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틈에 바람이 들어올 때

송은의 입구 <Panoramix>와 공간의 공동연출

by 김정승

송은 아트스페이스 건물 입구.
LED 스크린에 재생되는 Tromarama의 영상 작업 <Panoramix>는
처음엔 그저 ‘싱그러운 초록’의 반복처럼 보였다.
화면을 가득 채우며 살포시 흔들리는 정도의 풀잎을 보는 순간
나는 잠시 ‘아, 이건 배경이다’라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풀잎이 갑자기 커튼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변화는 순식간이었지만 너무도 자연스러워
마치 영상 속 풀잎과 실제 바람이 하나의 리듬을 나누는 듯했다.

그 순간 화면은
단순한 스크린이라기보다
바람과 공명하는 투명한 막, 혹은
현실과 영상 사이를 넘나드는 감각의 창처럼 느껴졌다.

사운드는 없었지만 마침 불고 있던 실제 바람이
작품 속 움직임과 절묘하게 포개지며
나는 그 순간, 소리 없는 사운드를 듣고 있었다.

영상 작품은 스크린 안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설치되어 있느냐는 감상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입구라는 장소, 지나가는 사람들, 유리문에 반사되는 자연광,
그리고 바람.
이 작품은 매체 자체보다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된다.
감상은 그 자체로 공간-매체-몸의 삼중적 합주가 된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작품이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은 늘 그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관람자는 그 관계의 안으로 들어가 ‘사이’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기에 감상은 눈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몸이 먼저 감각하고,
그다음에야 시선이 ‘이야기’를 구성한다.

<Panoramix>는 그날의 바람과 함께
내 감각 내부에 스스로 확장된 프레임 밖의 이미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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