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다른 꿈

by 따스히

어릴 적 부터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 하는 아이이기도 했지만 글쓰기도 좋아했었다. 고등학교 때 어려운 시조 배울지는 꿈에도 모른채 나는 국어라는 과목을 참 좋아했었다.


글쓴이의 주제와 생각을 알아 보고 생각 해보며 창작 해보는 공부. 그래서 나도 언젠간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 속 언저리에 담아 두었다. 글쓰는 일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칭찬이 그 계기가 되었다. 방학 숙제로 냈던 창작 시를 보신 담임 선생님께서는 내게 글쓰기 경연대회에 나가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나는 그림 말고는 글쓰기를 좋아한 것이었지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 때 당시엔 큰 관심도 없었기에 자신도 없었는데 갑작스런 선생님의 제안을 처음엔 거절했다. 다음 날 선생님께선 점심 시간에 놀고 있는 나를 불러 경연 대회 참가서를 보여주시곤 부담 가질 필요 없이 나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라며 한 번 읽어보라고 a4용지 몇 장을 내게 건내주셨다. 집에 돌아와 그냥 대학교 구경 삼아 꽃 놀이도 가고 부모님이 사주신다는 짜장면에 혹해서 신청서에 사인을 해 선생님께 제출 했다.

넓디 넓은 대학교에 강연회장을 간신히 찾아 들어가 그 날 발표한 주제를 듣고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글을 썼다. 환경에 관한 주제였는데 원고지에 반듯반듯 예쁜 글씨를 쓰려 노력 했다는 점과 장 수를 채우느라 문장을 길게 늘려 쓰려고 애쓰던 기억이 남는다. 그렇게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글을 제출 하고 짜장면이나 빨리 먹으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루하게 발표 시간을 기다렸는데 이럴수가 장려상 부문에 내 이름이 발표 된 것이다.


난 잘못 들었겠거니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스피커에서 다시 한번 내 이름이 들려 왔다. 내 인생 처음 글쓰기 부문으로 상을 받은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만큼 그 기쁨이 배가 되었고 선생님 덕에 나는 글 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는 조금 더 하고 싶었던 그림을 택했지만 나도 언젠간 글쓴이 란에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긴 글을 쓰기엔 내 실력은 턱 없이 부족했고 이 목표는 정말 큰 산처럼 느껴졌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 거의 마지막 줄에 내 책 출판하기 라는 글을 적어 두고는 도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때 우연히 블로그에서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작가분들이 모여 글을 써 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실제로 출판사와 연이 닿아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 분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언저리에 있던 책 출판의 꿈이 갑자기 마음의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평소 에세이를 좋아 했던 나는 나만의 에세이를 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몇 편의 글을 써 제안 했지만 역시 승인이 쉽지 않았다. 내가 쓴 글은 어떤 책을 만들고자 하는지 알수가 없는 그야말로 뒤죽박죽 일기 같은 글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평소 같은 고민을 하며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과 버킷리스트의 꿈들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담은 어른 성장기를 쓰겠다고 마음 먹고 그 목표로 다시 수정에 수정을 더해 글을 제출했는데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다. 당장 출판을 하겠다는 꿈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겐 큰 성과를 얻은 듯 성취감을 얻게 되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작가분들처럼 타자기에 춤을 추듯 타닥타닥 글을 쉼 없이 쓰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림이 되었든 글을 쓰는 것이 되었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것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었다. 가족들에게 브런치 작가 됬다며 자랑했더니 그거 돈 버냐고 묻는 질문에 잠시 할 을 잃었지만 나는 그래도 내 자신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점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한때는 방황하며 바다 속 모래처럼 파도에 휩쓸려 일렁였지만 지금 나는 수면 위로 올라 배 위에서 그 바닷 속에 미쳐 나오지 못한 내 마음들을 계속 해서 낚아 글을 써보려 한다. 당장 작가가 되지 않아도 상관 없다.

좌절해도 성공해도 나는 어차피 내 배가 이끄는데로 가볼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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