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정신분석이란 정신의학 및 심리학의 한 갈래로, 인간의 행동들이 어떤 정신적 활동에서 기인하는지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표현이 그리 와닿지는 않지는 않으실 것 같아요. 바로 예시를 보시면서 이해를 해볼까요.
오늘 너무 피곤했던 A는 커피를 마시면서 버티고 있는데, A의 코에서 코피가 흐릅니다. A는 코피를 보자 최근 업무과다로 힘들었던 것들이 떠올라 동료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막상 이야기하려니 다들 일이 힘든 상황인 것 같아서 하소연을 목구멍으로 삼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동료를 만나서 같이 카페나 가자고 말하려 했는데요, 여기서 A는 말실수를 하게 됩니다. "코피 한 잔 할래요?"
A가 이런 말실수(slip of tongue; 혀의 미끄러짐)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코피가 난 것을 말하고 싶었던 마음, 즉 A가 숨기려고 했던 마음이 불쑥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습니다. 그래서 원래 커피(겉마음)가 있어야 할 자리를 코피(속마음)가 대체해 버린 거죠.
첫 번째 대전제인 정신 결정론은 현재의 심리적 사건들이 과거의 심리적 사건의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행동, 감정, 생각들과 같은 것들을 심리적 사건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좀 더 쉽게 풀어쓸 수도 있겠죠.
현재의 행동, 감정, 생각은 과거의 행동, 감정, 생각에 기인한다.
혹시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신과에서는 비슷한 단어로 Victimazation를 사용합니다. 대인관계에서 본인이 피해자(victim) 역할을 지나치게 맡는 것을 의미합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피해자 역할을 자처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피해자 코스프레가 부정적인 어감을 주듯 victimazation도 성숙하지 못한 방어기제로 분류됩니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주변 사람들의 동정과 도움을 받아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주변 사람들이 지쳐 떨어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피해자 역할을 자주 하는 사람들의 성격이 바뀌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이유들 중 하나는 바로 이득입니다. 이미 과거부터 피해자 역할을 통해 대인관계에서 사랑, 응원, 금전과 같은 이득을 받아왔을 것이고, 현재와 미래에 생길 수 있는 달콤한 이득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대전제인 역동적 무의식이란 무의식은 가만히 있지 않고(역동적) 우리의 삶에 강력하고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무의식은 의식 너머에 존재하는, 기억에서 완전히 잊혔지만 중요한 감정, 생각, 공포, 소망 등을 의미합니다. 그럼 이번에도 친숙한 단어들만 써서 문장을 바꿔보겠습니다.
기억에서 잊혀진 감정이나 생각도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의 인생에서는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건들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사건이 기억나는 사건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 의식은 무의식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처럼 작은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해왔던 운동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해도 운동했던 근육이 영향을 받아 강화될 수 있듯, 기억이 나지 않는 사건들도 인생에 분명 영향을 끼칩니다. 좋은 영향을 준다면 고민거리가 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어떤 사건은 잊혀진 채로 우리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기에 문제가 됩니다. 고통을 겪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원인도 모르고 당하고만 있어야 하니까요. 이제까지 설명드린 정신분석의 대전제들은 다음과 같이 합쳐볼 수 있겠습니다.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는 과거는 현재의 행동, 감정,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
도대체 어떤 과거들이 나의 현재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까요? 이것이 프로이트 학파에서 말하는 정신분석의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혹시 무의식 속의 과거들이 궁금해지셨을까요? 그렇다면 축하드립니다. 어색한 사이였던 정신분석과 조금씩 친해지고 계신 거니까요.