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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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사람하고 병원을 갔다. 주치의도 반가워한다. 지금은 다 나았으나, 자주 병원을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사람, 여지없이 고자질한다.
"선생님, 이 사람 좀 야단치세요. 본인 건강 때문인데, 도대체 말을 안 들어요."
그러자 사람 좋고 털털한 주치의, 나를 보며 대뜸 하는 말.
"연봉이 얼마나 되죠?"
갑자기 웬 연봉?
"나보다 많은 건 아니죠? 내가 상당히 쎈 편인데, 그런 나도. 마누라한테 꼼짝 못 해요. 시키는 데로 합니다."
뒤이어.
"그런데 왜 말 안 들어요?"
"아, 그냥, 뭐..."
"그러다 쫓겨납니다. 남편들은 그런 거 알아야 돼요."
싱글벙글하는 우리 집사람. 그러나 필자는 머리를 단호히 저었다.
"선생님이 뭘 모르시는데..."
표정이 변하는 주치의.
"세상에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가 있죠. 첫 째, 늙은 개. 그리고 오래 산 마누라."
집 사람, 어이없어 하는데. 주치의 이 양반, 관심 간다는 얼굴로.
"셋째는?"
"미국제 전투기에 탄 이스라엘 파일럿."
"예에?"
"어떤 어려운 걸 맡겨도 해치우고 돌아온다는 거죠. 미숀 임파시불이 미숀 컴플레이트!"
진료 카드에다 막 적는다. 필자의 진료 카드다.
"그러니까 늙은 개, 늙은 마누라, 그리고 미 제 전투기의 이스라엘 조종사. 이게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아~ 재밌네."
결국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진료실을 나오게 된다. 누구 하나만 빼고.
사실 이스라엘 공군은 대단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실전 경험이 풍부하기도 하며, 항상 압승을 거두우니까. 독립 이후, 아랍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중고 전투기들을 끌어 모았던 시절을 지냈다. 체코제 메셔슈밋트 109인 노스 아메리칸 중고 무스탕, 그리고 영국의 쌍발 폭격기 모스키토 등.
*매우 특이한 신생 이스라엘 공군의 체코 제 메셔슈밋트 Me-109. 체코 슬로바키아가 만든 제 2차 대전 이후의 진정한 라스트 메셔슈밋트다. 우리나라 문방구에도 이 키트가, 아이디어 사(社) 모형 제품으로 나온 기억이 있다. 출처: aviationmuseum.eu
이어서 제트 시대가 다가오자, 프랑스 제 전투기들을 도입한다.
우라간.
미스테르.
벌투르.
*우라간, 돌풍이라는 의미의 프랑스 최초 제트 전투기. 그 뒤로 보이는 게 벌투르(매) 전폭기이며, 샤크 마우스 앞의 것은 미스테르 전투기 인듯하다. 프랑스 제 3총사가 한 컷 안에 다 있는 셈. 출처: oocities.org
뒤이어 풍운이 임박한 정세 속에, 결정적 기체가 들어온다.
미라주 3.
*델타, 미라주! 출처: orig04.deviantart.net
그 기체들로, 대대적 승리를 거두는데, 뒤이어 들이닥친 프랑스의 배신. 이미 입금됐는데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가 50대나 되는 미라주 5 인도를 거부한 것. 이스라엘은 부랴부랴, 미라주의 국산화에 들어 가나, 더 좋은 소식이 온다. 프랑스와는 비할 바 없이 파워 좋은 전투기를 생산하는 미국. 미국이 나선 것.
맥도넬 더글라스 F-4 팬텀이다. 그것도 발칸포가 달린 F-4E! 바로 그 ‘절대 배신하지 않은’ 3번째 전설의 시작이다.
물론 헬 하아비르(이스라엘 공군)는, 이미 미라주의 전설을 만들었다. 누구도 백 프로 믿지 않았던 델타 익의 성능, 어찌 보면 당시 프랑스의 삼각 날개는 'Pool man's Mach 2 Fighter', 다시 말해 '가난한 나라의 초음속 전투기!'. 항공 산업과 기술력 충분치 않은 나라가 당장 마하 2로 점프하기 위한 형태! 그게 델타 익이라 생각되던 시대였다.
*이스라엘의 미라주 3, 제3차 중동전 당시의 형태, 위장, 그대로다. 출처: flyawaysimulation.com
따라서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을 것이다. 공중 기동력, 이착륙 성능, 무장 탑재 포인트 등. 괜히 속도만 마하 2라고 폼 잡는 거지.. 그러나 이것들을 한 방에 불식시켜 버리고, 나치 독일한테 5년이나 점령당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프랑스 항공 산업을 일거에 끌어 올리도록 한 게, 미라주였고, 거기에 탄 이스라엘 파일럿이었다.
그러나 미라주는 어찌 됐던 경 전투기의 카테고리에 든다. 독일 망명 기술자 집단이 만든 스네크마라는 작은 엔진 파워에, 그리 많지 않은 탑재량, 그리고 적당한 항속력. 이게 미라주 3다.
하지만 F-4E는 모든 게 달랐다. 강력한 파워의 쌍발 엔진과 엄청난 연료 탑재로 인한 장거리 항속력. 그리고 2차 대전 시 4발 중폭격기를 능가하는 무장에, 미사일 여러 발은 기본.
그러니까 무지 멀리 가서 무지 강하게 때리고 온다. 이게 바로 팬텀. 그리고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어트리션 워(Attrition War)라는 '소모 전쟁'이다.
이건 이집트가 먼저 시작한 건데, 그들은 인구나 자원 면에서 열세인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에서의 재빠른 회복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전쟁을 하다 보면, 지칠 거라고 생각했기에, 지상군은 움직이지 않은 체, 다른 걸 동원해 치룬 전쟁.
"니들이 나라가 커? 인구가 많아? 조금 있으면 헤맬걸."
그런데 웬걸, 점점 더 곤란해지는 건 이집트였다. 이유는 장거리로 치고 들어가는 팬텀 때문이다.
*다비드(다윗)의 6 각형 별이 있는 이스라엘 팬텀. 출처: wp.scn.ru
지금의 언론에서, 중동 쪽 기사는 시리아 내전이나 IS기사뿐이다. 그러나 70년대는 상대국으로 들어가 폭격해 대고 공중전을 벌이는 기사가 많았다. 예전 필자의 기억에도 이런 게 기억난다. 이스라엘 공군 팬텀이 카이로 너머 침투, 폭격! 제철소를 부셔버렸다고.
계속해서 이집트가 열세에 처하자, 소련은 결단을 내린다. 소련 파일럿들을 이집트에 파견하기로. 그리고 이집트의 마크를 한 체, 이스라엘 공군기의 요격에 나선다. 최고 기량의 파일럿에다, 수 천 비행시간의 경험이 있는 미그 21. 눈감고도 조종할 수 있는 전투기다. 이들이 요격전에 참가한다.
*당시 사용하던 이집트의 미그 21. 등허리가 불룩 튀어나와 꼬리까지 이어진 건, 좀 더 연료를 채우기 위해서인데, 아무래도 다른 타입보다 항속력이 좀 늘어난 편이다. 출처: ytimg.com
여기에 위협을 느낀 이스라엘은 벼르고 벼른다. 이 소련 인들을 한꺼번에 손보기로. 자기네 파일럿 중 베스트만 모아 요격 비행대를 구성하고, 비밀 작전의 이름까지 정해진다.
라이몬(Rimon) 20.
이스라엘의 소련 파일럿 암살 작전
1970년 7월 30일 이스라엘 팬텀기가 뜨자, 시나이 반도 레이더 기지가 캐치한다. 비상이 걸리는 소련군 원정 비행대.
“저걸 잡는다!”
풍부한 비행시간에다 베스트 기량을 가진 소련 파일럿들이 요격에 나선다.
*양키 팬텀 속 유대인을 잡아라! 이륙하는 미그 21. 출처: sputniknews.com
이때 소련인들은, 누구나 자신에 차 있을게 틀림없다. 지금까지 공중전에서, 이스라엘 애들이 완승을 거둔 건 다른 게 아니니까.
“전적으로 멍청한 아랍인들의 저급 기량 때문.”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그걸 기체 탓으로 돌린다.”
소련제 기체도 아랍인 마냥, 신통치 못 하다고.
“그래서 오늘 우리가 시나이 하늘을 완전 청소해 버린다! 그런 말 쑥 들어가게!”
그런데 어떻게 됐나?
소련 베스트 파일럿들의 대재앙!!!
*추락하는 미그 21. 출처: blogspot.com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요격에 걸려 버린 것이다(이때 팬텀 외에 미라주 3도 참가했다고 한다.). 5대의 미그 21이 불덩이가 돼, 사막으로 추락하는데, 이중 4명이 사망. 1명은 탈출 해 겨우 살아났으나, 나중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위키피디아에는 이들 이름도 다 나온다).
이 소식을 접한 이집트 군 수뇌의 반응은?
안타까워 하기는 커녕, ‘굿 뉴스’라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이유가 있다.
“저 소련 놈들, 얼마나 우릴 업신여겼어? 지들 건 일류 전투기인데, 우리가 멍청해서 맨날 당하는 거라고."
"그런데 이제 뭐라고 할 거야?"
*헬 하아비르의 사막색 위장 F-4E 팬텀, 벌써 3개의 격추 마크가 있다. 출처: wikimedia.org
*사막에 전시 중인, 유대인의 미라주 3, 조종석 아래의 격추 마크가 어지러운데, 역시 미라주는 좋은 도그 화이터임에 틀림없다. 출처: wikimedia.org
물론 그 이후에도 헬 하아비르의 활약은 계속된다. 북 아프리카의 아랍국에서 테러리스트 리더가, 여객기에 타고 뜰 때, 그걸 지중해 상공으로 장거리 비행,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해 오는 임무.
그리고 개조한 보잉 707 급유기의 도움을 받아가며, 무려 2300킬로나 떨어진(왕복 거리인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무지무지 먼 거리), 튀니지의 팔레스타인 게릴라 훈련 기지를 급습한 것 등.
거의 뭐 할리우드 첩보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활약인데, 그중 압권이 있다. 우리가 1~20년쯤, 북한한테 했어야 할 작전.
1981년 6월 7일이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준비하고 준비하던 작전을 발동시킨다. 어찌보면 건국 이래 최고 중요한 작전일 수도 있다. 타깃은 매우 먼 곳. 이집트도 아니고 시리아도 아닌,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도 20여 킬로 떨어진 곳.
오시라크 원자로였다. 그냥 놔두면 결국, 후세인이 원자폭탄을 손에 넣으리라는 건 자명한 사실. 8대의 F-16 파이팅 팰콘 전폭기가 폭장을 하고, 팰콘을 호위해 주는 6대의 F-15 이들이 머나먼 이라크 땅을 향하여 기지를 이륙한다.
‘후세인의 원폭 제조를 저지하라!’
그리고 보기 좋게 성공한다. 후세인의 원폭 제조 야망은 바로 그날 6월 7일 끝나 버렸으니까.
*이스라엘의 F-16B, 히브리 어로 네츠(Netz)라는 복좌 전투 공격기인데, 대형 연료 탱크, 공대지 미사일, 공대공 미사일을 달고 있다. 물론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한 파이팅 팰콘은 이 B형은 아니다. F-16A형. 출처: wikimedia.org
*말이 필요 없는 당대 최강의 전투기, 이글! 공중전이 주 임무인가? 사막색 위장이 아니라, 그레이, 회색 위장이다. 출처: jewishexponent.com
그래서 외국 군사 평론가들은 요즘 이렇게 말한다. 북한 핵에 관해서다.
“김정은은 결코 핵을 포기 안 한다."
"후세인을 봐라, 핵이 없으니 비참한 죽음을 당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그는 절대 그렇게 안 한다.”
이 글의 타이틀은 미국 제 기체에 탄 이스라엘 파일럿이다. 그럼 이란은? 그들도 미 제 전투기를 많이 쓰지 않았던가? F-4E 팬텀에다 F-5E 타이거, 거기에 이스라엘도 감히 가지지 못 한 최고급 전투기 F-14 톰캣도 있다(모두가 팔레비 왕 시절 도입한 것들). 그리고 톰캣의 피닉스 미사일은 이란, 이라크 전쟁에서 상당한 킬을 기록한다.
*9년 동안 계속된 이란, 이라크 전쟁 때, 이란의 톰캣이 이라크 미그 21을 잡고 있다. 일본 후지미 사(社)의 박스 아트다. 출처: findmodelkit.com
그런데도 가장 믿을 만한 것에 이란 파일럿이 끼지 못 하는 이유가 있다. 이란 공군이 먼저, 이스라엘에 앞서 이 오시라크 발전소를 폭격했었기 때문.
'작전명, 검게 그을은 검(Operation Scorched Sword)'
그런데 실패한다. 폭격은 미제 F-4 팬텀이 담당했을 테고, 상공 호위도 미제 F-14 톰캣이 담당했을 게 틀림없다. 둘 다 모두 장거리 공격과 공중전에 내로라하는 기체.
그런데도 미션 임파시블! 더구나 국경이 서로 맞붙어, 비행 거리 상 매우 유리한 조건 하에 실시됐을 텐데, 오시라크 발전소에 경미한 손상만을 입힌다. 작전 명처럼, 검게 그을리게만 했나?
그렇다면 역시 세상에서 가장 믿을 건 오직 3가지다.
늙은 개.
오래 같이 산 마누라.
그리고 미제 전투기의 이스라엘 파일럿.
*@snaparker 제공
필자가 아는 얘기가 있다. 당시 이스라엘 폭격 팀은 장거리 침투 비행 시, 사우디 국경을 비스듬히 날아갔는데, 아랍 어로 교신했다고 한다. 아랍 쪽 민간 여객기로 위장하기 위해. 그래서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이라크 쪽 레이더가 깜쪽 같이 속은 모양이다. 어찌됐든 대단한 미국 제 기체와 이스라엘 파일럿들.
그러나 이 글은 이스라엘 파일럿을 찬양하는 게 아니다. 오롯이 그들의 실력만큼은 인정하자는 것.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의, 어린아이와 비무장 민간인들을 정확한 폭격으로 죽이는 게, 또 누구인가? 그들이다. 그것도 자주 그렇게 한다. 미제 전투기에 탄 이스라엘 파일럿들이.
따라서 그들은 한 때 경탄과 존경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나라 없고 일자리 없는 불쌍한 팔레스타인들들의 킬러가 되기도 해, 그런 외신을 언론으로 접할 때마다 쯧쯧... 하며 혀를 차는 건 결코 필자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폭격 뒤의 가자 지구. 출처: rs21test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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