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끝, 그런데 또 고난 시작?'편
4월의 끝자락. 취업준비생은 그렇게 직장인,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초년생이 되었다. 졸업을 한지 약 10개월쯤 지났으니 원래 목표했던 1년은 넘기지 않았다. 사실은 무작정 쉬는 게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 그리고 약간의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 경험 삼아 지원해 본 회사에 덜컥 서류 전형 합격한 게 한 달 반 전. 이게 되나 싶은 생각으로 그 후 과제 전형, 면접 전형까지 지나오니 어느새 출근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 소식을 전해 들은 지 3주 만에 서울로 이사를 왔다. 집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가격이며, 거리, 고려해야 할 사항은 너무 많았다. (집을 구하는 과정도 한 번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다. 아마 사회 초년생이면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어찌어찌 집을 구하고, 새로운 집에서 적응도 채 하기 전에 회사로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
첫 출근. 긴장은 생각보다 안되었다. 이사가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집 치우는 것만 아니면 뭐든 행복할 것 같기도 했고, 이전 인턴이 최악 of 최악의 경험이었기 때문에 '회사'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고 하는 게 오히려 맞는 표현인 듯하다.
그래도 첫 출근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 본 직장 동료분들은 다들 착하신 것 같았고 (다행히도 여전히 착하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shy guys들이 많아서 분위기 자체는 약간 무겁지만 그래도 유했다. 무엇보다 모르는 게 있어 질문을 하면 다들 친절히 대답해주셨다. 낯 가리는 성격이라 첫날은 원래 로봇처럼 '하- 하-'거리느라 기 빨리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팀 자체는 좋은 분위기인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그렇지만 팀원들이 좋으니 "나만 잘하면 되겠군,,,"이라는 없던 압박감이 생겼다. 그래도 "나는 신입이고 첫 직장 생활인데, 잘 못하는 게 당연하다!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하면 금방 지친다!"라는 어쩌면 극악무도한 마인드를 깔고 대신 두 번 실수하지 않기, 혼자 끙끙 싸매지 말기, 모르면 꼭 물어보기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첫날 온보딩을 하게 되었고, 관련 서류를 살펴보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말들이 많았다. 실수할 수 있고, 오히려 실수로부터 배우는 게 많기 때문에 실수를 환영한다는 말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또 기억나는 말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의 팀보다는 건간항 팀 문화로부터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이익을 지향한다와 같이 사람 중심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표현들이 이제는 팀의 일원이 된 사람으로서 참 좋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동료 팀원이 내가 쓴 브런치 글을 보고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런치 글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라는 말을 듣고 초음엔 다소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내 가치를 알아봐 주고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궁금해주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신기하기도, 행복하기도 한 첫 출근이었다.
그렇지만 첫날, 그리도 둘째 날 휘몰아치는 온보딩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첫날 오전, 나는 회사 로비에서 인사 담당자(알고 보니 사수셨던)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고 앉아있었다. 나를 데리고 사무실이 있는 층이 아닌 라운지로 가셨다. 그곳에서 팀원들과 인사도 채 나누기 전에 팀원들의 어제 하루 일과와 오늘 할 일들에 대해서 먼저 들었다. 간단한 5 ~ 10분의 그 미팅은 데일리 스크럼이라고 하는 애자일 방법론 중 일부분이었다.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컴퓨터 세팅을 했고, 웰컴 키트와 명함을 받았다. 새삼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도 여러모로 환대받는 기분이라서 좋았다. 직장인이 되었다는 것에 약간 감격한 것도 잠시, 곧바로 팀 온보딩이 진행되었다. 노션 페이지로 필요한 내용들이 공유가 되엇고 무엇보다 내 이름이 적힌 온보딩 페이지에 첫 1주 동안의 스케줄이 간단히 적혀있었다. 그 아래에는 신입이 참고해야 할 리스트가 온보딩을 진행할 날에 맞게 잘 분류가 되어 있었다. 물론 숙지해야 할 문서는 너무 많았다. 지금 세어보니 약 20개 정도 된다. 첫날, 그리고 둘째 날에는 그저 모니터만 주야장천 보고 글만 읽어서 내적 하품이 극에 달했던 기억이 있다.
인사 담당자는 쉬지 않고 열심히 나에게 설명을 해주셨지만,,, 사실은 일을 해보면서 정확하게 이해한 것들이 많았다. 물론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만, 정말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것만큼 내가 잘 습득하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첫날은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다. 그러나 2일 차에는 정말 정보가 휘몰아쳤다.
팀의 문화, 일하는 방식, 팀 문화 히스토리에 대한 설명과 애자일 방법론에서 사용하는 스크럼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다행히도 나는 대학교 시절 Scrum Master라는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Agile 방법론에 대해 이미 경험과 지식이 있던 상태라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애자일 방법론을 잘 활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툴들이 낯설어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업무를 진행하면서 직접 써보며 마스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2주 단위로 진행하는 스프린트 관리 툴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Jira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전 인턴 기간에 지라를 통해 회의록을 작성한 기억은 있지만 그건 Jira 사용법보다는 그냥 타이핑에 가까웠기 때문에 다소 새로운 툴이었다. 하지만 정말 많이 들어보았기 때문에 지라를 사용해보면서 "오,,,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지라군!"이라고 생각했었다.
애자일 외로도 중장기간 계획 설립을 위한 또 다른 방법론이 있는데, 지금 설명하기는 길지만 어쨌든 그것에 대해서도 온보딩에 같이 안내를 받았다. 사실 지금 글로 작성하는 내용도 작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 내용들을 온보딩 1,2일 차에 전달해주셨던 인사 담당자께 큰 존경을 표한다.
너무 많은 정보들이 휘몰아쳤기 때문에 정보를 습득하고 정리할 틈도 없이 또 새로운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 흘러들어 왔다. 팀원들이 온보딩은 잘 진행되고 있냐고 물어봐 주 실 때마다 "너무 정보가 많아서,,, 힘이 드네요 하하"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 팀원들은 그래도 위로(?)라며 본인 때는 그 내용을 하루에 다 전달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나마 내 상황이 다행이구나라고 깨달았다. 물론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감정적 위로도 얼마나 큰가.
온보딩 때 안내받은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는 데에는 개인적으로는 최소 2주가 소요되었던 것 같다. 스타트업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체계와 기존의 문서나 일하는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무질서하다는 느낌보다는 약간은 빡빡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나에게는 오히려 괜찮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2일 차 팀 온보딩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무엇하나 쉬운 건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 되돌아보면 너무 많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듯하다. 어엿하게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고 지금은 적응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업무를 해내고 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고 힘들다면 거짓말이다. 순간순간 느꼈던 고민, 좌절, 행복, 성취감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한 내가 있겠지.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해가 보려고 한다.
취업준비생으로 느끼던 좌절감과 고난은 사회초년생이 되어 없어졌지만, 또 다른 고난과 좌절감은 계속해서 느끼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월급을 받으며 그런 고민에 휩싸이고 있으니 조금은 나아진 거라 믿는다 (ㅋㅋ) 정신이 없었던 팀 온보딩을 마무리하며, 다음 편에서는 더욱 정신없는 눈물이 찔끔 났던 기획부서 온보딩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사회초년생은 좌절할 시간이 없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