대전차 미사일 4만 6000개 중, 달랑 360개만 써 먹을 만 해? 그럼 4만 5천640개는 뭐야? 내다버려? 이해가 전혀 안 돼, 머리를 심하게 갸웃거리게 하는 기사다.


현대의 전쟁에서 전차라는 건, 무적이 아니다. 오히려 심히 취약해 질 수 있는게 전차라는 무기다.


그리 멀지도 않은 체첸 전투..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기갑부대의 무덤이 그로즈니 시에 생겨났다. 당시 최신예 T-80 전차와 BMP로 무장한 러시아의 기갑부대 마이코프 여단이, 세상에서 가장 값이 싸며, 허름한 휴대용 대 전차 화기에 의해, 전차와 보병 전투차 백 수 십대가 몰살 당했기 때문이다.



T-80 전차. 이중에서도 체첸에서 당한 건 T-80U로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steamusercontent.com



그런데 그 체첸 반군의 염가품 휴대용 대전차 화기 RPG 보다, 월등히 비싸고 좋을게 분명한 우리 미사일이 거의 폐품 수준이라고?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이 보도는 계속된다.


특히 우리 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의 99.2%가 노후화가 심각해, 차세대 대전차화기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6㎜무반동총, 90㎜무반동총, M72LAW 등으로는, 전차 보호 장치인 반응장갑을 장착한 전차를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ZF-Ⅲ, METIS-M 등은 북한의 천마호 급 전차는 파괴가 가능하지만, 북한의 신형 주력 전차인 선군호 전차는, 관통력 부족으로 파괴가 불가능하다고 육군은 밝혔다.


우리 군이 대전차 미사일의 노후화에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사이, 북한은 신형전차인 '선군호'를 실전에 배치했다. 그리고 선군호 포탑에는 구경 93㎜ 열압력탄 발사기와, 헬기 격추용 SA-16 휴대용 지대공 로켓(화승총)을 장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선군호로 추정되는 전차다. 포탑이 두툼한 게 중공장갑으로 돼 있은 거 같고, 아래쪽 차체에는 비교적 얇아 보이는 반응장갑이 바둑판 모양 붙어있다. 사진출처: tucsonsentinel.com



한 마디로 우리 군은 형편없고, 북한군은 굉장하다는 얘기다.


우리 무기는 허약하고, 연식이 오래 돼 폐기처분 직전인데 반해, 북한은 폭풍호나 선군호를 대량으로 장비했으며, 선군호는 헬리콥터까지 잡으며 거의 무적에 가깝단다. 아예 이 정도면 군 상층부나 예비역 장성들, 심각히 반성해야 할 문제로 대두된다. 도대체 그동안 뭐 했느냐고? 우리 대한민국의 착한 국민들은 수 십 조라는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매년마다 군에 주고, 거기에 징병제로 인해 장병들한테 주는 보수(?)조차 가장 적게 나가는 판에, 이게 먼일이냐고?


그런데 연계해 나온 언론 기사들은 한 수 더 뜬다.


"정보 당국이 특히 주목한 것은 선군호의 방호력이다."


한 마디로 엄청나다는 얘기.


대단히 두꺼운 복합장갑과, 피격 시에는 바깥 쪽 반응장갑이 폭발하며 적 미사일이나 포탄의 관통 능력을 상쇄시킨다고 추정됐다. 그래서 이들 장갑의 능력을 종합하면 선군호의 방호력은 700㎜에 달하는데, 70㎝ 두께의 강철판과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선군호의 방호력을 900㎜ 이상으로까지 추정하고 있다.



역시 선군호로 추정되는 전차. 필자의 개인적 관찰로 볼 때, 식빵처럼 생겨 먹은 전면 장갑이 대전차 고폭탄에는 나름대로 꽤 힘을 받게 보인다. 철갑탄에는 그냥 뻥뻥 뚫릴 듯 하다. 사진출처: flickr.com



아니 북한 탱크가 그렇게 중장갑이야? 국군 대부분의 대전차 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아~ 진짜, 그 거지같은 것들은 재주도 좋다. 먹을 게 제대로 없어 인민 대부분이 영양 부족이라는데, 무슨 재주가 그리 많아, 언터처블 무적의 탱크들을 그리 많이 만드느냐고?


그러나 그 전에 할 얘기가 있다. 언론에 난 기사 맨 마지막의 ‘일부 군사전문가’들 얘기라는 거.


“방호력이 900밀리 이상까지 추정된다.”


900밀리도 아니고 그 이상이란다. 그런데 어디가 그 정도 된다는 거지? 포탑? 차체 정면? 아니면 옆구리? 전차는 부위별로(?) 방호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포탑이 다르고 차체가 다르고, 그것도 전면이 다르며 측면이 다르다. 당연히 피격될 확률이 가장 많은 데가 제일 두껍고, 그렇지 않은 순서대로 얇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900밀리 이상이란다.



무슨 호(虎)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포탑 전면은 꽤나 방호에 신경 쓴 게 보인다. 이렇게 전차라는 건 포탑 앞부분만을 중점 방어한다. 사진출처: koogle.tv



좋다. 피격될 확률이 가장 큰 포탑 정면이 900밀리 이상이라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그렇게 얘기 안 하는게 정상이다. 왜냐하면 전차의 방호력은 보통 두 가지로 나타나니까. 그런데 그냥 한가지로만 얘기 하면, 그건 아마추어 수준 밖에 안 된다. 전차라는 무기의 특성 때문이다. 


다른 무기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성.



전차의 방호력은 두 가지다.



예를 들어 M1A1 에이브럼즈 방호력을 보자. 600밀리와 900밀리, 이렇게 표현한다. 아니 전차 장갑이 고무줄인가? 늘었다, 줄었다 하게? 고무줄은 아니어도 변동이 있다. 상대가 쏘는 포탄 때문이다.


M-1A1 에이브럼즈가 정면을 그냥 얻어맞았다고 치자. 물론 두꺼운 포탑 정면이다, 이때 포탑의 두께는 때린, 탄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철갑탄이면 600밀리 두께의 저항성을 갖는다. 그러나 때린 게 대전차 고폭탄이라면, 더 늘어난다. 900밀리 두께다.


이렇게 전차의 장갑은 얻어맞는 탄 종류에 의해 달라진다.



두 가지 방호력을 가진 M1A1 전차, 2003년의 이라크 프리덤 작전 때의 사진이다. 사진출처: fprado.com



바로 그 두 종류 중 하나, 철갑탄. a.k.a. 이른바 운동에너지탄이다.


운동 에너지라는 거 어려운 게 아니다. 야구에서의 강속구나, 축구에서의 강슛처럼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속도를 승부를 걸기위해, 빠르게 쏘는 것. 그래서 뾰족한 탄 심이 상대 전차를 그냥 뚫고 들어가게 한다. 위에서 말했듯 이 때 에이브럼즈는 600밀리까지의 방호력을 갖는데, 물론 장갑 두께가 600밀리가 된다는 게 아니다. 제2차 대전 이후의 전차에 많이 쓰이는 장갑, RHA(균질 압연 강판)로 환산하면 그 두께라는 얘기다.



철갑탄의 한 종류로 파키스탄이 개발한 125밀리 포탄인데, 가운데의 뾰족한 탄심이 장갑을 뚫고 들어간다. 사진출처: sus3041.sakura.ne.jp



언뜻 보면 징그러운 것 같으나, 두께 있는 장갑을 철갑탄 탄심이 뚫고 들어 간 자리다. 사진출처: ujp.cz



그래서 에이브럼즈를 잡으려면 날아 온 철갑탄, 더 자세히 말하면 APFSDS, 날개 안정분리 철갑탄이, RHA 600밀리 이상의 관통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 전쟁에서 어지간한 에이브럼즈는 뚫리지 않는다. 짧은 거리에서라면 몰라도, 워낙 먼 거리에서부터 전투를 시작하니, 대부분의 탄환은 날아오다가 관통력을 잃어버린다. 말 그대로 철갑탄은 운동 에너지다. 멀면 멀수록 힘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이라크 전 때의 미 기갑부대에선 이런 유머까지 생겼다. 이라크의 최신예 T-72를 희롱하는 유머다.


‘1킬로 에이브럼즈 킬러’


T-72가 그렇게 형편없는 전차는 아니라는 거다. 가까운데서 싸우면 자기네 에이브럼즈를 잡을 줄 안다는 유머. 그러나 그 가까운 데라는 게 1킬로. 걸프 전 시 2.5킬로 거리에서 시작되는게 상례였다. 그러니 에이브럼즈를 어떻게 잡나?



그래도 우리 우습게 보지마, 1km 거리에선 양키들 M1 에이브럼즈를 잡을 수 있다! 이라크의 T-72 전차. 사진출처: olive-drab.com



그런데 운동 에너지가 아닌 게 있다. 거리가 지나치게 멀지만 않으면, 관통력을 급격히 잃지 않는 포탄.


대전차 고폭탄이다.


영어로는 하이 익스플로시브(High Explosive). 이건 철갑탄만큼 속력이 빠르지 못 하다. 그래서 장갑을 뚫는 힘이 모자라나, 대신 다른 방법으로 전차를 잡는다. 장갑에 닿자마자 강렬한 화염이 구멍을 내버리니까(먼로라는 사람이 발견해, 먼로 효과라 한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메탈 제트와 함께 철 쪼가리들이, 포탑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승무원을 해친다.



대전차 고폭탄 앞부분이 장갑에 닿으며, 쭈그러든다. 동시에 제트 화염이 장갑을 뚫고 들어가는 4장의 그림. 사진출처: inetres.com



컬러를 입혀 2장으로 줄인 고폭탄의 제트 화염 분출 씬. 사진출처: wiki.warthunder.com



대전차 고폭탄을 화학 에너지 탄이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데, 문제는 여기에 얻어맞을 때, 에이브럼즈 전면의 방호력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균질 압연강판으로 치면 300밀리가 늘어나, 저항력이 900밀리 두께로 변하니까. 메탈제트의 화염이 900밀리까지 강판에 구멍을 내며 뚫고 들어가야, 승무원들을 죽이든가 살리든가 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장갑에 구멍만 뚫다가 그만 둔다는 얘기다.


물론 접착류탄이라 해서, 또 하나의 탄종을 플러스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 거의 쓰지 않는다. 류탄의 류(榴)는 석류(石榴)의 바로 그 글자인데, 포탄 앞부분을 일부러 약하게 해, 이게 상대 전차한테 맞으면, 표면에 찰떡처럼 달라붙는다(아니면 석류처럼 벌어져 달라붙는다고 할까?). 그래서 겉보기엔 멀쩡한 거 같으나, 달라붙을 때의 충격으로 반대 쪽, 다시 말해 포탑 안쪽 철 쪼가리들이 바스라 지며 튀어나가, 승무원을 해친다.


특히 불순물이 섞인 포탑 장갑의 경우, 이런 게 더 심해지는데, 지금의 전차들은 장갑 재질과 두께가 좋아져, 접착류탄이 달라붙어도, 안쪽의 철 부스러기들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점차 사용을 안 한다.


따라서 전차의 포가 토해 내는 건 철갑탄과 고폭탄 2 종류.


그럼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듣고 보니 철갑탄이 최고잖아?" 상대의 방호력을 33퍼센트나 줄여버리니까. 


"그럼 철갑탄만 갖고 나니지, 왜 고폭탄도 사용하는가?”


당연히 이유가 있다. 제조비가 싼데다, 부피와 무게에 비해선 꽤나 관통력이 좋기 때문이다. 연속 사격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또 운동 에너지 탄이 아니기에, 쏠 때 나오는 격한 반동이 덜 한 점도 매력이다. 전차의 흔들림이 적어지고, 이게 적어짐으로 인해, 현대 전차에 장비된 각종 고급전자 장비에 부담을 덜어준다.


게다가 대전차 고폭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건, (세상 만사가 그렇듯)커다란 덩치의 중량급 전차만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경전차도 있으며 장갑차는 더욱 많다. 이들이 중량급 전차와 만났을 때 어떻게 하나? 반동이 큰 철갑탄을 쏠 순 없고... 바로 이 때 쓰는 게, 가벼운 몸체로도 사격할 수 있는 대전차 고폭탄이다.


이게 바로 전차 포탄의 두 종류, 철갑탄과 대전차 고폭탄이다. 그리고 전차 장갑이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선군호에 대해 분석한 말.


“선군호 방호력이 700밀리를 넘어, 900밀리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900밀리 이상이란다. 이걸 그래서 철갑탄에 대한 방호력이라 하자, 그런데 필자가 아는 한, 그 정도 전차는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현존하는 전차 중 가장 비싼 M-1의 최신형 M1A3의 방호력이 그 정도일까? 그런데 M1A3라 해도, 포탑 전면만이 그 정도다.


전차라는 건 모든 부분이 다 두껍지가 않기 때문이다. 적에게 포탄을 맞을 때 가장 퍼센티지가 놓은 곳, 그 부분만 두껍게 한다. 물론 전차의 많은 부분을 두껍게 한다면야, 방어에 엄청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거의 뭐 공룡 전차가 돼야 한다.


다리도 건너지 못 하고, 철도로도 수송을 못 하며, 전쟁터를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굼벵이 스타일의 거대한 공룡 전차. 그래서 피격 확률이 떨어지는 부분은 장갑을 얇게 해, 무게를 줄인다. 예를 들어 소련의 T-62(천마호)는, 포탑 전면이 240밀리이나, 차체(몸체) 전면 장갑은 반도 안 된다. 고작 100밀리이니까.


따라서 올바르게 방호력을 얘기한다고 치면, 철갑탄과 고폭탄에 방호력 두 가지는 물론이고, 포탑 전면이 몇 밀리, 차체 전면이 몇 밀리, 옆구리가 몇 밀리, 이렇게 얘기하는 게 정답이다. 이게 복잡하다고 생각한다면, 포탑이라는 말을 꼭 붙여 ‘포탑 전면이 900밀리 이상이다’라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필자가 이 늦은 시간까지 안사람에게 잔소리를 들어가며 이런 포스팅을 쓰고 있을 이유도 없다. 맞는 말이니까.


그럼 또 그 군사전문가라는 양반들, 이렇게 항변할 수 있겠다. “누가 몰라? 그런 거, 탄종에 따라 방호력이 다르다는거 나도 안다. 일반 사람한텐 좀 복잡한 얘기라 일부러 생략했다. 그리고 900밀리 두께가 포탑 전면에만 해당 된다는 것도 아는데, 그건 그만 까먹었다.”


좋다. 생략했거나 까먹었다고 치자. 그런데 이미 내뱉은 900밀리 이야기,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얘기할 건가? 왜냐하면 그 두께가 어느 정도이며, 어떤 종류 전차의 방호력인지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기 때문이다.



900밀리면 이거 엄청나다!



전차 맷집으로는 톱 클래스다. 미국의 M-1 에이브럼즈 초기형도 그렇게 안 나왔다. M-1의 발달 개량형인 M1A1 쯤 돼야 그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아니, 엄밀히 말해 이 에이브럼즈 개량형도, 위대하신 최고 존엄 김정은이 통치하는 ‘끔찍하게 빈곤한 나라’ 북한의 선군호한테, 조금은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에이브럼즈는 딱 900밀리이고, 선군호는 그 이상이라 하니까. 그것도 대전차 고폭탄에 대한 방호력만을 얘기할 때 그렇다고 하니, 만약 그 군사전문가 추정치가 철갑탄에 의한 것이라면, 에이브럼즈는 완전 2류 이하의 전차가 된다. 그리고 한반도는 공포의 장으로 변한다. 선군호야 말로 인빈시빌 오브 인빈시블, 무적 중 무적의 전차가 되는거고. 아마 그리고 미국 의회에서, 분명 이런 얘기가 나올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선군호를 수입하자! M1A1은 성능도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니까.”


“CIA는 뭐하고 자빠졌나? 북한의 전차 제작기술을 훔쳐오지 않고!”


그런데 이 에이브럼즈, M1A1이 어떤 전차인가? 언젠가 케이블 TV ‘세계 10대 전차’라는 프로에서, 미국의 유명한 테크노 스릴러 작가 톰 클랜시가 이런 언급을 한 게 기억난다(꽤 오래된 프로이니, 초기형인 그냥 M-1에 대한 멘숀일 수 있다).


“이론상으로 적 전차 1개 대대를 단 5분 만에 잡을 수 있다.”


1개 전차 대대면 30대. 단 한 대로 30대를 잡는다는 얘기다. 그 것도 5분 만에! 


뻥이 아니라는 게 밝혀진다. 걸프전에서 에이브럼즈는 순식간에 적 전차 여러 대를 잡은 경우도 흔하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격파한 이라크 전차 숫자는 무려 2천대!



걸프전 시의 M1A1. 사진출처: copybook.com



물론 어느 정도 과장 됐다는 얘기도 나오곤 하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정말 놀라운 숫자다. 그러면서도, 이 에이브럼즈 쪽에서 치명상을 입은 경우는 거의 없다. 단, 급조 폭발물에 의한 손상과 아군 오폭에 의한 게 몇 대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얼마 전, 현 러시아 주력인 T-90과 M-1 에이브럼즈의 모의 전투 결과에 대한 리포트를, 읽은 적이 있다.


이라크에서의 참담한 실패를 거울삼아, 대대적으로 개조한 전차가 T-90인데도 결과는.

“어떤 거리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T-90은 패한다.”


그렇다면 누가 뭐래도 최고의 전차 아닌가?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스터빈 엔진으로 인해 기름 소비가 많다는 점과, 가격이 비싸다는 점. 허나 미국은 돈이 많은 나라다. 그리고 그 가격이라는 게 다른 나라로 흘러가는 게 아니다. 주요 무기를 외국에서 사오는 한국과 달리, 자기네 나라 안에서 돈이 돈다.(그래서 비싸도 괜찮다.) 더군다나 이라크에서 전투 증명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던가? 2천대의 적 전차를 원 사이드하게 격파했으니까.


그런데도 이런 전차가 대한민국 군사전문가들 앞에 가면, 북한의 선군호보다 작아진다. 도대체 북한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기에...


음.. 그런데 무기의 세계엔 이런 명언이 있다.


“기술의 세계에 기적은 없다.”(이거 중요하다. 밑줄 쭉~)



기적이 존재하지 않는 기술의 세계



선군호의 방호력 900밀리 이상.


이렇게 되면 불가피해 지는 게 있다. 포탑과 차체가 엄청 커져야 한다는 점이다. 무게가 무거워짐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서스펜션도 커지며 캐타필러 안의 굴러가는 철제 바퀴, 전륜(轉輪) 숫자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거인 증후군에 가까이 갔다는, 독일 타이거 전차나 킹타이거(쾌니히 티게르), 페르디난트 등이 괜히 무거워졌나?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무거워질까?


65톤에서 70톤 정도로 늘어난다. 물론 필자 개인의 생각이 아니다. 고폭탄 대비 RHA 900밀리의 전차가 세상에 몇 종류 있는데, 그게 하나 같이 다 65톤 전후이기 때문이다.


M-1 후기형과 레오퍼드2 후기형들이다. 그런데 레오퍼드 후기형은 무려 68톤. M1A1는 63톤이나 나간다. 거기에 M1A2는 더 무거워져 68톤 + 알파이며, 챌린저2 역시 괜찮은 방호력을 가졌다고 추정되는데(영국이 비밀로 하기 때문), 아무래도 에이브럼즈나 레어퍼드에 조금 못 미치는 실력답게, 중량도 조금 덜 나가 63톤 정도다. 선군호가 무거워 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런 이유다.



레오퍼드 2A7형. 사진출처: military-today.com



그러나 여기엔 또 하나의 조건이 들어간다. 북한의 전반적 공업력과 전차 기술력이, 미국이나 독일과 비슷해야만 한다는 조건. 세계 최고의 무기 기술을 가진 미국과, 세계 최고의 전차 기술을 가진 독일과 비슷해야 하고, 또 세계 최초로 전차를 만들어, 서부 전선에 투입한 전차의 탄생지 영국과 견줄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리고 엔진도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전차는 자전거처럼 사람 발로 움직이는 족(足)동식이 아니다. 내연기관인 엔진으로 간다. 엔진을 새로 설계하고, 만들 수 밖에 없다. 마력이 더 나오며, 더 복잡한 구조의 엔진. M-1이나 레오퍼드는 다 1500마력 엔진이다. 하다 못 해 50톤 클래스인 우리 흑표도 국산 1500마력 엔진을 개발하려고 기를 쓰다가 잘 안 되니까, 100대인가? 일단 독일제 엔진을 한정 수입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북한이 1500마력 정도의 엔진을 만들어? 아니면 부족한대로 1200 마력 정도를(챌린저가 이 정도 엔진이다) 만든다 해도, 그들 기술력으로는 엄청 버겁다. 그리고 돈도 많이 들어가야 한다. 전차 엔진 하나를 설계해 생산하려면, 1백 개 이상의 하청 공장이 돌아가야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대전차 고폭탄에 대해서건, 철갑탄에 대해서건 900밀리 이상의 방호력을 가진 전차를 대량 생산해서 장비하고 있다는 얘긴, 거의 현실성이 없다. 뻥쟁이들..



그런데도 ‘무적의 선군호’가 내려온다면...



그런데도 내려온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 방호력을 가지고...

간단하다. 때려잡으면 된다. 

아니! 우리 국군의 대전차 무기들은 죄다 고물이라 했잖아? 


언론에 이런 식으로 나왔으니...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전차 무기로는, 북한 주력전차의 장갑을 뚫지 못한다.특히 우리 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의 99.2%가 노후화가 심각해, 차세대 대전차화기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6㎜무반동총, 90㎜무반동총, M72LAW 등으로는, 전차 보호 장치인 반응장갑을 장착한 전차를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ZF-Ⅲ, METIS-M 등은 북한의 천마호 급 전차는 파괴가 가능하지만, 북한의 신형 주력 전차인 선군호 전차는, 관통력 부족으로 파괴가 불가능하다고 육군은 밝혔다."


뭐, 우리 군의 분석, 그렇게 틀린 건 아니다. 선군호한테는 우리 군의 대전차 미사일로 파괴가 불가능하다는 거,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엔 (제발 좀) 조건을 달아야 한다.


"가장 두꺼운 포탑 전면을 쏠 때!"


분명 포탑 정면을 쏘면, 관통력이 부족할 수 있다. 선군호로 추정되는 북한전차 사진을 봐도, 그 뚱뚱한 포탑 안에는 보병 수행 대전차 화기의 메탈 제트를 완충시키는 장치, 다시 말해 공간장갑 같은 거라고 추정되니까. 그런데 우리 국군이 그렇게 돌대가리인가? 포탑 정면이 제일 두껍다면, 미쳤다고 적 전차의 제일 강한 데를 때려?


약한 데를 골라서 때릴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사격 위치를 사전에 잡을 것이고. 더구나 위에서 이런 명령을 내리진 않는다.


“북한 전차를 노릴 땐, 제일 뚫기 힘든 데만 골라 쏴야한다. 차체(몸체)도 아니고 포탑 정면! 안 그러면 영창 보낸다.”


그렇다면 충분히 이빨이 들어간다. 우리 대전차 무기들은 고물도 아니며, 고물이라 할지라도 먹힐만한 구석이 다 있기 때문이다. 장갑이 얇은 포탑 옆구리나 차체 다른 부분도 때리면 된다.


또 한 개라도 끊어지면 퍼져 앉게 돼 있는 궤도차량 아니던가, 여긴 국군의 가장 약한 대전차 무기로 쏴도 끊어진다. 거기 말고도 노릴 데는 또 많다. 엔진이 있는 뒤쪽. 거기도 약점이다. 그리고 체첸의 반군들이 주로 겨눴다는 전차 위쪽과 엔진 룸 천청. 그런 곳도 지형 상 높은 곳에 매복하거나, 건물 위층에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당신 생각이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북한군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 많은 데가 대한민국이고, 또 아쉽게도 이들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도 많은 게 대한민국이니까. 그래서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전차는 무적이 아니라고. 때로는 가장 허약한 무기가 된다고.


제2차 대전 후, 전차한테 숙명처럼 따라붙는 게 있으니 그것은 '전차 무용론'이다. 현대의 전쟁터에서 전차는 이제 별 볼일 없어졌다는 논리.


사실 대전차 무기들은 엄청 살벌해 졌다. 보병의 대전차 무기, 이거 정말 쉽게 보면 안 된다. 그렇게 하다간 기갑부대 박살난다. 현대전에서 보병들이 갖고 다니는 그 무기들이,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기갑부대 지휘관에게 안겼는지 아는가? 그리고 현대 전쟁학의 근본을 뿌리 채 흔들었는지 아는가?


예전부터 쓰인, 싸구려 RPG나 소형의 대전차 미사일도 거기에 한 몫을 했다. 욤 키푸르 전쟁 때의 이스라엘 전차부대.

알다시피 대전차 무기에, 된 통 당하지 않았던가?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이집트 보병한테 당한 M-60전차. 정말이지 이스라엘 군의 미국제 전차가 이렇게 엉망이 된 건 흔하게 볼 수 없는 사진이다. 사진출처: wikimedia.org



또 체첸에서의 러시아 기갑부대 전멸 사건. 글 초두에 얘기했지만 이건 그냥 전멸 사건이 아니다. 완전 전멸 사건이다. 제 131마이코프 기갑여단의 T-80 전차 26대 중 20대. BMP 보병 전투차 120대 중 102대가 당했다. 정식 훈련을 받은 것 같지 않은, 체첸 반군에 의해서다(지도자인 두다예프 경우, 공군 쪽 군인이었다고 하던가?).


그때 소련 기갑부대를 전멸 시킨 주무기는, 세상천지 흔해 빠진 RPG.


위키피디아에서 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갖고 다니기 쉽고, 그래서 어깨에 올려서 쏘는 로켓 추진 대전차 유탄 발사기. 아마 체첸 반군(자꾸 반군이라 해서 그들에게 미안하지만...)이 쓰던 RPG는 모르긴 몰라도 RPG중에 가장 많이 생산된 7형일 것이다. 


RPG-7.



말 그대로 견착식 대전차 무기 RPG. 사진출처: latifyahia.net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이 RPG는 1961년부터 생산됐으니,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옛날에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 때문이다. 서유럽 빼곤 전 세계에서 안 쓰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의 포퓰러한 대전차 무기. 이스라엘도 생산하고 미국에서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으며(정말이다), 이집트 등에서도 대량 생산되며, 하다 못 해 필리핀 육군과 태국 육군도 이 발사기를 장비하고 있을 정도의 세상천지 흔해 빠진 무기.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어떤가? 50년 전에 생산이 시작된 RPG-7도 러시아의 최신예 기갑부대를 전멸시키는 데, 도대체 우리 군의 대전차 화기는 언제적 물건이기에, 죄다 노후화 됐다고 얘길 하나?


그리고 시리아 내전. 여기서도 보병 수행 무기에 의해, 시리아 정부군 전차들이 줄줄이 당한다. 그 것은 당장 방 안에 앉아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간단히 구글 같은 데에다, syria tank를 쳐 보자, 그럼 처음부터 Youtube 동영상이 줄을 서며 나온다. 하나 같이 다 전차가 박살나는 영상들이다. 그리고 전차 킬러들은 정규군도 아니다. 누구는 티셔츠 차림에, 누구는 야구 모자를 쓴 민간 반군들(물론 미군과 싸워 온 직업적 테러리스트 등도 포함돼 있다). 


거기에다 또 불타는 시리아 탱크들은 모두가 다 T-72 계열이다. 장담하건데, 북한이 가진 대부분의 전차보다 공방능력 우위의 전차. 그렇다고 해서 시리아 기갑병들, 멍청하다고 하지 말자. 세계에서 가장 전차전에 능한 이스라엘과 수 십 년 동안 싸워 온 게 그들이니까.


그런데도 담벼락 뒤에서 쏘는 보병 수행 화기에 당한다. 한 방 맞으면, 순식간에 대폭발이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전차는 조금씩 꿈틀 꿈틀대는 걸로 봐, 그리 큰 타격은 입지 않은 듯 보이나, 잠시 뒤 전차병 햇치 사이로 조금씩 불꽃이 솟아오른다. 그럼 그 것도 끝이다. 전차 속에는 수십 발의 대전차 포탄과 수 백 발의 기관포 탄이 들어있으니, 발화 되는 건 시간문제.


그래서 한번은 후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친구, 금은방을 하는데, 요즘 하도 불황이라 가게에서 인터넷만 검색하는지...


“형, 유튜브 보니까, 시리아 탱크들이 그냥 박살나던데, 그럼 탱크가 뭐 필요가 있어?”


물론 이런 대답을 해줬다.


“탱크는 그래도 탱크야. 지형이 안 좋을 땐 사냥감 신세가 되기도 하나, 그 반대의 경우, 무시무시한 집단 돌파 병기가 된다고.”


“그 반대의 경우가 뭔데?”


“이라크 같은 데.”


누차 말했지만 우리 한반도 지형은 이라크와 정반대다. 대량의 기갑부대 운용에 전혀 친절하지 않은 지형. 전차의 쥐약이며 전차의 올무이며, 전차가 사냥감이 되기 쉬운 아주 질 나쁜(?) 지형이다. 그리고 북한 전차들한테 더 고약한 게 있다. 바로 전차다.



전차의 최대 적(敵)은 전차다.



그래서 호시탐탐 선군호와 폭풍호를 잡아보려고 기다리는 우리 보병들한테, 좀 미안한 얘기이나, 차례가 안 올 수 있다.

저들의 침투로인 1번 도로와 3번 도로 주변의, 우리 기갑부대가 먼저 나서게 되니까.


일본 자위대의 교범에도, 기갑부대는 기갑부대가 맡기로 되어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전차 무기를 가진 보병들이 앞에 있어도 뒤로 빠진다. 그리고 아마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차한테는 이런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전차의 적은 전차다.”



블랙 코미디, 미국과 북한의 기갑전



선군호 전차들, 물론 아직 오피셜은 아니나... 사진출처: flickr.com



문산 북방 4킬로.

불패의 인민군 휘하,

선군호가 떼거리로 내려오고 있다.


미군이나 남반부 전차를 보이는 족족 격파하겠다는 일념 하에.


이를 기다리는 건 미 제2 사단의 M1A1 에이브럼즈 전차들.


그러나 몹시 긴장한 상태다.

선군호의 막강함에 대해 남한의 군사전문가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방호력에 대해서.

자기들 에이브럼즈보다 한 수 위라고 하지 않던가?


몹시 긴장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이 누군가?


정예의 미군 기갑병.

심한 공포감을 억누르며 파이팅을 외친다.


“겁먹지 말자, 선군호를 뚫을 수 있어!"


"장갑이 아무리 두꺼워도 가까이 끌어당긴 다음 쏘면 뚫려!”


사진출처: img69.imageshack.us


“알았습니다!”


“우리 선배들은 제2차 대전 때, 타이거도 잡았어! 파이팅!”


“파이팅!“


철커덕! 척!

날개 안정분리 철갑탄(APFSDS)이 포구 속을 빠져나갈 때, 전차병은 자기도 모르게 미 기갑부대 모토를 외친다.


“위 피어싱(We piercing, 우린 뚫는다)! 퐈이아!”



위 피어싱! 우리는 뚫는다! 사진출처: strategypage.com



그래서 나중 에이브럼즈는, 이런 자랑스러운 별명을 얻게 될지 모르겠다.


"1킬로, 선군호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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