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프 Nov 07. 2023

일을 잘한다는 것

첫 번째 회사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다시 정리하자면

최근에 수강하게 된 인프런 'PM을 위한 데이터 리터러시' 강의 오리엔테이션 영상에서 강사님의 질문에 꽤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회사원이거나 혹은 돈을 버는 행위를 한다면 누구든지 일을 잘한다는 평가가 싫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더더욱이 내가 회사에서 일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를 잘 아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첫 회사를 다니면서 몸으로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일 하는 모습을 보고, 여러 피드백을 받으며 느낀 것들을 정리하여 내가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의 기준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면 그 정의와 내 현재 상태와의 차이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줄여나가면 좋을지 생각하거나, 혹은 그 정의 자체가 통상적인 의미와 많이 벗어나지 않는지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며 구체화하는 것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참고: 내가 생각하는 '일을 잘하는 것'은 주니어 레벨 기준이다.) 


내가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다음 5가지와 같다.


1. 주어진 혹은 필요한 범위의 업무를 정해진 기한안에 누락 없이 진행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지만 주니어였기 모든 일을 찾아서 하지는 않았다. 타 회사보다는 그래도 찾아서 하는 일의 비중이 높았으나, 실제로 상급자분들께서 요구하는 일을 처리하는 것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내게는 때때로 상급자분들이 클라이언트였다. 클라이언트가 일을 요청할 때 나는 다음 것들에 대해 확인한다.

1) 기한 (ETA 혹은 Deadline)

2) 세부 요구사항 및 범위

3) 고려해야 할 사항

4) 예상하는 결과물 형태 

만약 클라이언트가 이러한 내용에 대해 미리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우선 내가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이해한 것을 확인한 후, 내 리소스에 맞게 특정 시점에 특정 형태로 우선 초안을 완성해 보고 그때 추가로 논의를 하거나 요구사항을 달라고 한다. 이런 내용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일을 요청한 측과 일을 진행하고 있는 측 모두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 업무 관계자에게 현재의 진행상황/진척도를 먼저 알려 예측가능성을 향상

나는 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회고 및 결과 공유까지 모든 내용을 슬랙으로 관련자들을 모두 태그 하여 업데이트를 해두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고,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이전 맥락을 알고 있어야만 빠르게 대응을 하고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릴 가능성이 높다. 


3. 요구사항 이상의 영역까지 고려하여 먼저 고민하고, 이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거나 해결책 제시

예를 들어, 상사가 "우리 회사의 product analysis 툴을 도입하고 싶은데 mixpanel 한 번 알아봐 줘"라는 업무를 지시했다고 생각해 보자. 우선 1번의 질문을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얻고 나면 아마 다들 mixpanel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견적이나 사용설명서 등을 확인할 것이다. 물론, 상사가 요구한 내용이기 때문에 부적절하지 않다. 다만 조금의 시간을 더 들여서 해당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mixpanel의 경쟁사인 amplitude나 AB 테스트를 위한 Hackle 등의 선택지를 조금 더 찾아보고 표로 정리하여 제공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상사의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내가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대한 연습이 될 수 있다. 여기서는 'mixpanel을 알아본다'가 표면적인 업무이지만, '회사의 사정과 상황에 맞춰 product analysis 툴을 도입해서 데이터 활용도를 높인다'가 회사 차원에서 풀고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가장 잘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product analysis 툴들을 살펴본다면 훨씬 더 나은 업무 처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짧지만 명료하게 내용을 작성하는 것이다. 길고 영양가 없는 글은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우선 내용을 적어보되 여러 번 읽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하고자 하는 말을 헤드라인으로, 그리고 주요 내용을 불렛 등 눈에 잘 보일 수 있도록 포맷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쏟으면 다른 일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글을 쓰고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면 본인이 느꼈을 때 정리를 잘하는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그분이 작성한 리포트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4. 다른 사람(주로 상급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 고민한 내용과 근거를 바탕으로 본인의 잠정적인 답을 함께 제시

보통 내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의사결정을 다 할 수는 없다. 비용 지출이 필요하거나, 아주 큰 리스크가 예상된다면 나는 대부분 이런 내용을 정리하여 상급자에게 보고를 하고 의사결정을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들은 피드백은 무작정 '의사결정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 의사결정을 요청하게 되면 의사결정권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맥락이나 배경이 부족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따라서 해당 프로젝트의 간단한 배경이나 맥락과 현재 의사결정이 필요한 포인트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을 먼저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잠정적인 의견과 그에 대한 근거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해당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의사 결정을 단순히 상급자에게 미루는 것이 아닌 "나도 이만큼, 이렇게 깊이 고민해 보았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실제로 논리나 근거가 부족한 것들을 함께 채워가며 리스크가 가장 적은 의사결정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약간의 팁이라고 하면... 만약 내가 원하는 옵션이 있지만 상급자의 컨펌이 필요할 때, 내용을 공유하면서 보통 내가 고민해 보았던 여러 가지 옵션들(평균 3,4개)을 함께 제시한다. 

1) 아주 급진적인 옵션

2) 내가 추구하는 옵션

3) 아주 보수적인 옵션

이렇게 옵션을 제시하면 보통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상급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옵션을 펼쳐두고 비교하며 최상의 옵션을 선택하였다는 안도감(?)과 일을 맡길 수 있겠다는 나에 대한 신뢰감도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5. 업무의 성과와 배운 점을 분리하여 평가하고, 개선점을 도출하거나 피드백을 수용하여 더 나은 다음 업무를 진행

주니어로서 가장 많이 실수를 했던 부분이다. 입사 초기에는 일과 나를 잘 분리하지 못해서 일이 잘못되면 내가 잘못된다고 많이 생각했었다. 따라서 성과와 배운 점을 분리하지 못했고 성과가 좋지 않음에도 "이런 점을 배웠다/혹은 이런 노력을 했다"로 성과를 포장하기도 했었다. 성과는 회사의 KPI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말해야 하고, 회고를 통해 배운 점과 잘된 점, 개선할 점을 잘 도출하는 분리된 과정이 꼭 필요하다.


성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좋은 성과를 내면 좋겠지만, 좋지 않은 성과가 발생한다면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중요한 것은 "왜 성과가 좋지 않았을까?"를 함께 고민하며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많은 내용들이 아프게 다가왔다. 이런 좋은 피드백을 수용한다는 게 꼭 이전의 내가 잘못되고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 싫었다. 어쩌면 시야가 좁고 편한 곳에 계속 있어하고 싶은 그런 관성이 강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내 이런 것들을 하나씩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오로지 나의 선택이었고, 이전 회사 상사로부터 "일머리가 있다. 일을 잘하는 편이다"라는 코멘트를 받을 수 있었다.


성장은 대체로 아픔을 동반한다. (물론 비방이나 근거 없는 피드백 또한 아프니... 잘 거르는 것 또한 필요하다.) 아지만 아픔은 무뎌진다. 나는 좋은 피드백을 더 잘 수용하기 위해서 이런 내용을 회사 동료 혹은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일잘러"들의 일하는 모습에서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지도 관찰했었다. 혹은 내가 그런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 상상도 해보았다. 그렇게 하나씩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면 어느새 성장한 나를 발견하곤 했다.


연차가 쌓이며 일을 잘한다는 것의 기준이 바뀔 테지만,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나와 비슷한 주니어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작성해 보았다.



내용과 관련하여 다른 의견 혹은 동의가 된다면 댓글로 작성해 주세요! 함께 이야기 나눠보아요 :)

작가의 이전글 결국 해버렸습니다, 퇴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