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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프 Oct 09. 2023

힙한 피자가게에서 발견한 편리한 화장실 사인

사용자 중심 사고를 위한 프로덕트 매니저의 일상 경험 기록

금요일 저녁, 마음 가볍게 퇴근하고 피자를 먹으러 갔다. 최근 힙하다고 소문난 지역에 있는 피자 가게였고, 역시나 시원하게 뚫려있는 통창과 활짝 열려있는 가게 문이 인상적이었다.  


가게는 세로로 긴 형태였고 가장 안쪽이 주방, 그리고 2열로 길게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왼쪽 열 입구 쪽은 화장실이 있었고 나는 화장실을 마주 보는 오른쪽 열 끝쪽에 착석했다.


피자는 말할 것 없이 너무 맛이 있었다. 한참 피자를 먹고 있는데 직원 한 분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나는 "와우 모먼트"를 경험했다.


바로 화장실 바로 위 "IN" 표시가 밝게 빛났다. 


사진 출처: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8/2017032802692.html

익숙한 느낌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비행기' 화장실 사인이 떠올랐다. 비행기에서 누군가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면 화장실 사인에 불이 켜진다. 이를 보고 내가 실제 사용자로 겪었던 화장실 사용에 대한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화장실 개수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미 화장실이 사용 중이라면 동일한 시간에 다른 손님이 화장실을 사용하러 접근하게 되면 최소 2가지 불편함이 발생한다. 화장실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고객은 화장실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에서의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받고, 화장실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대기를 하게 된다. 


나도 유사한 경험이 자주 있다.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러 헬스장을 다니는 나는 운동하는 동안 물을 굉장히 많이 마시기 때문에 헬스장 화장실을 자주 사용한다. 특히 헬스장 화장실은 헬스장 안이 아닌 입구에 있어서 운동을 하다 가기가 굉장히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은 생리현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늦게 갈 수 없다. 


화장실을 사용하기 전 나는 항상 마음속으로 빈다. "제발 사람이 없어라... 문 열려있어라..." 

노크를 하면 10에 8은 항상 문이 잠겨있어서 기다리다 먼저 화장실을 사용한 분과의 어색한 만남을 해야만 한다. 


만약 헬스장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헬스장 회원들이 잘 보이는 곳에 화장실 사용 여부를 표시하는 사인이 있다면 우선 헬스를 하러 간 헬스장에서 화장실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나같이 극 I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무척 민망한 마주침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피자 가게에서 해당 사인을 개선할 수 있는 포인트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IN"이라는 문구가 사용 중이라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단순히 밝기가 밝아지는 것보다는 색상을 활용하여 사용 중일 때와 아닐 때의 극명한 차이를 줄 수 있다. 


두 번째, 화장실 바로 맞은편에 앉은 나에게는 아주 편리하지만 화장실과 떨어진 구석에 앉은 고객들에게는 해당 사인이 인지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2열 테이블 배치로 이루어진 해당 가게에서는 해당 사인이 보이지 않는 왼쪽 열 혹은 주방과 가까운 오른쪽 열에서 볼 수 있는 사인이 추가로 설치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너무 많은 화장실 사인을 제공하게 되면... 고객의 화장실 사용마다 불이 번쩍 거리기 때문에 방해가 되거나,,, 화장실 사용한 사람이 의도치 않게 주목을 받게 될 수 있으니 최대 2개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장실이 있는 모든 곳에서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구조가 복잡하거나 화장실 칸이 여러 개라면 다른 옵션들을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아주 간단하지만 이미 다른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해결책을 활용하는 것에도 충분히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고객으로서 이 가게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당연히 맛있는 피자와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보이는 인테리어 두 가지였다. 


프로덕트를 기획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은 핵심 기능이다. 결국 피자집을 운영하는 사장이라면 피자가 맛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퀄리티는 디테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핵심 기능이 무조건 중요하지만,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더 풍부한 가치를 느끼기 위한 세심한 불편함을 먼저 알아채고 해결하고 개선하여 끝없는 "와우 모먼트"를 제시할 수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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