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비 May 12. 2021

나는 지금 내 삶을 연습 중입니다.


 첫 아이는 걸음마를 늦게 시작했다. 여자 아이들은 돌이 되기 전에 걷기도 한다던데, 우리 아이는 14개월이 지나서야 걸음을 내디뎠다. 걷는 것뿐 아니라, 기어 다니는 것도 어설펐다. 다른 아이들처럼 엎드려 있다가 기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다리는 펴고 다른 다리는 구부린 채, 한참을 앉아있기만 하다가 손으로 엉덩이를 밀어서 겨우 움직였다. 


 걱정하진 않았다. 언젠간 걷겠지, 언젠가 뛰겠지. 늦더라도 제 속도대로 자라 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홀로 땅에 한 걸음 내딛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어린 아기의 서툰 걸음은 괜찮다고 하면서 왜 스스로에게는 어떤 일과 상황이든 한 번에 잘 헤쳐 나가야 할 것만 같은 부담을 안고 살았을까?






 살면 살수록 잘 살고 있지 못한 것 같은 때가 많았다. 흘러가는 속도에 맞춰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이룬 것도 없는 것 같아 불안했다.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건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내 마음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는, 살아가는 일에 서툴기만 했다. 


 삶을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 나를 이제야 받아들인다. 할 일이 많아 기우뚱거리는 나도, 마음이 불안하고 외로워하는 나도, 관계 속에서 어쩔 줄 몰라 힘들어하고, 둘러싼 역할 속에서 도망가고 싶어 하는 나도. 나에게도 이번 삶은 처음이니까. 아기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오늘이니까. 계속 연습하고 다시 일어날 거다. 나의 글은 수 없이 넘어졌던 내가 살아가는 연습을 배워온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 살아가는 것이니 한 번에 사는 일에 능숙해져야 한다며 다그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키가 다 자랐다고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탈 때도 엎어지고 수없이 넘어진 뒤에야 비로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살아간다는 것도 그렇다. 때로는 힘이 들고, 서투르며, 상처 받은 삶이라도 괜찮다. 우리는 살아가는 연습 중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