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화책 그림 의뢰, 나름의 성과

by 따스히

일러스트레이터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을 쯔음 꾸준히 그림을 업로드 하던 SNS에 그림 의뢰가 들어왔다.

그 전에도 몇 번 작은 사이즈의 일러스트 의뢰가 들어와 작게나마 경험 해 본 적은 있었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 되는 큰 작업 의뢰는 처음이었다. 내가 동화책이라니. 아직 초짜인 나는 능숙하신 담당자의 말씀에 따라 네 라는 말 맺음을 끝없이 하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마음 속으론 '나에게 의뢰를 하겠다고? 이럴수가. 동화책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긴 했는데.' 하며 담담한 척 어른스러운 연기를 하며 전화를 이어갔다. (사실 마음은 졸아들었는데 말이다.) 어린 아이들 동화책인데 사이즈와 몇 컷의 그림 그리고 어떤 스타일이 들어갔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사실 내게는 큰 첫 작업이라 전화 의뢰를 들으면서도 내가 잘 이해 하고 있는건지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물어보아야 할지 암담 했었다. 그래서 우선 생각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는 담당자께서 보내주신 작업 내용에 대해 다시 읽어 보고 각자의 이야기 끝에 계약서라는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렸다. '아. 계약서는 처음인데 검은건 글씨고 하얀건 종이네.' 처음 본 계약서는 우리나라 말인데 한국 사람인 내가 봐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계약서에 대해 이것저것 들은 바가 있어 수정사항을 요청 했지만 쉽지 않았다. 갑과 을의 차이가 이런 것일까? 양도 계약서가 아닌게 어디겠나 하며 꼭 한번 동화책을 출판 해보고 싶었기에 경험 삼아 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1달이라는 여유 기간을 주고 스케치한 과정을 피드백 받고 통과한 스케치가 채색을 하게 되고 채색 또한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생각보다 큰 수정은 없었지만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작업 보다 의뢰인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담당자님께서 구체적인 일러스트 구상을 하고 계셨기에 다행히 일이 잘 진행 되었다. 마지막 채색까지 마무리 하고 그림을 넘긴 뒤 남은 기간 동안 마지막 수정 사항에 관한 연락을 기다렸다. 계약 날이 거의 끝나가서야 마무리가 되어 빠르게 서로 약속 한 기간까지 일을 정리하고 끝내 마음이 후련했다.


마음 졸이며 수정 사항을 기다리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작업비 입금도 계약서에 약속한 입금일 보다 더 늦게 입금이 되어 마음이 쓰이는 상황들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상황은 상황인지라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 하기로 했다. 그림을 의뢰 받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임을 다시금 알게 되었고 계약서에 관련한 공부도 해두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동화책이 출간되고 내 그림이 책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게 되자 부족한 부분도 물론 보였지만 그래도 하나 해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 자신을 다독이며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거라 생각하며 마음의 짐을 덜어내곤 했는데 그래도 이 동화책이 꾸준히 그림을 그린 것에 대한 격려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내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내 그림을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에서 벗어나 그 모습까지도 모두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여러 사람들의 소통을 통해 발전해 나가 나를 더 굳건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그 삶과 과정 속에서 이런 큰 행복한 이벤트는 손꼽을 만큼 적은 경험들이지만 이따금씩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행복과 뿌듯함을 안겨주니 힘들었던 모든 일들을 한번에 위로 해 줄 때가 있다.


내 뜻대로 인생이 살아지진 않아도 가끔은 내 뜻대로 되어줄 때도 있으니 그것에 감사하며 그냥 나는 오늘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거창한 명성과 큰 부의 축적 또는 거대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나 스스로를 믿고 가다 보면 또 그렇게 시간이 가다 보면 무언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당장 큰 무엇이 되어있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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