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마무리를 하고자 책상에 앉아 빽빽하게 꽂아진 책장 사이에서 일기장을 간신히 빼내어 펼쳤다. 일기장을 펼쳐 제일 앞 장에 큰 글씨로 써둔 버킷리스트를 유심히 보았다. 제일 첫 번째 버킷리스트 였던 일러스트 작가되기는 지금 도전 중에 있고 쭉 훑으며 나머지 항목을 내려다보니 카톡 이모티콘 제안 도전 이라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내 꿈이 구체적으로 일러스트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기 이전에 어릴 적 내 꿈은 캐릭터 디자이너였다. 한참 도트 디자인과 짤을 포토샵으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 나는 우연히 본 캐릭터 디자이너의 책에서 꿈을 찾았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좋아해 항상 곰돌이 캐릭터를 연습장에 가득 그려 넣고는 했다. 지금도 일러스트를 그릴 때 등장하는 인물들을 귀엽게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우연히 카톡 이모티콘을 제안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무작정 버킷리스트에 적어 둔 것이었다. 대학 시절 배웠던 포토샵과 때마침 있는 아이패드로 조금만 공부를 하면 도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카페에 카톡 이모티콘 작가 분들이 있는 곳에 가입을 했다. 포토샵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서 다시 처음 부터 시작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일러스트 그리는 것 보다 조금 힘든 작업들이 있긴 했지만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그림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게 끔 그림을 연결해 그리는 것은 쉬운 도전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대학생 그 시절로 돌아가 초심의 마음으로 열심히 배웠다. 주변 사람들은 "일러스트 작가도 된다더니 카톡 이모티콘 작가에도 도전하게?" 하며 의아해 했지만 나는 그냥 되던 되지 않던 도전해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굳이 꿈이 하나 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관심사가 있는 대신의 끈기가 없다는 큰 단점은 있지만 관심사가 많은 만큼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다. 내 꿈에 대해 아는 가족들은 허황되다며 비수의 칼날을 꽂기도 한다. "기술 하나만 똑부러지게 배워서 돈 벌면 그게 최고인거야." 하는 엄마의 말씀이 틀린 건 아니지만 난 여러 장래희망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 선생님께서 장래희망에 대해 적어오라고 하시면 고민이 참 많았다. 화가도 되고 싶고 선생님도 되고 싶고 저번에 본 마술사도 되고 싶고 하고 싶은게 많아 고민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현실에 부딪치자 성적에 맞는 꿈을 찾기 시작했고 그 꿈엔 선생님도 마술사도 화가도 없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엔 꿈이랄 것이 없이 그냥 공부만 했었던 것 같다. 어차피 공부도 적성에 맞지 않고 취업을 위해 꿈을 정하는 것도 싫다면 그냥 좋아하는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하겠다며 무작정 디자인학과를 지원하고서는 디자인 회사 취업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4년을 공부 했었다.
분명한 목표를 가졌더라도 좋은 결과로 마무리 짓는 결정권은 내게 없어서 고된 취준생 기간을 겪어야 했지만 간신히 취업한 회사에서 고되고 반복된 삶을 살다보니 다시 어린 학창시절처럼 목표와 꿈 없이 일만 하게 되며 의미 없는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어른은 어렸을 때처럼 꿈이 많으면 안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조금의 반항심을 담아 소심했던 나는 사직서 대신 버킷리스트에 내 꿈을 가득 적어 놓고 위안을 삼고는 했다. 버킷리스트를 적어 책장 어딘가에 박아 둔지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다시 큰 결심을 내렸지만 지금은 꼭 무언가가 되지 않더라도 그것으로 당장 성공하지 않더라도 많은 꿈을 꾸며 경험하는 어른이고 싶다.
이런 마음가짐을 먹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정신적인 고통이 있었지만 그랬기에 나는 조금 더 확고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물론 다른 이의 따가운 눈총이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나는 새로운 고민을 하고 살고 싶었기에 나를 중심으로 살고자 한다. 그래서 난 또 다른 도전을 하려고 한다. 무작정 책 한 권을 구매하여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만들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24개 제안으로 그 중 3개만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제출하면 되었는데 참 쉽지 않았다. 우선 전에 그려 두었던 캐릭터 스케치들을 스케치북에서 찾아내어 수정하고 상황에 맞는 디자인으로 그림을 그려 간신히 개수를 맞춰 제출 했다. 합격일리는 없겠지라며 마음을 내려놓은 척 했지만 한편으론 되면 정말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2주를 기다렸다. 2주가 지나니 역시 아직 부족 했던지 미승인을 받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것과 내 작업 영역이 넓어진 것에 마음을 더 쓰기로 했다. 언젠가 조금 더 실력을 쌓아 도전 해보려 한다. 도전은 경험이고 그 경험이 실패든 성공이든 교훈을 얻은 내가 된다. 난 나이가 들어도 배우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며 여러 분야에 경험을 쌓고 싶다. 돈이 많은 어른보다 경험이 많은 어른이 되어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자 오늘도 버킷리스트의 하나를 시작했다는것에 설레임을 갖는다. 아무튼 나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