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사이의 함수적 감응

트로마라마(Tromarama) 개인전 작품 감상, 송은아트스페이스

by 김정승

— 매체적 간극이 열어주는 심리적 사유의 장면


당연하게 작동할 것이라 믿었던 세계의 규칙이
아주 사소한 낙하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무너짐을 어디에서 감지하게 될까.

트로마라마 <Quandary>

두 개의 모니터가 있다.
하나는 선반을, 다른 하나는 바닥을 비춘다.
현실의 구조에 정밀하게 맞춰 배치된 이 화면들은
언뜻 보기엔 단순한 관찰의 틀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이 작품의 핵심은 그 사이에 있다.

실제 물체의 운동을 재현하는 듯한 영상 속 사물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예측하는 궤도를 따르지 않는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질 듯한 물체는
예상된 타이밍을 비껴가며 한참을 맴돌다 낙하하고
튈 것 같던 표면에선 어떤 반동도 없이 구르고,
소리는 사물의 형태를 배반하며 낯선 음향으로 출현한다.

이 어긋남의 순간은 관람자의 감각 체계에 미세한 균열을 낸다.
우리는 ‘그럴 리 없다’는 인지를 품은 채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무엇인지 스스로 검증하게 된다.

나는 이 작품이 마치 하나의 함수(function)처럼 작동한다고 느꼈다.
입력과 출력, 원인과 결과의 순서를 갖춘 구조이지만
그 내부엔 보이지 않는 인지의 프레임이 개입된다.
영상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시간 지연이 아니라
관람자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재조립되는 구간이다.

이 지연과 어긋남은
우리가 얼마나 ‘예측 가능한 세계’에 의존하며 살아가는지를 역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틈에서 질문이 피어난다.
지금 내가 본 것은, 정말 내가 본 것인가?

이 작업은 우리에게 세계를 다시 ‘의심하는 감각’을 요청한다.
그 감각은 단지 시지각적 차원이 아닌
심리적 구조마저 들춰보게 만드는 미세한 파열이다.

트로마라마 <Quand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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