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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불바다. "얘들아, 아빠 지금 갈게"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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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표 소령, 이젠 자신 만만한 맹금조의 눈이다.


“어디 있나? 3번째 미그기!”


아! 눈에 띄는 게 있다.

난전(亂戰)이 벌어지는 가운데, 재빨리 움직이는 미그기 1대! 저 놈을 잡아?


어, 그런데 상황이 안 좋다.

다른 기체의 쫓는 중인데, 그 기체는 굵으면서도 매끈하게 빠진 동체, F-105 썬더치프다!

위험해! 23밀리 쌍발 기관포!


"어, 어~."



*출처: boardgamegeek.com



썬더치프! 결국 불꽃이 일어난다.

얻어맞았어!


“망할 자식!”


"저거 전투기를 몰 줄 알아!"


소령, 날개 플랩을 급하게 움직인다.

놈을 잡기 위해서다.

저걸 해치우면 썬더치프의 복수가 되며, 동시에 해트트릭도 된다.

이때 헤드 셋으로부터.


“태균아! 위험해 뒤에!”


워낙 급박하니 콜 사인보다 이름이 먼저 튀어나온 모양!

동기이면서 그를 커버하는 윙맨!

그런데 뒤를 물렸다고?

이태균 휙 돌아본다. 잘 보이질 않는다(타이거도 후방 시야는 안 좋다).

미그 21처럼 타이거의 후방 시야가 시원찮다는 거!


어찌 됐던 일단 피하자. 최대 추력으로 급상승한다.

버너 온(burner on)!

그리고 올라갔다가 털면서 내려오는 거다.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 하는 기동이나.

그때 파, 파,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흔들린다.


“뭐야?”


맞은 거야?

다시 뒤를 돌아본다.

놈을 커버해 주는 게 있었나 보다. 작은놈, 미그 17이다!


휙! 휙! 다시 불꽃이 조종석 옆으로 지나간다.

진짜 핀치에 몰렸다.

그런데 다시 쿵하며 이은표, 기체와 함께 흔들린다.


“또 맞았어!”


그러나 37 밀리는 아닌 것 같다. 그건 한 두 발 맞으면 절단 날 수 있으니까.

그때 헤드 셋으로 들려오는 소리!


“야! 태균이! 엔진 쪽에서 연기가 나!”


“뭐?”


“대신 너한테서 떨어졌어. 내가 쫓고 있거든. 그러니 즉시 바다 쪽으로 빠지라고!”


이런 염병! 너무 겁 없이 설쳐댔어.

북한에는 이집트나 시리아 쪽에 파견돼, 중동전 전투 경험이 있는 자가 있다.

베트남 때도 마찬가지다!

최우수 파일럿을 모아, 파견했는데, 그중 한 놈이라고!


어찌 됐던 급하게 방향을 돌린다.

바다 쪽이다. 진남포 앞의 서해 바다!

엔진 하나가 어쨌든 남아 있다. 그리고 해안선은 멀지 않다.

평양에서 진남포는 가까우니까. 가자!

엔진 하나는 계속 돌아간다.

쌍발 엔진이라는 건 이럴 때 좋은 것.


누가 그런 얘길 한다. 쌍발과 단발의 사고율을 조사해 보면, 차이가 없다고.

단발이라고 그래서, 특별히 사고가 많은 건 아니라고.

그러나 전투기라는 걸 한 번 타 봐라. 그리고 적지 상공으로 들어가 봐라.

단발 엔진이면 왠지 불안하다.

엔진 돌아가는 소리에 유난히 신경 쓰인다고 한다.

상태가 안 좋으면, 적지 상공에서 대체할 게 없기 때문에.

그러나 쌍발은 대체가 가능하다.


*F-5E 타이거는 이렇듯 쌍발이다. 출처: avsim.com



하나가 고장 나도, 다른 놈이 기능을 계속하면 되니까.

그렇다. 지금이 그런 케이스다.

하나 남은 게 잘 돌아간다.


제네랄 일렉트릭 J-85, 굿!



*제네랄 일렉트릭 J-85. 팬텀에 비하면 4분지 1의 추력으로 매우 작으나, 타이거는 이걸 2개 지녔다. 출처: amazonaws.com



“저기!”

아! 보인다. 해안선 너머 바다가 보여.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게 평양이니까.


서울도 그렇지 않던가?

날씨 좋은 날, 북한산에 오르면 인천 앞바다가 보이는 것처럼.

바다로 나오자, 뒤늦게 고사 포탄이 터진다.

해안 포대에서 이제야 자기를 발견한 모양.


그러나 걱정 안 한다. 초 단위로 해안 포대와 멀어지는 중이니까.

소구경포는 벌써부터 사정거리 밖이고,

대구경 포는 한 타임, 뜸 타임으로 날아온다.

튀자, 부지런히 남으로 튀자.

남쪽 바다 너머를 본다.

조금만 가면 백령도부터 보일 테니까.


*출처: ilikewastemytime.com



폭격 이후



TV에서는 하루 종일 속보 시리즈다.

3개 방송이 모두 같은 내용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한국전 이후, 25년 만에 평양을 공습했으니.


"핵 항모 엔터프라이즈 함재기들도 폭격을 했답니다. 함경도의 북한 잠수함 기지 등인데, 신형 F-4 톰캣도 호위기로 참가했으며, 당연히 이 다수의 미그기를 격추했다는 보도가 들어옵니다. 그러나 자세한 소식은 다음에 전해드리고, 평양 대 공습에 대해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워낙에 큰 사건이라, 스튜디오에는 남녀 캐스터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

기자와 군사 전문가들이다.

남자 캐스터가 기자에게 묻는다.


“평양의 피해가 상당하다죠?”


“그렇습니다. 우선 중구역에 있는 김일성 집무실이 대파됐다고 합니다.”


“아하~김정일 집무실이?”


“물론 여러 개의 집무실을 쓰기에, 그 안에 김일성이 있었다고는 단정 할 수가 없으나, 하여튼 그중 하나는 파괴되었다고 하네요.”


흥분한 캐스터가 다시 묻는다.


“그렇군요. 아~ 그리고 다른 곳들은 어떻습니까?”


“꽤 여러 군데인데, 김일성 호위 책임을 맡는 호위총국 청사도 파괴됐고, 그 위쪽에 있는, 그러니까 평양 북쪽 서성 구역의 인민 무력부 청사 역시 공대지 미사일에 당했다고 합니다.”


“인민 무력부는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하죠? 이번에 정말 대단했네요.”


숨 가쁜 뉴스가 계속되는데, 이번엔 미 공군기 피해 상황이다.

세상 어떤 일이든 희생 없이는, 되는 게 없기 때문.


“미 공군기 5대가 돌아오지 못했다는데?”


“그렇습니다. 그 외 손상 입은 게 몇 대 또 있고요.”


“다행인 것은 그중 2대가 서해로 나오면서 추락, 파일럿은 구조됐고, 1대는 불붙은 체 군산 앞바다에 추락했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대가 북한 상공에서 추락, 1대는 파일럿 사망, 다른 1대는 파일럿 2명이 낙하산으로 탈출했으나, 2명이 모두 포로가 됐답니다. 군사 전문가들 얘기로, 이게 와일드 위즐이라는 전자전기라고 하네요.”


"2명이니까?"


“그렇죠.”


캐스터가 이번엔 다른 얘기를 한다.


“그럼 이번엔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 공군 전투기 쪽으로 돌려 보죠.”


기자가 말을 받는다.


“네, 모두 훌륭히 임무를 완수했답니다. 미그기와 격렬한 공중전을 펼쳐 4대를 격추하기도 했고. 그러나 우리 쪽 전투기들은 손상이 몇 대 있었을 뿐, 전사자는 없다고 합니다.”


“아이고~ 다행이네요.”


“손상기 중에 1대는 김포 공항에 비상 착륙했고, 또 1대는 백령도에 비상 착륙했고요.”


뒤이어 말한다.


“그래서, 국방부가 사진을 릴리즈 했는데, 이것은 평양 방송이 우리 전투기 7대를 격추시켰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한, 발 빠른 대응 차원이랍니다.”


완전 무장의 병사들과 장갑차 등이 지키는 활주로가 TV 화면에 나타나고,

뒤이어 타이거 전투기 1대가 보인다.

그런데 동체 뒤에 미사일이 박혀 있다.


터지지 않은 미사일.

보기만 해도 아찔한 영상이다.


“보다시피 북한 미사일은 품질이 안 좋은가 봅니다. 전혀 터지지가 않았어요.”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군사 평론가가 거든다.


“저게 아톨이라고, 미군의 열 추적, 사이드와인더를 베낀 겁니다.”


“아~ 짝퉁이군요.”


*아톨. 출처: wikimedia.org



이번엔 백령도 임시 백사장 활주로가 나온다.

또 다른 타이거가 랜딩기어가 손상된 체 착륙해 있는 사진.

동체 뒤 쪽이 그을리고 총탄 자국이 있다.


“이게 바로 미그 기 2대를 격추시켰다는 그 타이거랍니다.”


“1대는 사이드와인더 미사일로, 또 1대는 기관포로.”


갑자기 이때, 화면 아래에 큰 글자가 나온다.


‘미국 국방성, 방금 특별 발표!’



*펜타곤. 출처: sophosnews



“속보가 또 들어왔습니다.”


“꽤 중요한 거 같네요. 펜타곤이니까.”


오각형의 펜타곤 전경이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화면이 바뀌며, 성조기와 국방부 깃발을 양 옆에 두고 선

한 남자 얼굴로 카메라 초점이 옮겨진다.

국방부 장관이다.

그가 단호한 얼굴로 입을 연다.


“북한 공습은 일단 이것으로 중단한다!”


“우리 젊은 장교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는, 부족 하나마나 충분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이 일로 인해 지상군을 움직이려 한다면, 그래서 휴전선 북방에 불온한 군사 행위를 시도하려 한다면, 그땐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용서 없는 대응을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몹시도 강도가 높은 발언이다.

그 강도가 계속 이어진다.


“평양 당국도 알고 있듯이, 우리는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 모든 도시와 산업지대를, 완전 파괴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남침하는 북한 지상군을 충분히 궤멸시킬 수 있다.”


“따라서 평양 당국은 이번 공습을, 매우 귀중한 교훈 하나를 얻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한 마디로 ‘한번, 더 까불면 이번엔 진짜 죽는다!’

이런 거였다.


“또 하나 평양 당국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지금 평양에 있는 우리 미국인들 얘기다.”


“그들에게, 제네바 협정에 준하는 대우를 해 줄 것을 엄중히 부탁한다.”


미군 포로에 대한 얘기다.


“만약 그들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한다면, 그건 또 한 번 평양 폭격에 대한 초대장이라고 여기겠다. 그러나 이때의 폭격은 1차와 많이 다를 것이다. 공대지 미사일 대신, 자유 낙하 폭탄을 대량 사용할 테니까.”



*비행기에서 본 평양. 출처: youngpioneertours.com



“그땐 아마 시민들은 다 내 보내야 할 것이다. 한국전 이후 25년 만에 다시 한번 평양은 불바다가 될 테니까.”


뒤이어 나오는 소리.


“평양 불바다!”



*출처: nbcphiladelphia.com



백령도 해병 벙커 안에서, TV를 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임시 병상 침대 위에서다.

링거를 맞는 한쪽 팔엔 커피가 든 종이컵을, 다른 손엔 전화기를 들고 있는 남자.

대한민국 공군 이윤표 소령이다.


부대의 배려로 가족과의 통화를 막 끝내려던 참인데, 펜타곤 특별발표가 나왔던 것이다.

정말 다행 아닌가?

너희들이 꾹 참고 있으며, 군사 행동을 자제하겠다는 펜타곤 발표.

그래서 이윤표,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 위기는 일단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의 생리를 잘 아는 까닭이다.


평양은 며칠 동안 전쟁불사를 외치며 펄펄 뛸 것이다.

군중대회를 열고 당장이라도 서울로 진격할 양, 난리를 친다.

인민에 대한 체면치례로 서해 5도에 대한 사격이나,

휴전선에서의 제한적 도발 정도가 있다면 있을 것이고.

그러나 시간이 나면 사그라진다.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유화 제스처를 취해 줄 것이다.

김일성과 평양에 대한 사과.

돈은 들어가지 않는데, 김일성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는 있으니까.

따라서 전면 전쟁은 없다.

그들은 물리력에서 뒤지고, 펜타곤의 경고는 리얼리티가 있으니까.


또 다른 말로 하면.

평양은 입으로 싸우고, 미국은 폭탄과 미사일로 싸우니까.

소령, 종이컵에 남아 있던 커피를 다시 마신다.

인스턴트 커피다 그것도 좀 식은 듯하나, 어느 때보다 맛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목 넘김이 부드럽다.

세상에 다시는 없을 탑클래스의 우아한 커피.

그래서 느긋하게 마지막 통화를 한다.

물론 그 느긋함 속에는 격한 그리움이 배여 있지만...


“얘들아, 아빠, 금방 갈게.”



(평양 불바다 - 6부작 끝.)






김은기의 커피 테이블 토크


*제공 @snaperker



어느 분께서 달아준 댓글로 인해, 큰 준비 없이, 또 특별한 기획 없이 시작했던 평양 불바다 시리즈, 그래도 열심히 쓰고, 열심히 참고 자료 서적등을 찾아가며 ‘평양 폭격대’라는 번외편까지 더해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후반부로 가서 전쟁 소설, 또는 스릴러(?)풍으로 쓰기도 했는데, 그래서 좋은 글이든 아쉬웠던 글이든 간에(5회 ‘평양 상공의 대 공중전’은 좀 길었던 거 같습니다;;) 어쨌든;; 약간의 뿌듯한 감도 올라오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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