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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침 불가의 소련 핵 잠 '황금 고래'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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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보다 빠른 핵 잠의 전투 방법



유럽에서 제3차 대전이 터지면, 황금 고래이며 알파인 이 핵 잠은 소련 항구를 비밀리 떠나 해저를 고속으로 파고든다. 목적지는 아마도 북 대서양. 미국과 유럽의 주 해양 교통로다. 그리고 미국에서 오는 항모 전단을 습격, 전멸시키는 것.


그럼 서부 유럽은 어떻게 되나? 고립무원이 되며, 소련과 바르샤바 조약국들의 진격에 중과부족, 결국은 유럽의 중앙부를 뺏기게 된다. 뒤이어 제2차 대전 시의 덩케르크 철퇴가 다시금 재현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컨셉을 가진 게 ‘황금 고래’다.


미 항모들을 뇌격하라!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나? 핵 항모가 얼마나 단단히 보호되고 있는데.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 밑에서 철저하게 지켜준다.



*출처: wikimedia.org



더구나 항모 아래에는 킬러 핵 잠이 최소 1척에서 2척까지 앞뒤로 호위하며 전진한다. 따라서 미 해군은 자신만만.


“니들이 어떻게 들어와? 들어오기 전에 격침되지.”


그러나 소련은 동의하지 않는다. 전무후무한 알파 클래스의 성능 때문이다. 세상 어떤 잠수함보다 빠르고, 어떤 잠수함보다 깊이 들어가니까.



*소련에서 오비 엑트 704라는 명칭으로 만들어진, 알파 급 킬러. 출처: fas.org



그리고 일단 한 번 증속을 하면, 1분 안에 40노트로 올릴 수 있었다. 진짜? 60초 만에 바닷속에서 시속 72킬로! 그리고 뒤이어 90킬로까지 올라간다. 온통 물로 꽉 찬 바닷속에서! 별명이 해저 페라리인 게 괜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어뢰가 쫓아오면 어떻게 하나? 페라리처럼 순식간에 속력을 내 따돌리거나, 바다 밑으로 다이브 한다. 쫓아오던 어뢰들이 힘에 부쳐 뒤로 처지거나, 심도를 낮출 경우, 알파는 티타늄으로 선체가 돼 있기에 끄떡없으나, 어뢰는 수압으로 인해 으깨지는 곳. 그래서 서방측 잠수함 함장들은, 이 ‘수중 페라리’한테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싸울 수 없었다.



어뢰를 쏴도, 어뢰보다 빠르다!



소련은 당시 이 수중 페라리를 6척 완성했다(테스트 함까지 합치면 7척이다.). 그리고 대서양으로 보내, 미 해군의 항모 전단을 상대로 훈련을 해 본다.


매우 만족!



*출처: i.kinja-img.com



그런데 이야기의 줄기가 필자 독단으로 잠깐 바뀐다. 이 알파 급이 나오는 흥미진진한 소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톰 클랜시의 ‘붉은 10월 호 추적 작전’이다.



숙명의 킬러와 부머, 쫓고 쫓긴다!



크렘린으로 충격적 소식이 들려온다. 소련 인민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기도 한, 타이푼(태풍) 급 탄도 미사일 전략핵 잠 1척이, 지금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 중이라고!


크렘린 지도자들,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그 배신자는 소련 해군 잠수함대에서 가장 유능하다는 라미우스 함장!



*위기의 크렘린 궁. 출처: russianmap.info



그가 이 사상 최대의 5만 여 톤 핵 잠을, 150명의 승무원과 함께 미국으로 몰고 가? 안에는 최고 비밀의 원자로, 수중 발사 탄도 미사일 20여 발, 거기에 각종 최신 전자기기와 어뢰들까지 있는데 그것도?


“이 게 현실이냐고? 꿈이 아니고?”


크렘린은 정신을 차리고, 긴급 명령을 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격침하라!” 



*미드웨이 해전 시, 일본의 정규 항공모함 비룡이 2만 톤인데, 이 소련제 부머의 수중 배수량은 4만 8천 톤, 거의 5만 톤에 가깝다. 일차 얘기했듯, 세일(전망탑)도 엄청 튼튼해, 북극의 두꺼운 빙하를 뚫고 올라간다. 출처: i.ytimg.com



"기필코 격침해야 한다."


미국이 타이푼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대 재앙! 소련과 소련 인민들한테 이루 말할 수 없는 손해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엉덩이 부비고 앉은 자리를 내놔야 한다. 추격자가 격침을 향해 나아간다.


최강의 추격자다.



추격자가 간다. 스승과 사제의 대결!



바로 이 '황금 고래', 알파! 바닷속에선 당할 자가 없는 초고속 킬러다.



*출처: fas.org



3천 톤이 조금 넘으나, 최대 속도는 수중 45노트! 그에 반해 타이푼은 거의 5만 톤에 달하는 거체 중의 거체다. 정말 사상 최대의 거체다.


장보고 급의 오리지널이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독일 HDW 디젤 잠 209 타입이, 겨우 1500 톤 근처이며, 미국의 대표적 킬러 핵 잠 로스앤젤레스가 7천 톤인데 비하면 어마어마한 크기와 배수량. 그래서 타이푼의 수중 속력은 빠를 수 없다. 27노트 미만!


그것도 또 속도를 풀(full)로 낼 시, 거대한 함체에서 나오는 소음은 위치가 금방 탄로 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영해 안에 들어가기 전, 그 배신자와 함께 랑데뷰, 격침 시키는 건 가능하다.


더군다나 알파에 탄 추적자가 누군가? 소련 잠수함대, 떠오르는 차세대 함장. 바실리 보로딘. 이 보로딘을 누가 키웠나? 타이푼의 함장 라미우스가 키웠다.



*라미우스 함장으로 분한 숀 코너리. 출처: themoviescore.com



지금 도망가는 자가. 바로 그의 스승이다. 제자가 스승을 넘어서기 위해, 그리고 스승을 죽이기 위해 알파를 몰고 간다.



*GOLDEN WHALE, 황금 고래가 간다. 출처: i.ytimg.com



*출처: i.ytimg.com



할리우드 영화에는 숀 코너리가 라미우스 함장으로 분하고, 샘 닐이 추격자 바실리 보로딘으로 분한다. 당연히 톰 클랜시는 미국의 소설가이며, 그리고 상당히 보수적 성향의 사람이다(물론 그 보수적 성향이라는 건 우리와 다르다. 미국 수준에서의 보수). 또한 영화도 할리우드 작품이다. 따라서 미국의 승리로 끝난다. 알파 잠의 추격은 실패하고, 라미우스 함장(숀 코너리)의 타이푼은 망명에 성공한다.



*미국의 어느 해수욕장에 나타난 타이푼. 망명은 성공이다. 출처: i.kinja-img.com



그래서 미시시피 강 같은 데로 미속 항해하는 끝부분이 필자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두 핵 잠들은 지금 어디 있나?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게 있다. 타이푼은 지금도 바다에 있나? 톰 클랜시가 붉은 10월 호를 쓴 게, 냉전이 가장 극에 달할 때의 1980년 대 초반이니,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된 옛날이다. 그런데 지금도 바다 밑을 다닐까?


한 마디로 3척은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다른 3척은 소련의 해체 이후, 스크랩. 초강대국의 조건 중 하나가, 전략핵 잠, 부머를 갖는 것이니, 예산이 엄청 많이 들어도 부머를 포기할 순 없는 것.


특기할 만한 건, 장기 항해로 인해 피곤해진 승무원의 건강을 위해, 그 안에 풀장이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이게 진짜 ‘실내 풀장’이다, 아니면 ‘해저 풀장’. 곁들여 사우나 실도 있다는데, 5만 톤이 괜히 5만 톤이 아닌 듯.


그렇다면 황금 고래는? 전무후무한 능력의 킬러이며, 붉은 10월 호에서의 추격자 알파.



졸라또이 키뜨(황금 고래)는 살아 있나?



알파는 배수량이 매우 작지 않나? 타이푼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따라서 유지비가 매우 적게 들 것 같은 생각도 들어, 지금도 현역이 아닐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

모두 다 사라져 버렸다.



*사라진 알파. 출처: wikimedia.org



지금 바다 밑을 다니는 알파는 없다. 유지비 등의 문제가 아니다. 혁명적이라 할 만큼 뛰어난 성능은 숙명처럼 같이 가야 하는게 있다.


트러블.



‘알파 급’에는 약점이 있다



잠수함은 침묵의 세계에서 전쟁을 한다. 조용하면 할수록, 적을 무찌르며 자기는 살아남는다. 그런데 알파는 결정적 단점이 있었다. 세상 어떤 잠수함보다 빠르고, 어떤 잠수함보다 깊이 잠수하나, 문제는 소음. 그리고 이게 크다는 건, 결정적 단점으로 다가온다. 그 뛰어난 장점들을 어느 순간에 까먹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선체의 심장인 원자로 문제. 작은 선체에다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한 원자로(액체 금속 냉각로)는 항상 불안했다. 원자로가 잘못 폭주를 하면? 그건 선체와 승무원 모두 죽는다. 그래서 생명이 짧아진다. 1990년까지 5척, 나머지 1척이 96년에 마저 사라졌다.



*Fade away... 알파... 출처: fas.org



그러니까 78년에 첫 취역을 해, 96년에 모든 알파가 사라졌으니, 수명이 길지 않은 편. 먼저 글(바로가기:#34 철갑괴물 핵 잠...)에 이야기한 미 항공모함 전단, 전문 킬러인 ‘오스카 크루즈 핵 잠’.


그 급은 20척 이상이 건조되거나, 건조 중이었는데, 퇴역을 하거나 조선소에서의 건조 중단 등으로, 지금 현역에 있는 건 5척 정도로 나온다. 애퇴(哀退)하는 수순이라고 하나, 그래도 남아는 있다.


그러나 ‘졸라또이 키뜨’는 1척도 없다. 황금 고래들은 바다에 더 이상 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멸종이다. 사라진 지 20여 년. 그나마 볼 수 있는 데가 있으니, 그것은 역시 프라모델의 박스 아트로다.



*러시아 쪽 회사 이스턴 익스프레스의 400분의 1 알파. 미 해군 대잠 초계기 P-2 넵툰가 근접 비행 중인데, 이게 진짜라면 넵툰 승무원들,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저 조그만 게 그렇게 무시무시해?” 출처: s1.scalemates.com



*알파의 350분의 1 모형. 알파는 제2차 대전 이후 취역한 잠수함 중, 사진이 매우 드물다. 워낙에 보안이 심한 ‘탑 시크릿’이었던 까닭일까? 그런데 그나마 단 1척도 남아있지 않고 사라졌으니, 이젠 모형으로라도 볼 수 있다는 게, 위안거리가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프라모델을 좋아한다. 







김은기의 커피 테이블 토크


*제공: @snaperker



축구 국가 대표 팀 사령탑으로 조광래가 들어 선 후, A매치데이. 이때 대표팀은 상당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는데, 이청용 선수가 하던 말이 화제가 됐다.


“꼭 만화 축구 같아.”


사령탑의 패스 축구 지시 사항을 두고 한 얘기다. 그래서 글을 쓰는 도중 이런 생각이 났다.


“이거 뭐 만화에서나 나오는 잠수함 아니야?”


네티즌 중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어떻게 어뢰보다 빨라? 그리고 심해로 쫓아오던 어뢰가 수압에 분해된다고?” 


그런데 이게 다 사실이다. 영국과 미국이 신형 어뢰를 만들기 시작한 건, 이 알파 급 때문. 느려터진 어뢰로는 잡을 수 없기에. 기존 어뢰가 타이거 피쉬이고, 신형 어뢰는 스피어 피쉬다. 60노트 플러스 알파의 속력으로 항주 할 수 있는 스피어 피쉬!



*영국의 킬러 핵 잠 ‘트라팔가’급 중 한 척이 지금 무지무지 빠른 ‘스피어 피쉬’ 어뢰를 탑재 중이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어뢰 아닐까? 출처: forces.tv



그래서 필자가 갖고 있는 ‘안드레이 보르토프’ 저(著), ‘소련/러시아 핵잠 건조사’란 책의 이 알파 챕터에도 이렇게 소 타이틀을 붙여 놓은 게 보인다.


"신형함의 숙명."


"천재의 단명."


그렇다. 무기의 세계에서도 천재들의 요절처럼. 시대를 뛰어넘는 성능을 풀(full)로 발휘하지 못하고, 퇴역한 경우가 꽤 있다. 독일의 He(하인켈)-280 최초의 제트 전투기. 미국의 콘베어 B-58 초음속 핵 폭격기 캐나다의 Avro Arrow 공전절후의 거인 전투기 등. 알파도 이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사라진 천재들의 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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