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학창 시절 제일 어려우면서도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정확한 문제풀이를 통해 그 문제를 이해하여 정확한 답이 나와야 하는 과목. 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수포자(수학포기자)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수학만 정답이 중요한 과목이 아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재미있었던 국어도 역사도 제일 좋아했던 미술도 정확한 정답을 맞혀야 한다는 압박 혹은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야 지만 좋은 성적의 학생도 될 수 있었다.
엄마 말씀에 따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파도에 휩쓸려 가는 모래처럼 나는 물살에 휘청이며 공부를 했다. 중학교 때는 나름 간신히 그 물살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등학생이 되자 물살이 잔잔해질 기미가 없이 거친 파도가 되어 나를 삼켰다. 잘하고 있을 때는 아무 생각과 고민 없이 하루를 보냈는데 이상하게도 뜻대로 되지 않자 인생의 회의감이 들었다. 왜 달마다 돌아오는 시험을 쳐야 하며 왜 대학에 가야 하는가. 나는 이 깊고도 나름의 철학적인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 가장 중요한 고2가 끝나갈 무렵에 생각하고야 말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강사님들은 꿈을 갖아라.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하시는데 왜 다들 정답이 있는 것처럼 살고 있느냐 말이다.
내가 그렇게 남들과 같이 살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어 있는 듯한 현실이 참 답답하고도 암담했다. 뒤늦은 고민들로 뒤덮였을 그때 나는 시험 과목들에서만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 대해서도 정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정한 답이 무엇일까? 부모님은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그야말로 행복한 삶이라고 하셨다. 맞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 높은 연봉을 받는 삶은 그 나름 정말 멋지고 성공한 삶이며 생각보다 이루기 어려운 목표이다. 그런데 무언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빠진 기분. 그래서 앞서 이야기했듯이 부모님의 말씀을 내 인생 처음으로 어겼다. 시간이 많이 지나 돌고 돌아 나는 아직도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내 뜻대로 살고 있지만 부모님은 아직까지 다시 반듯한 직장에 들어가 결혼 하라며 잔소리를 하신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에게 내 사정을 토로하자 친구는 대뜸 이런 말을 했다."결혼하면 잔소리가 없으실 것 같지? 결혼하고 나면 아이 문제로 이야기하시고 아이 문제가 끝나면 집 샀냐고 걱정하시고 그 문제 끝나면 아이들 진학 문제까지 아마 끝이 없으실걸?" 맞다. 좋은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한다고 해서 인생의 마지막 문제가 끝났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답대로만 살면 모두 끝난 것 같이 말하지만 그것이 끝이고 정답은 아니잖아? 에이. 속았다. 이럴 바엔 그냥 순리대로 살자. 모두가 생각하는 정답이 행복한 삶 중 하나는 맞다. 하지만 인생은 시험 과목 같이 정확한 정답이 없는 과목이다.
아니다 인생은 정답이 없을 뿐 아니라
인생의 끝자락에서도 명확히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이다.
여러 문제 풀이가 있을 뿐 그 과정이 다르다고 행복하지 않고 실패한 삶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엄마의 잔소리를 쓴소리라기보다 애정 혹은 나를 향한 불안한 걱정으로 가볍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각자의 인생의 기준은 다르다. 그렇게 때문에 행복의 기준과 목표도 다르다. 나는 인생을 다양한 과정으로 살아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 과정을 모두가 응원해주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어차피 유한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