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했듯 난 공부에는 취미가 없는 학생이었다. 공부 보다는 기술가정 시간에 배웠던 제과제빵이 더 재밌었고 수학 문제 푸는 시간보다 미술 시간에 만들기 하는 것이 더 좋은 그런 아이였다. 굳이 근의 방정식은 알아서 뭐할까 굳이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의 의미를 외우면 나중에 꼭 필요한 것일까 화학원소의 기호를 알면 나중에 큰 어른이 될까 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공부보다 나에게 남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물론 학창 시절 배운 공부들이 넓고 깊은 학식을 갖게 해준다. 그 과정들이 틀리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난 좀 다른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성적은 좋지 않았고 그 덕에 엄마의 기분이 가장 좋아 보이는 때를 찾아 성적표를 넌즈시 보여드리곤 하는 눈치 빠른 학생되었다.
대학을 가고 난 뒤 나는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나이 들어 하는 공부가 좀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공부를 하니 좀 더 자발적으로 하게 된 것도 있는 것 같다. 영어 회화나 그림, 컴퓨터 프로그램, 테디베어 만들기, 미싱 다루기, 니들 펠트, 북 아트 등 나는 취업을 해서도 나에게 남는 공부에 많은 투자를 했다. 엄마는 그럴때마다 내게 그런거 할 시간에 옷이나 사서 좀 입고 다녀라. 라고 하셨지만 나는 죽으면 옷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나는 죽어서 많은 기억을 남고 죽고 싶다며 말대꾸를 했다가 등짝 스매싱을 크게 맞았다. 아무리 등짝이 아파도 나는 그게 맞는 것 같다.
배워서 나 주면 어른이어도 쑥쑥 자라 날 것이다.
왜 우리는 학창 시절에만 공부하는 시기라고 생각 하는 걸까?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하고 싶다. 멋진 차와 가방 옷처럼 겉으로 내게 남는 것은 없지만 이 경험들은 온전히 나를 발전 시키고 언젠가 모두 필요할 날이 오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필요한 날이 오지 않아도 나는 내 스스로가 조금은 발전했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면 그걸로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예전에 배웠던 미싱 기술 덕에 엄마 바지 옷 길이도 줄여 드리고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 바지 길이 수선사가 되기도 해 조금이나마 기쁨을 주기도 했다. 안 입는 천들을 잘라 예쁜 곱창 끈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눠 줄 땐 참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손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 마다 내 자신이 괜시리 멋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뽐내기 위해 배우는 것은 아니다. 배워서 나 주자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보람찬 마음에서 멋짐을 느낀다.
가끔 똑같은 공부로 지치거나 똑같은 일상과 일들에 치어 살때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힘들어 죽겠고 그것도 할 시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을 추천한다.
쉬면서 관심 있는 분야의 영상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서치를 하는 작은 것부터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나를 알아 가는 과정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미가 없는 배움은 하나도 없다. 단지 내 스스로 학창 시절의 공부들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 그 배움도 분명히 도움이 되는 때가 온다. 어떠한 배움이 되었든 그 배움은 언젠가 나에게 남게 되고 그 경험과 기억은 오래 간다. 나는 그 기억과 경험을 더 많이 쌓아 깊고 넓은 어른이 되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또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 하려 한다. 난 죽어서 이름을 남기기 보다 내 경험담, 인생의 후기를 남기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