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당연필 Sep 15. 2021

#12 꽃집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사업을 하면 돈만 버는 것이 아니다

 아내와 꽃집을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나도 돈을 벌고 싶어 투자하고 꽃집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원래 목표였던 돈은 벌리기는커녕, 월세도 제때 못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꽃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싶어 무엇이 좋은지 정리해보았습니다.


꽃집을 하면 좋은 점! 첫째! 부모님이 좋아합니다.

 예외도 있겠지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과 꽃을 더 좋아합니다. 증거로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 됩니다. 부모님 프로필 사진의 스테디셀러는 등산복을 입고 숲 속에서 찍은 사진과 꽃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꽃집을 하게 되면 이렇게 꽃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꽃 선물을 쉽게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돈이 넉넉하다면 사서도 드릴 수 있지만, 저는 엥겔지수가 높은 집단에 속해있습니다. 꽃과 같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출은 아직 사치입니다. 꽃은 생물이다 보니 재고는 바로 휴지통행입니다. 아내는 꽃이 재고로 남기 전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연습합니다. 연습을 할 때는 시간에 구속받지 않고 예쁨을 추구하다 보니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런 연습용 꽃들은 고스란히 부모님께 전달됩니다. 그러니 부모님들이 안 좋아할 수가 있을까요


어버이날 아내가 시부모님께 만들어준 꽃바구니, 엄마가 보라색을 좋아합니다.


둘째! 삶이 풍성해집니다.

 저는 공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또, 도시에 살다 보니 가로수 외에 녹색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공장에서는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잡초마저 싹 뽑아버립니다. 그러니 공장에서 녹색은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게에 가서 예쁘게 배치되어있는 식물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퇴근 후 가게에서 식물들을 보고 있는 시간입니다. 자연이란 자고로 사람의 손길이 계속되어야 예쁘게 유지됩니다. 아내가 농부처럼 식물들을 물 주고, 시든 잎을 떼주며 가꾸니 가게의 공간이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식물을 보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인간이 그렇게 만들어졌나 봅니다. 사람들이 녹색의 밀도 비중이 높은 경관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를 더 잘 조절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아내가 가꾸어 놓은 녹색 공간을 누리는 기쁨이 큽니다.

셋째! 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아내는 꽃을 좋아합니다. 연애 때부터 아내는 꽃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정확히는 자기가 좋아하는 꽃집에서 꽃다발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앵겔 지수가 높은 나는 이해가 잘 안 되었습니다. 꽃을 왜 좋아할까 저건 먹지도 못하고 며칠만 지나면 사라지는데라는 생각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해는 안 됐지만 아내가 꽃을 좋아하니 꽃을 사러가는 길은 설렜습니다. 하지만 카드를 건네며 이 정도면 국밥이 몇 개야 라며 생각했습니다. 꽃집을 하며 아내에게 꽃다발 선물을 받고 싶은지 종종 물어봤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꽃다발을 만들다 보니 웬만한 꽃다발은 성에 안찼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수준의 꽃다발의 단가는 높아지고, 서울의 유명 프로리스트가 만드는 꽃다발을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난한 자본주의 신생아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꽃다발을 사는 것은 사치이므로 아내는 늘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꽃과 관련된 지출은 자연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자연스레 저의 시드머니가 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11 꽃집의 최고 성수기는 언제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