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이 도입할 뻔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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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스케줄대로 진행이 된다. 다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태풍이 몰아닥친다. 백악관 쪽이다. 민주당 카터 대통령의 선거 패배. 중간 전투기 'IIF'라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대만에의 판매를 장려했던 카터 아닌가? 그런데 백악관 새 주인이 된 것은 레이건이었다.
그리고 ‘IIF’에다 태클을 건다. “타이거샤크의 대만 수출 금지!” 날벼락이었다. 잘 하면 1백 대 정도 팔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 1대도 못 팔아? 소련에 대한 대적(對敵)에, 레이건은 중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게 웬 날벼락이야?" 노스롭 사, 침통한 분위기에 빠지나 정책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생각을 고쳐먹어야지, 지구 상에서 나라는 대만 하나뿐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만들어 놓은 기체도 있지 않은가?
그래, 다른 길을 찾자. 대만처럼 경제 사정이 좋고, 외환 보유고가 많은 나라. 그중 1순위에 들어오는 나라가 있었다. 대만 옆에 있는 나라, 한국. 그리고 이 나라, 예전의 가난했던 한국이 아니다. 급격한 경제개발로 인해, 외환 보유액도 많다. 또 하나 좋은 점이 있었다.
60년대부터 자기네 노스롭 사 전투기를 사용해 왔다는 점. 그들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도 F-5A 자유의 투사 아니었나? 그리고 그 뒤를 이은 F-5E 타이거.
*한국 공군의 타이거. 출처: f15jeagle2.tripod.com
한국 공군도 관심을 갖는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F-5 시리즈의 개량형 아닌가? 따라서 전투기 자체가 낯설지 않다. 더구나 최고 속도가 빠르다. 마하 2 플러스알파. 이는 지금껏 북한의 미그 21한테 가진, F-5 시리즈들의 최고 속도 콤플렉스를 단번에 해소하는 계기도 된다.
*북한이 다수 보유 중인 마하 2의 중국제 미그 21. 출처: airwar.ru
한 때 초상집 같던 노스롭 사,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다시 타이거샤크 프로젝트에 매진한다. 초호기도 완성한다. 완성된 타이거샤크가 벌써 3대째.
*비전이 보인다. 타이거샤크들. 출처: thecid.com
아직 주문 확정된 곳도 없는데, 이례적으로 빠른 템포. 한국 판매엔 어떤 걸림돌도 없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게 한국에 딱 맞지 않은가?
그렇다. 대만보다 한국에 어울린다. 중국이 대만을 공습하러 온다고 치자. 대륙 해안가 내부 활주로에서 떠, 바다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는 종심(縱深)이 매우 짧다. 북한 공군이 기습하기로 작정했다면, 여기에 대한 대응도 매우 빨라야 한다. 타이거샤크가 바로 이런 데에 최적화된 전투기.
F-15 이 글을 찜 쪄 먹었던 최속의 스크램블러다. 한국 F20 타이거샤크 대량 도입에 싸인! 이런 보도가 나오는 건 이제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일본 프라 모델 사, 하세가와의 72분지 1 제품. 출처: fanakit.free.fr
그런데... 세상일이라는 게 왕왕 그렇지 않은가? 생각지도 않은 일이 터지는 경우. 그리고 그것이 희망을 짓밟는 경우. 그 일 하나로 샤크의 한국 판매는 물 건너간다. 쇼킹한 추락 사고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일어났으니, 많은 국민과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참사.
1984년 10월, 수원 비행장 오픈 데이. 많은 관중 앞에서 전투기 1대가 기동을 펼치고 있다. 대 한국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자, 노스롭 사가 파견한 타이거샤크 1호기였다. 완성된 기체 3대 중, 1호기가 한국에 온 것.
60년 대 중반쯤이니까, 지금 중년에 접어들기 시작한 밀리터리 마니아 중, 현장에 있었던 분도 몇몇 있던 걸로 아는데, 필자는 그때 현장에 없어, 보진 못했다.
현란하면서 멋지게 공중 기동 중인 타이거샤크가 급강하, 그리고 다시 솟구쳐 올라가야 되는데, 그대로 지상을 향하여 곤두박질. 그리고 터진 굉음, "콰아아앙!"
*출처: img.thesun.co.uk
그러나 기체만 불길에 휩싸인 게 아니었다. 조종사 다렐 코넬도 즉사한다. 노스롭 사 테스트 파일럿이었다. 대참사였다. 이후 노스럽 사는 황망한 가운데 조사단을 파견, 사고 분석에 들어간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타이거샤크의 기체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극심한 G(중력의 압력)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기체라, 기체 이상일 리가 없고, 파일럿인 다렐 코넬이 갑자기 블랙 아웃 내지 화이트 아웃에 빠졌다는 것이다. 파일럿이 격렬한 G 기동을 하다 보면, 가혹한 중력에 몸이 견디질 못 하고 갑자기 실신, 시야가 캄캄해지거나, 온통 하얗게 될 수 있다.
만화 에어리어88을 보면, 이태리 공중 곡예 팀 출신의 젊은 파일럿이 화려한 기동을 보이다가 공중에서 대 폭발하는 게 나온다. 그때 페이지 맨 아래쪽 글. 블랙 아웃 또는 화이트 아웃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 일이 한국의 수원 비행장에서 일어난 것. 어찌 됐던 한국의 타이거샤크 도입 열기는 급격히 식어버린다. 너무 치명적 사고였기 때문이다.
노스롭 사는 다시금 전진하기로 마음먹는다. 지금까지 들어간 자사 비용이 얼마인데... 여기서 머뭇거리다간 그 돈들, 다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2대가 아직 남아있지 않은가? 2호기, 3호기. 또 4호기를 긴급히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2호기에는 또 중거리 미사일 스패로우도 장착해, 비행시킨다.
*스패로우 미사일을 발사하는 샤크, 원본 사진에도, 매우 귀한 장면이라 쓰여 있다. 출처: s-media-cache-ak0.pinimg.com
그리고 21킬로 너머의 표적기 격추. 도그 파이팅에만 강한 게 아니라, 중거리 전투에도 강하다는 과시였다.
다시 비극이 덮친다. 이것도 전혀 예상치 못 한 일. 수원 사고 이후 딱 4개월 뒤. 1985년 2월이다. 장소는 미국의 구즈 베이라는 곳. 파리에서 열릴 예정인 에어쇼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 중이던 2호기한테 닥친 사고. 또 추락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이번에도 파일럿이 사망한다. 그의 이름은 데브 반즈.
*2번째 추락 시의 예정 비행 코스, 그러나 데브 반즈는 9번으로 돼 있는 착륙 코스에 영원히 진입하지 못한다. 출처: thecid.com
가까스로 일어났는데, 또 한 번의 강타. 그러나 이번 대미지는 너무도 컸다. 타이거샤크 2대를 잃은 것도 잃은 것이지만, 2명의 테스트 파일럿 장례식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회사 사람 누구 눈에도 프로젝트의 장래에,
암운이 짙게 드리워진 게 보였다.
그러나 노스롭 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보란 듯이 4호기 생산에 매달린다. 3대 중 2대가 추락했으니, 나머지 1대로 테스트 비행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대 남은 3호기도, 꾸준히 플라이트 테스트에 매달리게 한다. 1986년 중반인가? 그때 총 플라이트 수는 1600회. 수출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마지막 희망이 남아 있었기 때문. 그것은 미 본토 방공용 전투기 경합. 그런데 조립라인의 샤크 4호기, 결국 완성되지 못한다. F-16 파이팅 팰콘한테 밀렸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가서 샤크를 잡아먹은 건 이 파이팅 팰콘이었다. 출처: globalsecurity.org
그리고 1986년 11월 17일. 서울 올림픽이 가을에 열렸으니까, 올림픽 딱 2년 전이다. 노스롭 사는 침통한 가운데 공식 발표를 한다.
"타이거샤크의 모든 프로젝트는 중단한다."
꿈은 사라지고, 전진은 멈춰졌다. 그때까지 들어 간 돈은 모두 12억 달러. 모두 다 자사 부담이었음은 물론이다.
1982년 여름에 태어나, 86년 가을까지, 단지 4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 간 호랑이상어, 결국 그 가을날... 사라져 간다...
*먼 지평선과 구름 낀 하늘, 가버린 타이거샤크. 그래도 스패로우와 사이드와인더 등 완전 폭장을 갖추고 있다. 사라지는 자리에서 예의를 갖추느라 정장 차림을 했다고나 할까? 출처: simviation.com
그 뒤로 몇 년 후. 어느 항공 잡지 뉴스란에서, 필자는 매우 흥미 있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노스롭 사가, 타이거샤크에 대한 모든 설계도와 관계 자료를 헐값에 제공하겠다는 소식. 물론 관심을 보이거나, 사겠다는 나라는 없었다. 이상의 소식은 무(無).
그러나 힘차게 날아다니며, 화려한 공중전을 펼치는 장(場)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가공의 세계이긴 하나 타이거샤크는 존재한다. 그리고 프라모델의 세계에서도.
*에어리어 88, 13편 커버의 타이거샤크. 출처: mfcdn.net
*모노그램의 48분지 1 모형. 출처: ebay.com
*제공: @snaparker
그 후에 그럼 노스롭 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크지도 않은 회사에서 12억 달러의 손해. 그러나 살아남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무기 업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메이저로 성공하게 되죠.
성공 요인 중 하나는 B-2 스텔스 폭격기입니다. 소련 침공용 전략 폭격기 B-1의 뒤를 잇는 차세대 폭격기로, 오직 날개로만 이뤄진 거대한 전익기 B-2.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 출처: airforceworld.com
정말이지, 캐릭터가 강렬한 회사입니다. 그래서 차후 이 노스롭 사에 대해, 간단히 써볼까 하네요. 몇 종류 안 되는 전투기를 만들었으나, 형태도 그렇고 이름도 매우 독특했으니까요.
야간 전투기 블랙 위도우(과부 독거미), 제트 요격기 스콜피온(전갈), 그리고 마하 2의 전투기 팡(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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