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하라구요? 내가 누구인지 나도 모르겠어요.
독일에서 이민자로 살아가기
어렸을때의 나.
그러니까 10대때의 나는 내가 어른이 되고나면 나의 커리어를 멋지게 쌓아가며 잘나가는 인생을 살 줄 알았다. 써놓고 봐도 추상적이고 명확한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들.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지도 어떤게 잘 나가는 인생인지도 잘 모르는 것들.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어렸을때의 나.
그러니까 20대때의 나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30대쯤,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땐 쉽게 바뀌지 않을 직업이 있고, 여전히 잘 나가는 인생을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도 여전히 추상적인 말들. 그래서인지 나는 30대가 되도록 뭘 하나 꾸준히 한게 없는 인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30대가 되면 진정한 어른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았는데 현실은 여전히 늦잠이나 많이 자고 뒹굴거리다가 술약속에 꾸역꾸역 기어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다.
대학 전공은 전공으로 그쳐버렸고 취업이 된 회사는 계약직을 전전했으며, 그마저도 그만 두고 대학원에 갔지만 꾸준히 한곳에서 오래 일하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연애도 짧게, 일도 짧게, 공부도 짧게. 내개 무엇을 진득하고 꾸준하게 해본게 있나? 하는 근본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하고 나에대한 수없이 많은 자책과 의심의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독일에와서 자기소개를 하라는데 도대체 내 소개를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는것이다.
"저는 주부입니다"
거짓도 아니고 사실이며 실제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이것 외에는 내가 누구인지, 내 직업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어느것 하나 뚜렷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30대는 이러지 않았던것 같은데 현실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 버렸다는것을 이제서야 알아버린 느낌.
나는 이제 독일에서 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직업도 전공도 뒤로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