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브래드포드 전시 중, <떠오르다(Float)>감상
전시장 바닥 위, 겹겹이 붙여진 종이 조각들 사이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발끝에 따라붙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작품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밟는 것’, 그리고 ‘걷는 것’이라는 사실이 곧 감각으로 밀려왔다.
지금 어디를 밟고 있는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결을 따라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몸이 먼저 작품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떠오르다(Float)〉는 캔버스, 종이, 천 등을 찢어 만든 수천 개의 띠를 노끈들로 연결해 하나의 큰 구조를 이루는 설치 작품이다.
물성은 유사하지만 찢긴 결의 방향, 배치된 각도, 띠의 폭과 길이는 서로 다르다.
그 조각들은 각자의 흔적을 간직한 채 겹쳐지며
균형과 비균형, 질서와 비정합의 경계에서 고유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종이 위에 스민 물감 자국들도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번짐의 방향, 얼룩의 농도, 멈춘 경계선까지 모두 제각각이지만
그 차이들이 오히려 하나의 풍경을 구성한다.
질서 없는 질서. 불균형 속의 조화.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다.
삶도 종종 그렇게 흘러가니까.
처음에는 로프의 결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익숙하고 안전한 방식이었다.
그러다 방향을 틀어보기로 했다.
로프를 가로지르고, 대각선으로 비틀며 걸어본다.
때로 발에 걸리고, 중심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정해진 길을 따르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경로를 그리는 일이 더 솔직하게 느껴졌다.
옆을 스쳐 지나간 아이의 발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가볍고 자유로운 리듬이었다.
무심한 듯 튀어나온 그 박자와 느릿한 걸음이 교차되는 순간, 같은 작품 안에서 전혀 다른 길들이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떠오르다〉는 그런 식으로 관람자를 끌어들인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리듬으로 흔적을 남기게 만든다.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조화만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각자의 결을 지닌 채 병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하며
수많은 조각들이 겹치고 어긋난 화면 속에 리듬과 질서를 만들어낸다.
종이는 밟히고 찢기고 구겨질지언정, 여전히 종이다.
형태는 바뀌어도 정체성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토록 다양한 조각들이 한 화면에 덧붙여질 때, 각각은 더 선명한 목소리를 갖게 된다. 이 작품에서 콜라주는 다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드러낸다.
겹침은 고립이 아니라 연결을 낳고, 그 연결은 복잡하지만 단단한 서사를 이끌어낸다.
다름을 딛고, 흔적을 남기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완성되는 작품.
〈떠오르다(Float)〉는 그 위를 걷는 모든 이의 리듬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