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된다'가 아닌 '한다'
미국에 온 지 1주일이 되었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 Project (고의적 인터뷰를 통한 내 삶의 목적 찾기..!) 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이 Chapter는 어떻게 쓰기 시작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생각하다보니 또 남의 시선이 먼저 떠올라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계적으로 타인의 시선 생각하느라 까먹을 뻔한 내 프로젝트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머리 쓰지 않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감사히 타인을 인터뷰하며 순서대로 담백하게 기록하기로 했다.
A는 동네주민으로 이곳에 와 처음으로 알게 된 분이다. 아직 오래 알진 못했지만, 만날 때마다 늘 활기찬 에너지를 뿜어내는 분이다. 우리 가족이 도착하자마자 동네 최고의 카페와 아이스크림 집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연락을 주셨고 우리는 A와 와이프를 카페에서 만났다. 두 부부는 정말 행복해보였고, 우리에게 베푸는 친절은 그 들의 행복과 여유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샌프란시스코의 햇빛이 따스했던 것이었을까- 그 오후에 나누었던 우리의 대화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냈다.
A는 미국에 산 지 12년 된 가장으로, 한국에서는 굴지의 대기업에 다녔고 공부를 하러 미국에 왔다가 가족과 함께 정착하게 되었다고 했다.
“5년차인가, 갑자기 그냥 이렇게 회사를 다니는 것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됐어요. 그래서 회사가 아닌 다른 것을 찾다가 공부를 더 해보자고 생각하고 미국에 왔고요. 운이 좋게 회사에서 일을 병행할 수 있게 돼서, 금전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러다 회사와 함께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끝나게 되자, 더 이상 직장과 학위를 병행할 수 없어 선택을 해야 했고 그때 안정보다는 원래 유학길에 올랐을 때 그 첫 생각을 붙잡았다. 그리고 박사과정을 마치게 되자, 원래 일하던 경력에 더해, 이 곳에서 새로운 Start-up에 들어가게 되었다.
“박사를 마치고 나니, 이걸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여긴 생각한 것을 만들 수도, 찾을 수도 있는 곳이라서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A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왜 A가 정착에 성공하고,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A는 단지 배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배운 것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삶을 목표했다.
꿈은 동사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배우는 것 자체가 아닌 그걸 통해 무엇을 할지가 중요했는데 나는 늘 무엇인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다. 좋은 엄마, 좋은 동료, 좋은 와이프, 좋은 딸. 혹은 백억이 담긴 통장. 아파트 50채 갖기. 경제적 자유. 어릴 적엔 외교관, 앵커, 기자. 그 명사를 묘사하는 중에도 내가 무엇을 해내고 싶다는 동사는 매우 추상적으로 “일을 잘 하고 싶어” 정도이지 끝내 무엇을 하겠다/해내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나의 꿈을 동사형으로 만든다면 무엇일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혹시 생각해본적 없다면 한 번 떠올려보시길!)
아, 중요한 점이 있다. 동사는 피동사가 아니어야 한다! 받는다. 되어진다. 주어진다. 등의 수동적인 동사가 아닌 능동적인 동사여야한다. 만든다. 개척한다. 닫는다. 연다. 간다. 멈춘다. 등 꼭 무언가를 성취하는 동사는 아니어도 내가 동작을 해서 결과를 얻어내는 능동적인 동사가 내 꿈을 설명할 수 있다.
사실 목적어는 모르겠고, 동사만 고르라고 하면 난 항상 “간다”라는 동사가 내 꿈이었으면 좋겠다.
난 늘 필요한 곳에 가고 싶다.
난 갈 수 없는 길도 간다.
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간다.
난 내가 가기 싫은 길도 간다.
난 다른 사람과 같이 간다.
난 포기하지 않고 간다.
난 천천히 그러나 멀리 간다.
난 간다.
그래- 이건 내가 찾은 첫번째 조각이다. ‘간다’
나는 늘 더 나아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서 말고 다같이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멈추지 않고, 고이지 않고, 매일 더 나아가는 것 그리고 다 함께 나아가는 것. (어디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누구랑? 더 많은 질문들은 차차 더 많은 이야기 속에서 찾게 될 것이다.)
매일 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여러 날 중 일부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발을 움직이는 날이 되겠지. 그렇지만 이유를 모른 채 가는 것이 아니니까 이제는 좀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브런치 글도 벌써 11편째다. 원래의 나였으면 ‘가지 못할’ 길이다.)
매일 가기 위해 나는 사실 여러가지 과제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ADHD 마냥 모든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 어떤 프로젝트라도 하루치만큼 더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약간의 사이드 잡들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이 내 집중력과 꾸준함을 늘려 나가야겠다.
그런데 이것이 삶의 목표일까? 그냥 막연히 가는 것이? 이렇게 파편적인 일상이 삶의 목표가 될 순 없지 않을까? 물론이다. 나는 오늘 찾은 이 동사가 삶의 목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작은 동사들이 모여 나에게 가장 중요한 동사가 나타날 것이고, 그제서야 나는 덜 불안한 발걸음으로 조금은 얼굴에 긴장을 내려놓은채, 즐기면서 더 먼 길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내 것이었을 그 조각들이 어서 더 많이 내게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 아니다. 내가 찾으러 “갈게”!
우린 언제가 되었든 곧 만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